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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의료개혁특위에 불참한 의사들, 국민은 안중에 없나?
의료개혁을 논의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25일 첫 회의를 갖고 출범했다. 특위는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수가 등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같은 의사단체들도 인정한 사안들을 논의하게 된다. 그런데 의정(醫政)갈등의 대척점에 있는 대한의사협회나 전공의협의회가 불참했으니 반쪽 특위로 시작한 셈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방침을 대학 자율 모집으로 변경했는데도, 의사단체들은 증원 백지화 요구에서 한발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의사들은 집단행동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의료개혁특위가 출범하는 날, 전국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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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하염없이 미뤄지는 국민연금개혁, 누구 책임인가
국민연금 개혁안이 갈 곳 모르게 표류하고 있다. 국민여론 수렴 취지로 발족한 시민대표단의 개혁안은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회 국민연금개혁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은 설문조사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에 대체로 찬성했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2% 혹은 13%로 올리자는데는 동의했다. 문제는 받는 연금인 소득대체율(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 비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여부이다. 시민대표단은 올리자는 안을 더 선호했다.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이다. 보험료율을 올리면 기금 고갈시기를 207..
[사설] '0%대 성장' 벗어난 한국, 민생경제 회복이 최대 과제
한국 경제가 잇따른 악재 속에서도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수출과 내수가 동반 성장하면서 경제성장률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2년여 만에 0%대 성장률을 넘어선 것은 의미 있는 신호다. UBS를 비롯한 세계적 투자은행들이 최근 일제히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0.1~0.3%포인트 더 높인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불안한 국제정세와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리스크가 상존해 추세적 성장인지 반짝 반등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25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
이슈칼럼영남일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다
정재훈
추현호
곽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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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醫政(의정) 갈등' 두 달째…사회적 협의로 돌파구 찾아야
정부가 17일 시니어의사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퇴직을 앞둔 의사들을 활용해 두 달째 이어지는 의료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기대효과가 낮은 미봉책일 뿐이다. 지역·필수의료 분야의 근본적 위기를 극복하긴 어렵다. 당초 예상과 달리 의정갈등은 총선이 끝난 뒤에도 악화되고 있다. 더 이상 정부와 의료계에만 사태 해결을 맡겨둬서는 진전을 보기 어렵다. 각계전문가와 정치권, 국민이 참여하는 대화 창구를 통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정부와 정치권의 의정갈등 해법은 사회적 대타협에 방점이 찍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초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신설 방침을 밝혔다. 이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는 의료개혁과 관련한 국회와의 협력 필요성도 거론했다. 이는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보건의료계 공론화 특위' 구성 제안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에 여야만 추가하면 국회 특위가 되는 것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의정 교착 상태를 푸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협의체에 대한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의대 증원 철회 없이는 어떤 타협도 않겠다는 입장에서 한 치 변함이 없다.의사단체와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대화를 원한다면 의료계와 '일 대 일' 방식이어야 한다고 고집한다. 의료 전문가도 아닌 국민이 중간에 끼어서 정부와 똑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라고 한다. 의사들이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는다면 이럴 수는 없다. 의정갈등 최대 피해자인 국민을 배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의료계는 언제까지 국민을 등질 것인가.
[사설] 중동發 경제위기 우려 심화, 즉각적 선제대응 시급하다
국내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하면서 가시화된 중동발 리스크가 대형 악재로 작용, 환율·주식·유가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출렁이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금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 최근 일주일 사이 4%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중국 소비지표 부진 등이 맞물리면서 불안감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정부가 추이를 면밀히 체크하고 분석하면서 즉각적·선제적 조치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환율시장은 요동치고 주식시장에는 경고음이 울렸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고(高) 현상은 경제를 옥죄는 불청객이다. 자구책 마련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스라엘이 보복을 천명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만류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면서 전면전 가능성이 다소 낮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금리는 투자의 방향성을 가리키는 주요 지표로 인식되고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고물가를 불러온다.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겹치기 때문에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돌발악재인 중동발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기 전까지 우리 경제는 가시밭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국제정세에 연동 내지 종속되는 부분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먼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과도한 변동성이 감지되면 즉각적이고도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어 답답하긴 하지만 타이밍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
[기고]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며
매년 4월20일은 '장애인(障碍人)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약자로 인식되는 장애인의 지위를 향상하고 사기 진작을 위해 정한 기념일이다. 아마 대부분의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의 날이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장애인이란 일반적으로 몸이나 마음에 장애나 결함이 있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장애'는 진화하는 개념이며, 손상을 가진 사람과 태도적, 환경적 장벽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장애 개념은 시대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으며 나라마다 장애의 범위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구는 현재 약 26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에 해당하며 6가구당 1가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유형은 15개로 분류된다.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안면장애, 신장장애, 간장애, 호흡기장애, 장루·요루장애, 뇌전증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정신장애 등이 있다. 장애는 한 개인이 갖고 있는 수많은 특성 중 하나이다. 동일한 장애유형이라고 해도 사례별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을 줄 때는 먼저 상대방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장애인 스스로가 상대에게 어떠한 도움이 필요한지 설명해 줄 것이다. 장애는 선천적장애와 후천적장애가 있는데, 전체 발생 원인의 73.5%가 후천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누구도 장애인이 될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제 더 이상 장애는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일들을 장애인의 관점에서 인식하고 해석해 그 일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고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동참하겠다는 장애감수성이 필요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필자도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에는 비장애인이었고 열심히 공부해 건축사시험에 합격했다. 성공한 건축사로서 주변에 부러울 것이 없었지만 어느 한순간에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3일 만에 깨어난 후 5급 장애인이 되었다. 몇 날 며칠을 좌절과 슬픔으로 보냈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대구한의대 김한식 교수님의 '장군 스피치' 덕분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필자는 비록 5급 장애인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세상 속에서 봉사와 희생으로 장군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위기와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그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아니면 위기에 굴복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이제 앞으로 필자에게 어떠한 위기가 찾아온다 해도 필자는 반드시 극복해나갈 것이다. 나는 장군이다. 그리고 반드시 장군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손인호 (대구시장애인골프협회 회장)손인호 (대구시장애인골프협회 회장)
[기고] 내 마음의 동성로
"잊기에는 추억의 낙서가 너무 많아/ 제발 잊으라는 그 말 하지 말아요/ 마주 바라보는 눈빛 하나로/ 내일을 꿈꾸며 사랑을 나누던 곳/ 아아아 내 마음의 동성로"1996년 발표된 가수 설운도가 부른 '내 마음의 동성로'의 가사 일부이다. 이 노래는 우방그룹이 협찬해 만들었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데 1990년대 대구 기업 트로이카 우방·청구·보성은 대구를 넘어 전국의 주택건설 시장을 호령하며 당시 대구 경제를 이끈 대구의 자랑이었다. 지금은 비록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이들 기업을 아직까지도 추억하는 대구 사람들이 많다. 6·25 전쟁 중 임시수도 시절에도, 경북의 중심도시였던 1960~70년대에도, 직할시로 승격한 1980년대에도, 광역시가 되고 3대 도시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지금까지도 대구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동성로이다. 대구 사람들에게 '시내에 나간다'는 말은 한곳을 지칭한다. 대구가 250만의 거대 도시로 성장하여 여러 개의 부도심이 생겨도 여전히 '시내에 간다'는 말은 동성로를 간다는 뜻이다. 그만큼 동성로는 대구의 심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동성로를 비롯한 대구 원도심은 대구의 역사를 만든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이다. 소설가 현진건은 계산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글을 썼을 것이고, 시인 이상화는 계산동 고택과 동성로를 거닐며 시상을 떠올렸을 것 같고, 대구 최초 다방 '아루스'를 개업한 화가 이인성에게도 동성로는 영감을 주는 장소였으며 우리나라 최초 음악다방 녹향(향촌동)이 만들어낸 감성도 동성로의 화려한 문화를 꽃피우는 촉매제였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3·1 운동의 함성과 염원이 아직까지도 느껴지는 만세길(동산동), 삼성상회를 창업한 호암 이병철의 피와 땀(인교동), 근대 개화기 대구와 함께한 선교사들의 헌신과 눈물(계산동)은 동성로를 비롯한 대구 원도심 지역의 정신적인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이러한 의미에서 동성로 상권을 다시 살리고 원도심을 다시 활성화시키자는 움직임은 대구를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부채 의식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대구의 심장인 동성로(CGV 대구한일~28아트스퀘어)에서 열리는 제6회 대구커피&베이커리 축제(4월23~24일)는 대구 시민들에게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이번 축제의 기본 방향이 대구 시민들과 커피와 빵을 함께 먹고 추억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주제관과 홍보부스를 통해 커피와 빵의 역사를 만나고, 대구의 심장인 동성로 땅을 밟으며 대구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향수를 만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의미의 축제가 어디 있겠는가.다가오는 4월23~24일, 대구 동성로에 꼭 오시라! 커피 한잔, 빵 한 조각 나누며 동성로가 만든 대구의 '찐' 문화를 만나고 싶다면 말이다. 이상철 (대구시 위생정책과 주무관)이상철 (대구시 위생정책과 주무관)
[시선과 창] 말(言語)이 순해져야 세상도 편안해져
말이 독해졌다. 거칠어졌다. 거세졌다. 더러워졌다. 지저분해졌다. 말이 말이 아니다. 말 감옥이 뚫린 모양이다. 탈옥한 말들이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일제강점기 엄혹한 세상에서도 안 그랬다. 6·25전쟁 중 포성 속에서도 이러지는 않았다. 민주화를 외치며 함께 팔 흔들 때도 이러지 않았다. 큰 걱정이다.공동체를 이룰 때 사람들은 가슴속에 말 감옥 몇 개씩 지었다. 어떤 사람은 어설프게 지었고, 어떤 사람은 튼튼하게 지었다. 예의염치 감옥, 양심 감옥, 도덕 감옥, 자존심 감옥, 품격 감옥 등 사람마다 다양한 양식의 말 감옥을 지었다. 영국 사람은 젠틀맨십(Gentlemanship) 감옥, 프랑스 사람은 톨레랑스(tolerance) 감옥, 미국 사람은 다이버시티(Diversity) 감옥, 독일 사람은 게마인츠(Gemeinschaft) 감옥을 주로 선택했다.누구든 공동체 발전에 해가 되는 말은 감옥에 가두었다. 함부로 사용하면 서로 낯 붉힐 말도 가두었다. 욕설을 먼저 가두었다. 성 언어를 포함한 각종 외설스러운 금기어를 골라 가두었다. 혐오의 말, 분열의 말, 비방의 말, 무고의 말, 거짓의 말을 가두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예단의 말, 근거 없는 말, 지르고 보는 말을 찾아내어 가두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타인의 명예를 더럽히는 말을 가두기도 했다.전쟁통에 살아남는 일이 급해서 감옥을 지키기도 힘들었다. 사람들이 욕설 감옥부터 열었다. 감옥을 나온 욕설은 갇혀있던 분풀이라도 하듯 온 세상을 휘저었다. 때맞춰 장난감이 없던 어린애들이 장난감 대신 욕설을 불러내 같이 놀았다. 지체 높은 어른들도 아무 생각 없이 욕설을 썼다. 잠깐 사이 어지간한 욕설은 일상의 말이 되었다.감옥 지키는 힘을 덜어 편하게 된 사람은 더 험한 말도 풀어주었다. 그와 더불어 세상이 산업화, 근대화, 도시화라는 이름으로 갇힌 말의 탈옥을 부추겼다. 돈과 권력이 생기면 탈옥을 돕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탈옥한 말을 이용하는 사람도 생겼다. 1인 방송 시대가 되면서 탈옥한 말과 야합하는 사례가 늘었다. 교통수단,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선거철을 맞아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말 감옥을 유지하겠다고 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어리석은 사람,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특히 편 가르는 말을 붙잡아 두는 사람은 여지없이 공격 대상이 되었다.그러니 말이 멀쩡한 사람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가짜 말, 잘라낸 말, 짜깁기 한 말에 인격이 무너졌다. 변명하는 말, 우겨대는 말, 남 탓하는 말, 덮어씌우는 말에 품격이 사라졌다. 편 가르는 말, 논점 흐리는 말, 무시하는 말에 신뢰가 무너졌다. 억울하지만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탈옥한 말을 다시 가둘 때까지.감옥을 처음 열어 준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합당한 이유를 밝히지 못하면 엄벌해야 한다. 그런데 감옥 허물기에 동참한 사람이 너무 많다. 독한 말을 내보낸 사람을 대놓고 감싼다.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오히려 떠밀려 문을 연 사람을 가리키며 책임지라고 몰아붙인다. 나쁜 말이 사람을 나쁘게 만들었다. 나쁜 말이 세상을 나쁘게 만들었다.선거가 끝났다. 다시 건강한 대한민국 공동체를 생각하자. 말의 습격으로 입은 상처를 서로 보듬어 주자. 말 감옥을 재건하자. 탈옥한 말을 잡아들이자. 양심과 도덕의 말, 예의염치의 말을 쓰는 품격 있는 세상을 만들자. 말이 순해져야 세상도 편안해진다.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동대구로에서] 정치 후진국의 민낯을 봤다
지난 4·10총선에서 국민들은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비상식적인 정치관행들이 독버섯처럼 자라날 우려가 있어 걱정이 앞선다. '국민 선택은 옳다' '여소야대 정국엔 소통과 협치가 답이다'란 말만 부각할 때가 아니다. 몰라서 안 한 게 아니다. 알면서도 안 했다. 정치 색깔론에 기반한 '기득권 영구 수호 망령'이 뼛속 깊이 자리한 탓이다. 방치했다가는 국민의 일반적 사고와 가치관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 이번 22대 총선 때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이 161석, 국민의힘이 90석을 확보했다. 격차가 71석이나 났다. 득표율을 보자.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45.1%다. 득표율은 5.4%포인트 차이인데 의석수는 1.8배나 차이 났다. 마냥 여당 참패로 보기엔 께름칙하다. 한 지역구에서 1명만 뽑는 승자독식형 '소선거구제'의 괴리다. 현 선거제도가 민의(民意)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선거 당선자 중엔 범죄인으로 의심받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에 연루돼 재판받는 피고인들이 대거 당선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불법 대출 혐의로 고발되거나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성적 담론으로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인물도 6월이면 여의도 배지를 단다. 부끄러운 형국이다. 사회적 지탄이 쏟아져도 당최 물러섬을 모른다. 검증용 이슈 제기는 끝내 '색깔의 벽'을 넘지 못했다. 표 호소 방식에선 정치 후진국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야당은 시급한 민생고 해소·경제 살리기 공약은 뒷전이고 정권 탄핵부터 외쳤다. 보복심리가 짙게 깔려 있고 눈엔 살기(殺氣)가 서려 있다. 다중복합 경제위기 속에서 민생 문제는 선거 후에야 언급했다.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선고가 화근인 것 같다. 탄핵을 너무 쉽게 보는 정치 악습이 생겼다. 국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탄핵 언급은 조심해야 한다. 국가 불안을 원하는 국민은 없다.전직 대통령이 마치 선대본부장처럼 대놓고 선거판을 휘젓고 다닌 것도 볼썽사나웠다. 잊히고 싶다고 언급한 분의 행동이다. 존경받는 조용한 조언자로 남아주길 바랐지만 극단적 편 가르기 진영정치구도를 더 심화시켰다. 정치는 경제, 사회, 문화 정책의 기본 틀을 짜고, 질서를 바로잡는 중요한 영역이다. 특히 입법(의회)권력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현 정부의 불도저식 불통 행정과 이를 방관한 여당은 분명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탄핵·특검으로 겁박만 하면 국정 불안만 야기한다. 야당이 수용성 있는 해법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국민 뜻'이라며 의석의 수적 우세로 밀어붙이는 행위는 총선 표심을 곡해한 것이다. 여당도 진정성 있게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지금 정치판은 '시궁창 속'을 보는 것 같다. 빨리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 '소선거구제'를 고수하기보다 한 지역구에 2~3명이 당선될 수 있는 중선거구제로 바꾸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거대 양당체제 공고화와 지역구도 고착화를 해소하는 길이다. 입만 열면 여야가 영·호남 화합을 외치지만 막상 선거 때는 상대 당 후보의 입성을 허락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미국 상원제처럼 도시 규모에 상관없이 우리도 전국 17개 시·도에서 2명씩 별도로 의원을 뽑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 전문성 대신 범죄이력자 보호용으로 전락한 비례대표제를 대체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치 리셋(Reset)이 시급하다.최수경 정경부장최수경 정경부장
[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대구' 하면 떠오르는 사람
도시는 저마다 사람, 기업, 자본을 끌어당기려고 도시를 상품화하고 판촉하는 도시마케팅 활동을 한다. 도시마케팅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구체적인 삶터인 지역을 홍보하기 때문에 장소마케팅이라고도 한다. 프랑스 '파리' 하면 에펠탑이 떠오르고, 미국 '뉴욕' 하면 자유의 여신상이 떠오르는 랜드마크(landmark)가 대표적인 장소마케팅이다. 한국에서는 서울을 제외하면 지방도시들은 랜드마크를 가지기가 사실상 어렵다. '대구' '광주' 하면 어떤 랜드마크가 떠오르는가? 이렇다 할 대표적인 구조물도 없는 지방 소도시의 몸부림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자고 일어나면 전국에 케이블카가 개통되고 있고, 출렁다리는 150개가 넘었다. 도시마케팅은 도시와 관련한 가치를 창출하고,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브랜드마케팅도 중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도시 브랜드 슬로건은 미국 뉴욕의 'I♥NY'이다. 1977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바꾼 적이 없고, 도시 브랜드 슬로건은 시민의 것이었다. 'Seoul, My Soul' 'Busan is Good' 'Powerful Daegu', 서울, 부산, 대구의 브랜드 슬로건이다. 시장 임기 따라 계속 바뀌다 보니 브랜드마케팅이 안 되고, 시민들의 사랑도 못 받는다.사랑받는 브랜드 슬로건이 없고 주목받는 랜드마크도 없는 지방도시들은 어떻게 도시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좋은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을까? 물리적인 랜드마크와 정형화된 도시브랜드에서 사람, 시민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이인성 화가의 피사체 계산성당' '시인 이상화 생가터 라일락뜨락1956', 작년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서 주관한 '대구인물기행'의 코스다. 가수 김광석과 방천시장이 만나서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과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조선에 귀화한 일본 장수 김충선과 명나라 장수 두사충, BTS멤버인 뷔와 슈가까지 대구의 인물 기행 코스가 이어진다면 도시의 집합적 매력을 만들어낼 것이다.뉴욕시민들은 2001년 9·11테러 이후 'I♥NY More Than Ever'라는 구호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대구시민들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공동체 시민정신으로 극복했다. 청년들은 SNS를 통해 '1339 캠페인'을 주도했다. '#힘내라대구' '#내가대구다'라는 문구를 해시태그 한 캠페인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무려 5만5천여 명이 기부에 참여했다. '대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83타워 전망대'나 'Powerful Daegu'가 아니라 누구에게는 당신과 함께한 작은 장소, 소중한 기억이다. 누구에게는 당신이 도시의 랜드마크, 도시의 브랜드다.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사설] 총선 후 TK 현안 변화 없나? 여야 공약 전략적 접근 필요
눈길을 다시 우리 자신에게 돌릴 시간이다. 중요한 건 '우리 삶'이다. 강력하고 거대한 범야권이 등장하고, 정부 여당도 이들 눈치를 보기 시작한 건 대구 경북에 어떤 변화를 예고하는 걸까. 거야는 아마 국정 주도권도 나눠 가지려 할 것이다. TK 핵심 현안들이 아직 미완의 상태로 국회에 계류돼 있고, 관련법 제·개정과 예산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 갈등과 대결이 예견되는 22대 국회에서 'TK 현안'은 온전히 지켜질까. 총선을 앞두고는 알콩달콩 원만했었지만, 대구 경북에서 '0 대 25'란 성적표를 받은 야당의 태도에는 변화가 있을까. 손 놓고 있지 말고 21대 국회와는 다른 전략적 접근법을 미리 세워 대비해야 한다. 접근의 실마리는 여야 '공약'이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총선 직후 "오히려 민주당이 협력 파트너로 더 도움이 될 수가 있다. 대구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홍 시장의 낙관이 현실화하길 바라며 지역민의 기대도 다르지 않다. 행정부와 국회 권력이 바뀌어도 사업이 변함없이 진행되려면 법으로 대못을 박는 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국회 전략'이 중요한 이유다.중진과 새 인물이 적절히 조화된 TK 당선자가 22대 국회에 포진하게 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거야와의 지역 채널이 축소된 것은 분발 요인이다. 달빛철도, 신공항 건설 및 '규제 프리존' 특별법 제정, 군부대 이전, 기업은행 유치, 말뿐인 공공기관 2차 이전 등도 여야 합의와 정무적 판단이 긴요한 사안이다. 선언에 그친 공약을 우리의 미래 비전으로 안착시키고 지역 발전의 어젠다로 담아내는 절반의 몫은 우리 스스로에 달려 있다. 기득권 유지와 나태에 젖어선 안 된다.
[사설] 프로야구 오심 은폐 논란, 재발 방지 위해 일벌백계 마땅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24시즌부터 야심 차게 도입한 ABS(자동 투구 판정시스템) 운용과 관련, 심판진의 오심에 이은 은폐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도덕성과 공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ABS 자체의 기술적 완성도 문제와는 별개 사안이다. 심판이 경기를 지배하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볼 판정을 두고 벌어지는 선수·감독과 심판 간의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경기진행을 도모한다는 도입 취지를 한순간에 무력화시키고 불신의 판을 키운 행위다.눈과 귀를 의심케 한 장면은 지난 14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NC 경기 3회 말 2사 1루에서 삼성 이재현 타석 때 나왔다. 주심은 2구째 공을 볼이라고 콜했지만, ABS는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 NC 측의 항의에 심판진 4명이 모여 논의하는 과정에서 "음성은 볼로 들었다고 하세요. 우리가 빠져나갈 건 그거밖에 없는 거예요"라며 오심을 기계 탓으로 돌리려는 은폐정황이 고스란히 방송을 타면서 파문이 일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물론, 중계를 지켜본 수많은 팬들을 우롱한 처사다.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KBO는 해당 심판들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경위서를 제출받은 뒤 엄정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하면 부질없다. ABS 역시 시행 초기여서 선수들 사이에서 볼 판정 일관성 등 일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재미도 중요하지만, 공정한 판정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도입한 ABS를 심판이 오심과 은폐로 얼룩지게 했다는 사실은 용납이 안 된다. 프로야구 발전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일벌백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설] 민심·민생 강조한 윤 대통령, 야권과의 협치도 중시하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대(對)국민 메시지에 이어 민심을 경청하고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한 것이다. 범야권 192석, 여당 108석이라는 성적표로 드러난 민심을 경청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은 원론적이라 하더라도 매우 바람직하다. 이번 총선 결과는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과도 소통하고 야당과는 협치하라고 내린 유권자의 명령이기도 하다. 그런데 협치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은 매우 아쉽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회와의 협력을 강조하기는 했다. 국회와의 협력은 제 1야당인 민주당과의 협력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며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우리 미래에 비추어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누가 봐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 과정에서 언급한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을 공격한 것이다. 불통 정권에게 경고한 총선 결과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굳이 압승한 야당의 대표를 공격할 이유가 없다. 모두발언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앞으로 있을 비서실 및 내각의 인적 개편 때 보완해야 한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여당과 200석을 넘기지 못한 야권이 협력하지 않으면, 여야는 지난 2년처럼 대치하며 보낸 세월을 앞으로 3년간 더 맞아야 한다.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간다.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료개혁특위 "의료개혁 시기상 미룰 수 없는 과업…소통 통해 의견 좁힐 것"
경북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155명' 조정에 대구경북 타 대학 결정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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