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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의료개혁특위에 불참한 의사들, 국민은 안중에 없나?
의료개혁을 논의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25일 첫 회의를 갖고 출범했다. 특위는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수가 등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같은 의사단체들도 인정한 사안들을 논의하게 된다. 그런데 의정(醫政)갈등의 대척점에 있는 대한의사협회나 전공의협의회가 불참했으니 반쪽 특위로 시작한 셈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방침을 대학 자율 모집으로 변경했는데도, 의사단체들은 증원 백지화 요구에서 한발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의사들은 집단행동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의료개혁특위가 출범하는 날, 전국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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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하염없이 미뤄지는 국민연금개혁, 누구 책임인가
국민연금 개혁안이 갈 곳 모르게 표류하고 있다. 국민여론 수렴 취지로 발족한 시민대표단의 개혁안은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회 국민연금개혁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은 설문조사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에 대체로 찬성했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2% 혹은 13%로 올리자는데는 동의했다. 문제는 받는 연금인 소득대체율(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 비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여부이다. 시민대표단은 올리자는 안을 더 선호했다.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이다. 보험료율을 올리면 기금 고갈시기를 207..
[사설] '0%대 성장' 벗어난 한국, 민생경제 회복이 최대 과제
한국 경제가 잇따른 악재 속에서도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수출과 내수가 동반 성장하면서 경제성장률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2년여 만에 0%대 성장률을 넘어선 것은 의미 있는 신호다. UBS를 비롯한 세계적 투자은행들이 최근 일제히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0.1~0.3%포인트 더 높인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불안한 국제정세와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리스크가 상존해 추세적 성장인지 반짝 반등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25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
이슈칼럼영남일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다
정재훈
추현호
곽재혁
노윤구
김수영
유영철
최신칼럼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칼럼
[더 나은 세상] 삶에 항복할 때 오는 것들
운전을 즐긴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20대 초부터 운전을 했음에도. 유학생활 때도 최대한 좋은 위치에 집을 얻어 걷거나 대중교통으로 일상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그러다 새스커툰에 처음 왔을 때, 눈보라 속에서 혹은 빙판길 도로를 캐나다의 긴 겨울 동안 운전해야 하는 건 가장 큰 공포 중의 하나였다. 차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북미 특히 중소도시의 대중교통은 비효율적이라 "여기는 운전 안 하면 못 살아"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고 또 그렇게 사는 곳. 첫 학기 단과대학 교수회의 때 학장에게 "오늘 회의에 못 갈 것 같아. 이 날씨에 도저히 운전을 못 하겠어"라고 e메일을 보냈을 정도였다. "이해해. 다들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려"라는 답이 왔지만, 그것도 처음 한두 번이지 계속될 순 없는 일. 게다가 수업은 꼭 가야 하니 어깨와 목에 바짝 힘이 들어간 채 죽을 것 같은 무서움을 참고 운전해서 수업 갔다 집에 오면 "휴 오늘은 이제 안 나가도 돼"라고 절로 안도의 숨이 내쉬어졌다. 그리고 정말로 전혀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지인이 식사 초대를 해도, 운전이 무서워 못 간다고 했을 정도로. 사람들은 친절해서 태우러 와주기도 했는데 그것도 처음 한두 번이고.코로나 때 한국에서 지내다 연말 복귀하면서 한동안은 운전하지 않고 지내겠다고 결정했다. 상점들 많은 곳에 집을 얻었고, 수업 가야 하는 날은 정 안되면 비싸도 택시나 우버를 이용하리라 마음 먹었다. 그건 10여 년 전의 나에게, 정말 무서워서 죽을 것 같은데 그래도 해내야 한다고, 나를 도와줄 사람은 누구도 없으니 내가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나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정말 무섭고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지금의 내가 주는 선물이었다. 삶이란 참 신비로워서, 그러고 나니 우연히 만난 예전 학생이 마침 근처에 사는 대학 교직원이 되어 있어 캠퍼스 가는 날 태워주겠다고 나섰다. 로터리 클럽 모임 때는 멤버들 중 가는 길에 태워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이곳에 한국 성당은 없으니 좋은 교회나 성당을 찾는다고 했더니 동료가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 오면 태워주겠다고 했다. 예전 친척이 이 도시 살 때 10년간 예배가는 길 태워준 적 있다고. 그렇게 그 동료의 남편까지 매주 교회 오가는 길에 만나며 친구가 되었다. 친한 친구들과 공연이나 식사 약속이 있을 때는 이제 당연히 몇 시까지 태우러 갈게 이런 메시지가 온다. 물론 내가 타협해야 하는 부분도 당연히 있다. 교수들은 수업, 회의 외에는 컴퓨터로 대부분 업무가 이루어지니 집에서 일했는데, 교직원들은 출근 시간이 이르니 아침 일찍 가서 퇴근 시간까지 오피스에서 일한다. 집보다 불편한 점이 많지만, 이 또한 덕분에 업무를 되도록 집에 가져오지 않아도 되고 동료들과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살 줄 아는 건 중요하고, 동시에 도움이 필요할 때 내 나약함을 인정하고 도움 청할 줄 아는 건 내면이 강해졌을 때만 할 수 있더라. 그렇게 내 에고를 항복할 때 삶은 내 힘으로 해낼 수 있는 것 이상의 결과를 가져다주고. 지금 지치고 외롭고 힘든데 끝내 해내야 한다고 애쓰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놓아보라고, 그때 펼쳐질 새로운 삶에 마음 열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찬란히 아름다운 봄이니까.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취재수첩] 참외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성주군의 노력
전국적 참외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며 참외 산업의 메카로 우뚝 서 있는 경북 성주군이 5년 연속 참외 조수익 5천억원 달성에 힘입어 올해는 '참외 조수입 8천억원' '농업 조수입 1조원 달성'이라는 성주군 역사상 최대의 영농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겨울부터 계속된 이상기후의 여파로 성주군의 농업생산량 목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겨울철 온난한 날씨와 야간 저온, 흐린 날씨와 비가 반복되는 이상기후에 참외 발효과 발생이 많이 증가하면서 생산량 저하와 농가 소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통상 꽃을 피우고 수정 후 출하까지 40여 일이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4월 출하량 또한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이처럼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의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래 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큰 흐름으로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가 제시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피부로 실감할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에 반해 제철 과일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다양한 재배환경의 개선 및 기술발전을 시기 질투라도 하듯 때때로 자연은 변화무쌍한 모습을 통해 몽니를 부리는 듯해 잠시라도 연구개발에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근대농업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18세기 중반 시작된 윤작법은 지력을 향상해 영국을 농업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1950년대 다수확 품종을 개발하는 녹색혁명은 미국을 현재까지 세계 농업의 중심국가로 자리 잡게 했다. 최첨단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 농업 부문에도 접목되면서 새로운 농업혁명도 꿈틀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기술도 그중 하나로 특히 AI는 기후 예측뿐 아니라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자율 재배 등 다양한 현장에 접목될 수 있어 최근 더욱더 주목받고 있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성주군은 변함없는 '참외 조수입 6천억 시대' 정착을 위해 '성주형 스마트 참외 산업 모델'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성주군의 참외 스마트팜 시설보급률은 비록 4.8%에 그치고 있지만, 성주군은 2026년까지 30%까지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성주군의 참외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석현철기자〈경북부〉석현철기자〈경북부〉
[박규완 칼럼] 국회의원 특권 없애자
국회의원을 흔히 '신의 직장'이라 한다. 왜일까. 의원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이라서? 지역 민의의 대표자라서? 아니다. 당론을 충실히 따르는 '정당 병정'일 뿐이며, 민의를 대변하기보단 정쟁과 명예 탐닉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국회의원이 '신의 직장'인 까닭은 오롯이 그 많은 특권과 특혜 때문이다. 의원 당선이 입신양명의 압축판인 이유이기도 하다. 특권·특혜 및 의전 관련 조항이 무려 186개다. 항공기 비즈니스석, KTX 특실을 공짜로 타고 공항과 역 귀빈실을 이용한다. 의원회관 내 이발소·헬스장·목욕탕과 약국·치과·내과·한의원이 무료다. 수입도 쏠쏠하다. 2023년 기준 국회의원 세비는 연 1억5천426만원이다. 국민소득 대비 OECD 국가 중 3위다. 여기에 1억원가량의 의원실 경비를 별도로 지원받는다. 의원 차량 유류비, 출장비 등이 포함된다. 9명의 보좌진을 거느리는 것도 대한민국 국회의원만의 시그니처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8·9급 비서 각 1명, 인턴 1명이다. 보좌진 총급여는 5억2천여만 원. 의원 1인당 연간 7억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꼴이다. 2000년 이전까진 보좌진이 5명이었다. 국회의 씀씀이가 더 방만해졌다는 증좌다. 이뿐이랴. 국회의원은 매년 1억5천만원, 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까지 정치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출판기념회도 공공연히 의원들의 주머니를 불려준다. 게다가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국고에서 환급받는다.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출마하고 돈도 받고. '선거 재테크'가 가능한 구조다. 국민세금으로 의원 전용 '화수분'을 만들어주는 격이다. 특권의 백미는 또 있다. 불체포 특권이 방호해주니 웬만한 비리·불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거짓말해도 면책특권 뒤에 숨으면 그만이다. 유감스럽게도 의회 효용성 평가는 OECD 국가 최하위다. "가성비가 낮다"는 말만으론 우리 국회의 '고비용 저효율' 체계를 온전히 웅변할 수 없을 듯싶다.한데 '신의 직장'치곤 진입 문턱이 낮다. 사기 행각이 드러나거나 막말을 쏟아낸 인물, 성범죄 옹호자, 부동산 투기꾼이 걸러지지 않는다. 특권은 강고하고 구성원은 열화(劣化)하는 형국이다. 구태정치의 야누스다. "국회부의장이 직접 커피를 뽑아 탁자 위에 놓았다. 3선 의원인데도 따로 보좌관이 없고 방은 작았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가 전한 스웨덴 국회의 단면이다. "온갖 특권을 누리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니 정치가 부패·타락하는 것"이라는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의 진단은 틀리지 않는다. 이제 특권을 내려놓을 때가 왔다. 계몽주의의 초석을 놓은 영국 정치사상가 존 로크는 "정치인은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일 뿐"이라고 했다. 일하는 대리인에 특혜와 특권, 과잉 의전이 왜 필요한가. 특권 폐지는 22대 국회에 부여된 소명이자 국민의 여망이다. 국회의원은 '신의 직장'이 아닌 '3D 업종'이어야 한다. 그래야 상시 '일하는 국회'가 구현된다. 지역패권주의와 양당 독과점 구도를 혁파할 수 있다. 여의도가 바뀌어야 공정과 지방의 가치가 존중되며 대화와 협상의 문화가 작동할 수 있는 '새 정치'가 열린다.세계가치조사에 의하면 스웨덴 국회의 신뢰도는 63.3%인데 비해 한국 국회는 20.7%에 불과했다. 특권의 역설이다. 특권 폐지가 정치 업그레이드의 시작점이다.박규완 논설위원논설위원
[사설] 극단의 여소야대, 協治의 大義가 시대정신이다
전쟁터를 방불케 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막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야권 압승이 현실화됐다. 여소야대(與小野大)가 극단화되면서 의회권력을 민주당이 완전 장악하게 됐다. 22대 입법부는 윤석열 정권을 무장해제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대한민국은 극한의 대치정국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일촉즉발의 정치적 사건도 예견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당 대표를 비롯해 국회에 입성할 이들 중 상당수는 형사재판을 앞두고 있다. 법을 넘은 정치적 힘겨루기는 갈등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선거를 통한 유권자 선택은 민심의 심판이라고 했다. 불가역적이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들이 있다. 대한민국이 전진하려면 어떡하든 '인식의 격차, 주장의 차이'를 극복하고 협치(協治)란 대의의 발판에 서야 한다. 선거전은 진영대결과 팬덤정치를 등에 업고 상대를 척결해야 한다는 소위 심판론이 휩쓸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향해 범죄자 집단으로 규정하고 나라가 망할까 봐 걱정된다고 맹공했다. '무시무시한 세상이 올 수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용서할 수 없는 실패한 정권으로 몰아붙였다. '대통령 탄핵'이란 경고장이 시험대에 올랐다.독한 승부와 독한 언어들은 선거로 종료될 수 있을까. 낙관하기 어렵다. 극한의 대립이 이어진다면 정치가 3류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을 향할 것이다. 이번 선거만 해도 3천920억원의 비용을 들였다. 4천400만 유권자에게 38개 정당이름이 담긴 역대 최장 길이 51.7㎝의 투표용지가 내밀어졌다. 그런 비용과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민주주의 정신을 각기 상기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야당과 입법부를 더 존중할 필요가 있다. 비토권을 남발하는 '비토크라시 정부'로 남아서는 안 된다. 야당은 식물정부를 겨냥한 입법독재의 작업들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행여 '정권 탈취'란 유혹을 떠올린다면 후일 악몽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절박한 과제는 민생(民生)이다. 국민은 지금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물가·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대파 논쟁' 이슈가 돌출한 것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그만큼 민생은 힘들다. 물가를 챙기고, 자칫 낙오할지 모를 서민층을 보듬는 정책과 입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미 수많은 공약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인구 위기 극복을 국가 현안으로 보고 5세 이상 무상보육, 육아휴직 확대, 세 자녀 이상 가구 대학 등록금 전액 면제를 약속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서민 지원 대책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보편적 복지와 '기본 사회' 카드를 꺼냈다. 전 국민 25만원 지급, 월 20만원 아동 수당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전국 철도 지하화 , 통신비 인하, 노인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은 여야 모두 약속했다. 공약은 포퓰리즘이란 오명처럼 남발돼서는 안 되지만 표심만을 노린 '공약(空約)'으로 끝나서도 더욱 안 된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 즉 정책집행의 의지와 예산 마련이다. 정치적 공약들은 합리적 순서에 따라 선별을 가려야 한다. 여야 제정당은 각자 내놓은 공약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민생회복의 마중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진정성만이 죽일 듯 달려들며 선거전의 스트레스를 국민에게 안겼던 정치가 조금이라도 국민께 미안함을 더는 길이다. 그 진정성의 첫걸음에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시작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국민은 지금 정치를 걱정하게 됐다.
[사설] 국힘 TK 중진들, 이젠 選數(선수)에 맞는 역량을 발휘해라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예상대로 압승했다. 그 결과 대구경북에서는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어느 때보다 많이 배출됐다. 대구에는 주호영(수성구갑) 의원이 6선 의원으로 등극해 당내 최다선 의원이 됐다. 윤재옥(달서구을)·김상훈(서구) 의원은 4선 고지를 밟았다. 4선이면 당 대표 후보 반열에 오른다. 3선이 되는 추경호(달성) 의원은 경제부총리를 지냈기에 무게감은 3선 이상이다. 경북에는 김석기(경주)·이만희(영천-청도)·김정재(포항북구)· 송언석(김천)· 임이자(상주-문경) 의원 등 5명이 3선이 된다. 3선은 상임위원장 후보군이다.국회는 무엇보다 선수가 중요한 만큼 지역 중진들의 입지는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여태껏 지역 중진들은 선수에 비해 정치적 존재감이 너무 미약했다. 원내대표나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하더라도 활동상으로 볼 때, 다른 지역의 초·재선보다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대구경북이 윤석열 정권 창출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지만, 그에 상응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역량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 총선이 끝났으니 머지않아 국민의힘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릴 것이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도 구성될 것이다. 대구경북 중진들이 그 자리에 앉을 것이다. 이제는 선수에 맞는 역량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본인만 좋은 자리를 즐기는 게 아니라 직책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민생과 대구경북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야당뿐 아니라 여당과 정부에 대해서도 전투력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그것이 중진으로 만들어준 지역 유권자들에 대한 보답이다.
[자유성] 호랑가시나무
며칠 전 충남 태안에 자리한 천리포수목원에 갔다. 천리포수목원이 일곱 번째 여는 '사르르 목련' 축제 기간이었다. 특히 비공개 구역인 '비밀의 산정' 해설 프로그램이 있어 먼 거리를 마다치 않고 달려갔다. 올해 처음 선보인 이 프로그램에서는 전문 가드너가 미리 예약한 방문객을 안내하면서 해설을 해주고 있다.천리포수목원은 목련수목원이라 할 정도로 목련이 많다. 설립자인 고(故) 민병갈 원장은 목련을 특히 사랑했다고 한다. 비밀의 산정에서는 목련뿐만 아니라 호랑가시나무·무궁화·동백나무·단풍나무 등 5개 수종을 중심으로 다양한 식물을 육성시키고 있다. 민 원장은 전남 완도에서 특이하게 생긴 호랑가시나무를 발견하였는데, 분석해 본 결과 감탕나무와 호랑가시나무의 자연교잡종이었다. 민 원장은 이를 완도호랑가시라 이름 짓고 아일렉스 완도엔시스(Ilex x wandoensis)라는 학명으로 학계에 보고했다.호랑가시나무(학명 Ilex cornuta)는 잎의 가장자리에 돋아난 가시가 호랑이의 발톱 같다는 데서 유래했다. 학명에서 코르누타(cornuta)는 뿔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도와 제주도 등 남부지역에서 자라며 다른 지방에서도 조경용으로 널리 재배되고 있다. 대구수목원에서는 초입 오른쪽에 위치한 활엽수원에서 호랑가시나무를 볼 수 있다. 한창 꽃이 피는 요즘 앙증맞게 피는 우윳빛 꽃에서 발산하는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비밀의 산정 프로그램은 오는 21일까지 이어진다. 천리포수목원 매력의 원천이 궁금하다면 한 번 가볼 만하다. 단, 예약이 만만치 않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부장·나무의사
[영남타워] "대구에 뼈를 묻겠습니다"
승자와 패자는 갈렸다. 22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 모두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선거운동 기간 최선을 다했다.승자와 패자 중엔 지역에서 태어나 지역에서 활동하며 지역을 사랑하고 아낀 이들도 있지만, 학창 시절 이후 수십 년간 아무런 지역 활동 없이 총선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고 중앙당의 공천을 받아 후보가 된 '낙하산 인사'도 있다.낙하산 인사 중 당선돼 금배지를 단 후보도 있고, 낙선의 고배를 마신 이도 있다. 이들은 선거운동 기간 저마다 "뼈를 묻겠다"며 지역구 주민들에게 90도가 넘도록 허리를 굽히며 한 표를 호소했다.22대 총선은 끝났다. 선거기간 총력을 다한 여야의 지역구 의석수( 254석) 도 결정됐다. 비례대표 포함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6월1일 개원식을 시작으로 2028년 5월31일까지 임무를 수행한다.총선을 불과 26일 앞둔 지난달 15일 국민의힘은 '대구 북구갑'에 우재준 변호사, '대구 동구-군위갑'에 최은석 전 CJ제일제당 대표를 공천했다. 두 후보 모두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며 대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됐다.우재준 당선인은 복현초, 덕원중, 대륜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진학한 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재개발·재건축 분야 전문 변호사로 서울시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 서울 동대문구 법률고문, GS건설·롯데건설의 송무 및 자문변호사 등 주로 서울에서 활동했다. 대구 활동은 대구시 감사위원이 전부다.최은석 당선인은 동도초, 덕원중, 구미고를 거쳐 서울대를 졸업한 뒤 첫 직장 쌍용정유를 시작으로 삼일회계법인, 삼경회계법인 등을 거쳐 CJ그룹 사업2팀장으로 입사해 대표까지 올랐다.대구에서 학창 시절만 보낸 뒤 대부분의 활동을 서울에서 한 두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 '대구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임해 금배지를 달았다.16년 전인 2008년에도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서울대에 입학한 뒤 서울 기반 생활을 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8대 총선에서 이들과 똑같이 "대구에 뼈를 묻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대구 수성구을' 선거에서 낙선한 뒤 곧바로 대구를 떠나 2년 뒤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하더라도 몇십 년 만에 맺은 대구와의 인연을 바꾸지 않겠다"고 한 약속은 선거 후 주민등록을 옮기고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준비했던 그가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겠다고 하자, 일부 정치인들은 "이제는 경기도에 뿌리를 내리기를 바란다"며 비꼬기도 했다.하지만 김부겸 전 총리는 달랐다. 2012년 19대 총선 '대구 수성구갑'에서 40%가 넘는 득표율에도 낙선한 김 전 총리는 절치부심하며 2년 뒤 다시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했다. 역시 득표율이 40%가 넘었지만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그는 '2전 3기'로 2016년 20대 총선(대구 수성구을)에 다시 출마해 민주당 후보로 31년 만에 당선되며 대구 정치사의 한 획을 그었다.22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하는 우재준·최은석 당선인도 '대구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지역구는 물론 대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낙하산 후보'라는 오명은 곧 사라질 것이다. 임성수 경북본사 부장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기고] 사무장병원 불법 척결 위해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해야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950만명을 넘어섰다. 곧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생산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노인의료비는 급증하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진료비는 2022년 약 45조원으로 이는 국민 전체 진료비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노인진료비가 매년 급증하고 있어 은퇴 후 소득은 줄고 병원 가는 횟수는 늘고 있는 노인 중 한 명으로서 마음이 편치가 않다.다행히 건보공단에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사경'이란 전문성을 요하는 특수 분야의 범죄에 한해 행정공무원 등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약국(이하 '사무장병원')으로 불리는 불법개설기관을 적발·수사하기 위해서다. 사무장병원은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면허를 빌려 불법으로 개설·운영하는 병원, 약국 등을 말한다. 환자의 권익과 치료보다는 주머니 채우는 것이 최우선이기에 항생제 과잉 처방, 일회용품 재사용, 요양병원 내 환자(노인) 방치 등 불법행위를 자행해 질병을 악화시키는 등 노인들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 건보 재정 손실은 말할 것도 없다. 2018년 밀양 요양병원의 화재로 47명의 사망자와 145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무장병원의 사례다.건보공단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의 불법행위는 날로 교묘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 금액이 최근 14년 동안 약 3조4천억원에 달한다. 안타깝게도 이 중 공단에 회수된 금액은 6.7%인 2천282억원에 불과하다. 우리가 낸 보험료가 줄줄 새는 것도 모자라 결국 최종 피해가 국민들에게 되돌아온다니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문제는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을 적발해도 수사권이 없어 경찰 수사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강력사건, 민생범죄를 우선할 수밖에 없어 그사이 국민들은 위험천만한 의료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불법 개설자들은 잠적, 재산을 은닉해 환수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건보공단은 '특사경'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특사경'이 도입되면 건보공단은 계좌 추적이나 관련자 조사 등을 신속, 정확하게 할 수 있어 수사기간을 11개월에서 3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조기에 사무장병원을 적발, 퇴출시켜 국민 건강을 지키고 연간 약 2천억원 정도의 건보 재정 누수 차단과 함께 우리가 내고 있는 소중한 건강보험료가 엉뚱한 곳에 쓰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현재 국회에는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논의 중에 있다. 일각에서는 수사권 오남용 등 공단에 과도한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은 '특사경'의 수사범위가 제한적이어서 보완 장치를 마련하면 이러한 문제는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더구나 건보공단은 10년 넘게 사무장병원 적발과 환수업무를 수행해 얻은 풍부한 경험이 있다. 의사, 수사전문가 등 2천500여 명의 전문인력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개설감지시스템' 운영 등 전문성과 인프라를 갖춘 공공기관이다.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건보공단의 '특사경' 도입을 적극 지지하고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 임기 내 반드시 통과되길 염원한다. 이태득 (대한노인회 대구수성구 지회 부회장)이태득 (대한노인회 대구수성구 지회 부회장)
[돌직구 핵직구] 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할 것인가?
22대 총선에 투표하면서 걱정과 불안이 앞섰다. 여당도, 야당도 흔쾌히 좋아서 선택한 게 아니다. 나라를 생각해서 투표한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국가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 것인가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막스 베버의 정의대로 "정치란 국가를 운영하는 활동"이다. 이번 총선도 예전과 다름없이 야당의 '정권심판론'과 여당의 '야당심판론' 간판 아래 철 지난 구호들만 난무했다. 미래 지도자가 될 신선한 인물을 발굴하지 못하고, 국민의 생활을 진보시킬 정책도 없고,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공약 하나 없었다. 증오로 가득 찬 독설과 해프닝을 가십화하는 이미지 정치, 구시대적 매너리즘의 반복뿐이었다. 낡은 시대 청산이라는 시대적 요구는 외면한 채 무능한 구악(舊惡)과 부패한 신악(新惡)들만 양산했다. 정치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이들에게 '대한민국 위기론' '지속불가능론' 해결을 기대하는 게 연목구어는 아닐까. 위기론의 핵심은 인구 감소이다. 미국의 한 대학교 연구소에 따르면 2100년 대한민국 인구가 현재의 절반 수준인 2천680만명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한다. 통계청도 2021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해서 2070년 3천766만명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지역의 인구 소멸은 더욱 심각하다. 행정안전부와 감사원은 인구 소멸위험 단계에 들어선 기초단체가 83~89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국 시·군·구의 3분의 1이 넘는다. 2005년 '저출산고령화기본법' 제정 이후 약 38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다는데 결과는 참혹하다. 작년 합계출산율이 0.72에 그쳤고 올해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국민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점증하는 사회적 갈등과 대립은 또 하나의 문제이다. 다른 용어로 국가 통합성, 국민 응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지역·세대·계층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3위에 오를 정도로 심각하다. 갈등을 관리하는 정부의 능력은 최저 상황이다. 반대로 사회통합지수와 국민행복지수는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살률, 노인빈곤율과 자살률, 청년자살률, 이혼율 등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 격차도 문제이다. 계층 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와 소득 상하위 비율도 크지만, 자산의 격차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평생 월급 모아서 집 사기가 불가능해졌다. 갈등의 경제·사회적 비용은 증가하고 종국에는 공동체 붕괴의 위기에 직면한다.국가의 지속성과 통합성을 유지하는 기본 원리는 '자유'와 '공정'이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고, 땀 흘려 노력하는 사람이 잘사는 게 공정이다. 정치적 자유는 주어졌지만 경제적 자유는 요원하고, 편법과 탈법이 극성이다.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정직과 성실은 바보들의 덕목이 되었다. 결과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청년들의 '헬조선' '이생망'이란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정치인에게 도덕성과 양심을 포기한 지는 오래되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애국심과 정책 능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는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해 대책이라도 세워주길 바란다. 국가대개조 혹은 국정대혁신도 좋다. 그리스 번영을 가져온 솔론의 민주적 개혁이든 페리클레스의 포용과 대통합 정책도 괜찮다. 거기에 미치지 못해도 좋다. 거시적 프로그램이든 미시적인 정책이든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있기를 기대해본다.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시선과 창] 투표할 권리, 기권할 권리
필자가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 주말에 한 일본인 지인과 함께 지역 행정기관 앞을 지난 적이 있었다. 당시 기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사람들은 대부분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인 지인은 그 광경을 두고 '무료 나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라 추측했지만, 알고 보니 그날은 일본의 선거 투표일이었다. 정치에 무관심한 일본인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화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은 개인 투표율이 매우 저조한 국가 중 하나다. '투표는 국민의 의무'라며 투표율 제고를 위한 캠페인이 활발히 전개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일본의 낮은 투표율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필자의 경험은 투표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민주주의는 일반 시민의 정치 참여를 통해 지탱되는 제도다. 이렇게 시민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권리를 '참정권'이라 부른다. 우리는 흔히 참정권을 단순히 '투표할 권리'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참정권의 개념은 이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투표권은 물론이고 피선거권,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 다양한 권리가 참정권의 범주에 포함된다. 물론 이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이고 본질적인 참정권의 행사 방식은 단연 투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투표가 다른 정치 참여와는 별개로 구분되는 일종의 '의무'라고까지 볼 수 있을까?필자는 투표권과 함께 '기권할 권리' 역시 참정권의 중요한 일부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기반하지만, 동시에 소수 의견을 포함한 모든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어떤 유권자가 선호하는 후보를 찾지 못해 기권표를 던진다면, 이는 단순히 투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뜻을 대변해줄 후보가 없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흔히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선택을 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대의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일부 국가에서는 투표를 법적 의무로 규정하는 강제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의무 투표는 유권자들의 신중한 선택을 방해할 수 있다. 선거 이슈에 관심이 없거나 후보자에 대해 잘 모르는 유권자들까지 무조건 투표장으로 내몰 경우, 충분한 고민 없이 섣부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 투표율을 높이는 것 같지만, 민주주의의 질적 향상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셈이다. 이렇듯 맹목적인 투표 참여보다는 유권자 스스로가 선거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자신의 의견을 신중하게 표현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긴요하다. 투표는 단순한 동원이 아니라 주권자로서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정치 참여가 되어야 한다. 유권자 개개인이 신중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이다.물론 우리는 투표의 소중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투표는 주권자인 국민이 대의 민주제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에 직접 참여하는 행위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기권할 권리를 존중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을 높이고 자발적 투표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투표권과 기권할 권리, 이 두 권리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온전해질 수 있다. 4월10일, 오늘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이다. 우리 사회가 참정권의 온전한 가치를 인식하고, 투표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면서도 기권의 의미 또한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서승완 유메타랩 대표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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