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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되돌릴 수 없는 의대 증원, 언제까지 의사들만 따로 놀 것인가
이르면 이번 주에 각 의대 증원 규모가 정해지고, 이를 반영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도 확정될 전망이다. 각 대학의 모집 요강이 발표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대학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및 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며 의대생과 교수·전공의 등이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한 서울고법 행정7부의 지난 16일 판결에 기인한 것이다. 의료계는 서울고법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을 진중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판결문은 "의대생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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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국구 된 대구은행, 종국적 목표는 '밸류업'
대구경북을 대표해 온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마침내 전국구 은행인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정례회를 통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영업인가를 최종 의결했다. 이로써 시중은행은 현재 6개에서 7개로 늘어났다. 1967년 대구 상공인들의 뜻을 모아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대구은행의 야심 찬 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무엇보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첫 케이스여서 한국 금융업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와 함께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빨리는 대한민국 현실을 새삼 반추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축하를 받기에..
[사설] 들개가 되는 반려견, 물건 쓰다가 버리듯 해서야
반려동물 양육 인구 1천500만명 시대다. 이들 가구가 느는 만큼 버려지는 동물도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 해 전국에서 유기되는 반려동물은 13만 마리가량이다. 이 가운데 반려견이 70%를 웃돈다. 유기견의 경우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구조·포획을 위해 출동한 경우가 1천400건으로 전년 대비 24.1% 늘었다. 처음 키울 때야 가족처럼 여기고 애정을 쏟는다. 하지만 나중엔 질병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원거리 관광지 등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인이 장기간 집을 비운 사이 외부로 나가 길을 잃고 유기견 신세가 되기도 한다...
이슈칼럼영남일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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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시대정신] '차선'인가 '차악'인가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 사람들은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말하지만, 이 축제가 온갖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는 개판이 된 지 꽤 오래되었다.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담론과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심판론이 총선판을 휩쓸고 있다. 4년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선거에 투표는 하고 싶은데 뽑을 정당이 없다는 아우성이 일어난다. 윤석열도 싫고 이재명도 싫다. 한동훈도 싫고 조국도 싫다. 모두 싫은 데도 우리는 선택할 수밖에 없다. 뽑을 정당이 없는 상태에서 선택을 강요당한 국민은 역설적으로 그토록 싫어하는 양당 제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인가? 민주주의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의 핵심적 지주인 시민의 민주 의식이 부패하였기 때문인가? 민주주의에 대한 냉소적 통찰로 유명한 윈스턴 처칠의 말이 떠오른다. "지금까지 시도됐던 다른 통치 형태를 모두 제외한다면, 민주주의는 최악의 통치 형태다."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을 보면 한국 민주주의는 '최악'이 분명하지만, 민주주의 제도는 그래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의 보수당은 1945년 7월 총선에서 압승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노동당에 정권을 빼앗기는 역대급 참패를 당했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선거는 종종 예상을 뒤엎는다. 선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푸틴의 당선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사전에 결정된 전체주의 정권의 선거와는 다르다. 왜 당시 영국의 시민들은 처칠의 공적을 인정하면서도 전혀 다른 선택을 한 것일까? 우리의 총선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민주주의 제도의 미덕인지도 모른다.국민은 정권을 띄우기도 하고 가라앉게도 한다. 국민은 도덕적으로는 이미 정치 무대에서 사라졌어야 마땅한 사람도 다시 불러와 부활시키기도 한다. 국민은 한마디로 변덕스럽다. 찍을 정당이 없다면, 시민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까? 이래도 저래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무조건 선택하는 찐 보수나 찐 좌파의 성향을 일단 제쳐두기로 하자. 그들의 기준은 어차피 '소속'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정당과 집단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이념과 정책을 별로 중시하지 않는다. 우리의 정치판을 요동치게 만드는 것은 중도이다. 중도는 적어도 우리가 잘살려면 '이런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상식에 기반하여 정책과 인물을 가늠한다.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집단이다. 조국 열풍이 부는 데도 제3지대가 힘을 얻지 못하는 것을 보면, 중도의 합리성도 감정에 침식되어 파열된 것처럼 보인다. 찍을 정당이 없다는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중도의 선택 기준이 '차선'과 '차악'이라는 감정적 기준으로 축소된 것처럼 보인다. 차선은 최선의 다음이고, 차악은 최악보다는 덜 나쁨이다. 우리가 선택할 최선이 없다면, 차선과 차악은 유일한 대안이다. 그런데 '차선의 선택'과 '차악의 선택'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상적인 후보자가 없어 최선 대신에 차선을 선택할 때, 우리는 가능한 옵션을 평가하고 자신의 가치나 선호도에 부합하는 옵션을 선택한다. 예컨대 사람은 못마땅해도 그가 추구하는 정책이 가장 큰 이점을 제공하거나 가장 적은 피해를 제공한다면, 우리는 차선을 선택하여 긍정적인 결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반면에 '차악의 선택'은 사용 가능한 옵션을 비교하고 두 옵션이 모두 이상적이지 않더라도 덜 해롭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옵션을 선택한다. 윤석열·한동훈이 이기면 나라가 망한다거나 이재명·조국이 득세하면 나라가 끝장이라는 네거티브 유세가 판치는 선거에서는 차선보다는 차악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서로를 악이라고 비방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덜 사악한 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문제는 어쩔 수 없이 차악의 옵션을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기준을 무심코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덜 나쁜 것을 반복적으로 선택하면 기대치가 점차적으로 낮아진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인식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냉소와 무관심을 불러온다. 사람들은 두려움, 좌절, 환멸로 인해 인물과 정책에 투표하기보다는 '반대투표'를 할 수 있다. 유권자는 실제 선호도와 일치하지 않더라도 덜 싫어하는 후보자를 전략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수준 이하의 부정적 선택의 순환을 영속시킬 수 있다.우리는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가? 어떤 정당과 정책이 이런 나라의 실현에 도움이 되는가? '차선의 선택'은 이 물음에 대해 적어도 자신의 기준을 되돌아본다. 내가 원하는 가치와 정책이 무엇인지 검토한다. 그런데 우리가 끊임없이 덜 악한 '차악'을 선택하다 보면, 정치에서 개혁과 혁신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당선되더라도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 분명하다면, 현상을 유지하고 대안의 목소리를 억제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나쁜 정치 문화는 계속 나빠지고, 개선되지 않는다.우리는 '차악'보다는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 인간은 본래 긍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에 의하면 질병에 대한 두 가지 대응이 제시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사람을 구할 확률이 1/3이고 아무도 구할 수 없는 확률이 2/3인 좀 더 뻔한 대안보다 확실히 200명을 구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한다. 첫 번째 옵션을 선택하면 400명이 확실히 죽는다. 통계의 기만이지만, 우리는 사람을 확실히 구할 수 있다는 옵션을 선호한다. 어느 정당이 우리에게 확실히 긍정적인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면, 우리는 차악보다는 차선을 선택할 것이다. 차악의 선택은 감정에 쏠리고, 차선의 선택은 합리적 평가를 추구한다. 우리가 좋은 정치 문화를 만들려면 합리적인 평가와 정서적 반응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단순히 해악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과 가치, 그리고 더 큰 이익을 바탕으로 투표해야 하는 이유이다. 불완전한 옵션 중에서 선택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차선과 차악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면 우리는 더 사려 깊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포스텍 명예교수포스텍 명예교수
[사설] TK, 사전투표율 '최저'…내일 본투표에서 '최고' 기대
1등과 꼴찌엔 이유가 있다. 사전투표에서 대구가 전국 꼴찌(25.60%) 투표율을 기록한 것을 늘 있는 일인 양 쉽게 넘겨선 곤란하다. 잘못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그것이 바로 잘못이다. 경북(30.75%)도 겨우 30%를 넘겼으나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시·군 단위로는 전국 꼴찌 달성군(22.88%)에다 달서구(24.29%)·북구(24.68%)까지 3곳이나 하위 5곳에 포함됐다.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31.28%)로 전국이 뜨거운데 TK만 거꾸로 가는 이유가 뭔가.'국민의힘 공천=당선'이란 인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결과가 뻔하면 관심이 떨어진다. 눈길을 끄는 공약이 부족한 것도 한몫했다. 지역에 적잖은 강성 보수층 사이 유포된 '사전 투표 불신론'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공천 번복, '국민추천 프로젝트'라는 겉만 번드레한 '듣보잡' 공천, '떼놓은 당상'처럼 보인 무성의한 유세도 실망스러웠다.한마디로 줄이면 '경쟁 실종'이다. '경쟁 실종'은 '다양성 부재'에서 비롯한다. 이건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는 늘 경쟁력 없는 'TK 의원'만 탓했지만 실은 우리 자신, '유권자'의 성찰이 필요함을 간과한 것이다. '물'이 문제였는데 괜히 '물고기' 탓만 했으니 변화와 혁신이 요원했다. 사전투표율 상위 10개 시·군 모두 호남에 있을 정도로 '호고영저(湖高嶺低)' 현상이 뚜렷했다. 여·야 '텃밭' 투표율의 극단적 차이로는 TK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 수 없다. 냉소로 가득한 22대 총선, TK 유권자 주도의 심판과 혁신은 '투표 참여'로 시작한다. D-1, 내일 본투표에서 TK 투표율 전국 '최고'를 기대한다.
[사설] 醫政 분위기 달라졌으니 의대생들은 학교로 돌아와라
경북대 의대와 전북대 의대가 8일 수업을 재개했다. 경북대는 예과 2학년과 본과 1·2학년 강의를 온라인으로 시작했다. 계명대·대구가톨릭대·영남대 의대도 오는 15일쯤 수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의대생들이 반발하면서 수업을 거부하자 휴강 등의 방식으로 수업을 미루다 보니, 법정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단체로 유급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유급이 되면 의사 국가고시 응시도 그만큼 늦어진다. 의대생들에게는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고, 우리 사회는 고급 인력의 배출이 늦어지는 손실을 본다. 그래서 상당수 의대 교수들도 의대 증원 반대 입장과는 상관없이 학생들의 수강을 독려하고 있다. 학생은 어떤 상황에서도 배움을 멈춰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의대 증원 방침으로 의대생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클 것이다. 수업까지 거부하는 그들의 심정이 이해된다. 하지만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를 시작할 때와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당장 정부가 이전보다 유연해진 자세로 의사 단체와 대화를 하려 한다. 의협도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들의 만남을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하면서, 총선 이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등과 함께 의대 증원 추진과 관련된 합동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그러니 의대 증원 문제 해결은 선배들에게 맡기고, 학생들은 수업을 들어가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면 된다. 의사들이 환자 곁을 지키면서 내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듯이, 학생들은 수업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 때 사람들은 귀를 기울인다. 너무 늦지 않게 학교로 돌아가길 바란다.
[사설] 짙게 드리운 高유가 그림자…서민경제에 치명적이다
지금도 충분히 고달프다. 사과나 배, 하다못해 파를 살 때도 예전처럼 선뜻 지갑을 열기가 편치 않을 만큼 이미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고금리나 고환율 역시 삶을 고달프게 만드는 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3高' 현상은 모든 게 너무 올라 실질임금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불만과 푸념의 진원지로 여겨진다. 여기에 기름값마저 들썩이고 있다. 가격인상 후폭풍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품목이어서 긴장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제적 조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5일 종가 기준으로 두바이유·북해산 브렌트유·서부텍사스산 원유 등 3대 국제유가는 최근 한 달 사이 1배럴당 4.84~5.16달러씩 가파르게 오르면서 연 고점을 경신했다. 게다가 이란이 6일(현지시각) 시리아 주재 이란영사관 공습 책임을 물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공격을 강하게 시사한 상황이다. 실제로 보복이 시작되면 사실상 제5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는 것이고 국제유가 불안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원유 가격 상승은 국내 유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대구지역 휘발유 가격(오피넷 기준)은 리터당 1월 첫째주 1천529.9원에서 2월 첫째주 1천565.5원, 3월 첫째주 1천610.1원, 4월 첫째주 1천615원으로 올들어 매달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름값 상승은 당장의 차량유지비 부담은 물론, 물류비용에다 전기나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압박도 불러온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물가인상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정부 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동원, 충격파를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자유성] 애플, 사과
인류 역사의 한 켠엔 사과가 있었다. 제1의 사과는 아담과 이브의 금단의 열매, 2의 사과는 뉴턴에게 만유인력의 영감을 준 사과다. 폴 세잔이 그린 정물화 속의 사과는 인류 제3의 사과 반열에 올랐다. 제4의 사과는? 빅테크 기업 애플이란다.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듯한 로고는 괜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 i시리즈 네이밍도 남달랐다. i에는 인터넷(internet), 알림(inform), 영감(inspire)의 의미가 내재돼 있다고 한다. 애플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3조달러(약 4천조원)를 돌파했다. 은유적 표현의 예를 들 때 자주 소환하는 문구가 있다. 조어(造語)의 달인 셰익스피어의 'The world is your oyster(세상에 못 할 게 없다)'와 'The apple of my eye(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다. 한국의 사과가 딱 그렇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귀하디 귀한 사과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과는 빅테크 애플이고 두 번째가 한국산 사과라는 말이 냉소적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천하의 애플도 AI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서 몇 달 새 시가총액 400조원이 증발했다. 지난 1월엔 시총 1위 자리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겨줬다. 한데 국산 사과 값은 요지부동. 도무지 추세적 하락 낌새가 없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재배면적이 줄고 착과율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수확량 감소가 상수(常數)라는 의미다. '합리적'인 가격에 사과를 먹을 날이 오기나 할까. 박규완 논설위원
[안도현의 그단새] 새소리가 지천이다
매화와 살구꽃이 섬광처럼 피었다가 졌다. 바야흐로 벚꽃이 세상을 장악하고 있다. 산에는 골짜기마다 진달래가 지천이다. 꽃은 해가 떠야 눈에 들어오지만, 나는 요즘 해 뜨기 직전 귓속으로 들어오는 새소리에 푹 빠져 있다. 아침 5시30분에서 6시까지는 창을 열어 놓고 새소리를 듣는다. 이때 새소리는 방 안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온다. 이때 새소리는 고르고 선택해서 들을 수가 없다. 이때 새소리는 나 혼자 듣기에는 너무 아까운 소리다. 보통 새가 지저귀는 이유는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는 구애의 표현이라고 한다. 짝짓기를 통해 종족 번식을 완성하기 위해 지저귄다는 것이다. 그것은 동물의 본능적인 측면만을 강조한 것이다. 내 귀에는 아침에 들리는 새소리가 이렇게 들린다. 얼릉 일어나그라. 출근할 때 됐다카이. 오늘 벚꽃 보러 가시더. 아침밥 단디 챙겨 묵어래이. 식전부터 와 이리 잔소리가 많노. 니 사전 투표했나? 누구 찍었노? 새의 대화가 사람의 귀에는 울음소리나 노랫소리로 들릴 뿐이다.안타깝게도 각양각색의 새소리를 구별해서 들을 수 있는 귀가 내게는 없다. 치료가 불가능한 난청이거나 청각장애 수준이다. 한때 카메라에 망원렌즈를 끼우고 새를 촬영하러 다녀볼까 궁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포부는 게으른 탓에 일찌감치 포기한 지 오래되었다. 그렇다고 무거워진 몸으로 나뭇가지 끝에 날아갈 수도 없었고.우리나라 최초의 서정시로 일컫는 고구려 유리왕의 '황조가'는 꾀꼬리 암수의 정다운 사랑과 꾀꼬리 소리에서 탄생한 시다. 나는 유리왕이 '꾀꼴꾀꼴'하고 단조롭게 우는 꾀꼬리 소리를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의성어는 소리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약점이 있다. 일찍이 권정생 선생님은 안동 지방에서 꾀꼬리가 '동 달아매용' 하고 운다고 동시에 썼다. 김용택 시인은 어머니의 말을 빌려 꾀꼬리가 '덕치 조서방 삼년 묵은 술값 내놔'라고 운다고 했다. 스토리텔링이 기가 막히다. 내 귀에는 느티나무 가지 끝에서 우는 꾀꼬리 소리가 멋지게 휘파람을 부는 소리 정도로 들리는데 말이다. 4월의 아침에 새소리에 자주 귀를 기울이다 보니 최근 들어 몇 가지 소리는 겨우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가슴이 붉은 휘장을 두른 딱새 수컷은 가창력이 대단하다. 나뭇가지 끝에 꽃등을 거는 소리 같다. 아침저녁으로 듣는 새소리 중에 가장 영롱한 것은 노랑턱멧새 소리다. 영특한 아이가 또랑또랑 책 읽는 소리 같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자기 몸만큼 울음소리가 작고, 요즘 부쩍 눈에 띄는 박새는 꽤 부지런하게 운다. 휘파람새의 휘파람 실력은 전국노래자랑 본선에 나갈 정도는 된다. 덩치 큰 새들일수록 소리가 과격하다. 직박구리 소리는 '찌익찌익' 무언가 훼방을 놓는 듯한 욕심이 깃들어 있고, 떼 지어 날아다니는 물까치는 선거판의 바람잡이처럼 막무가내다. 알록달록하게 생긴 어치는 대놓고 과격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후보 같다. 새소리를 표현하는 내 능력이 여전히 낮은 직유법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걸 안다.머지않아 벚꽃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출 것이다. 꽃이 진다고 아쉬워할 것 없다. 벚꽃 지고 나면 복사꽃 보면 되고, 복사꽃 지고 나면 찔레꽃 보면 된다. 그때쯤이면 산에서 소쩍새가 울고 뻐꾸기도 소리를 마을로 내려보내 줄 것이다. 주말에는 내성천에 나가 흰목물떼새 소리를 찾아봐야겠다.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시인안도현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시인)
[단체장의 생각:長考] 정부 인구정책에 따른 시너지 효과 창출
미용실과 약국 등 생활에 꼭 필요한 가게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60대가 제일 젊다는 말이 더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지방소멸이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예천군 역시 2015년 인구가 4만4천명으로 최저점을 찍으며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으나 경북도청 유치로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드물게 인구가 증가하는 곳이 되었다. 그러나 신도시를 제외한 다른 곳은 여전히 저출생과 고령화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신도시 역시 1단계 개발 이후 인구 증가가 둔화되었다.이에 예천군은 보다 선제 대응으로 '아이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예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예천' 만들기를 우선 과제로 삼아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물론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인구감소의 문제가 한두 군데의 지자체 노력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지방소멸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지자체의 자구책들이 중앙정부의 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도록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예천군이 저조한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하는 이유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출산 친화적인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출산 장려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예천군은 출산장려금을 확대 지급하고 있으며, 아이의 성장 과정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다양한 돌봄센터 역시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또 아이사랑안심케어센터나 복합커뮤니티센터 등 지역 거점 시설의 운영 역시 아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늘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가고 있다. 교육 인프라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인구 유출을 막고 장기적으로 출생률 상승으로 이어지도록 추진하고 있다.최근에는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지정'에 공모해 선정되었고, 안동대와 경북도립대가 공동으로 기획· 추진해 선정된 '글로컬대학 30 사업' 역시 교육 분야의 격차를 해소하며 청년층의 유입을 유도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공사 중인 경북형 클라우드데이터센터 건립에 발맞춰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하고 지식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예천지역 인구 유입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그리고 지역 발전의 원동력인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예천에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인구청년정책팀'을 신설해 일자리, 주거, 복지, 사회참여 등 4개 분야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엔 자발적인 청년회가 만들어지며 적극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인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경북도가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함에 따라 예천군 역시 저출생 극복 성금 모금 캠페인을 추진해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두 가지 사업의 성공에 의존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전략과 사업을 발굴해 갈 것이다. 다른 지역 역시 적극 행정으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길 바라며 모두의 노력으로 저출생과 인구감소의 위기를 극복하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당겨지길 기대한다. 김학동 예천군수김학동 예천군수
[단상지대] 시민참여형 캠페인에 관심을
찬 바람과 '밀당'하던 봄이 포근하게 일상에 스며드는 4월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가지들은 연한 색으로 갈아입고 잘게 부서지는 햇살 아래 고운 빛으로 싱그러움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주말마다 꽃이 좋고 바람이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지금 누리고 있는 자연이 주는 축복을 다음 세대도 누리기 위해서 펼쳐지는 환경 캠페인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것을 권유한다.4월22일은 '지구의 날'이다. 1969년, 미국의 해상 원유 유출 사고를 계기로 미국에서 시작하였고 이후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서 전 세계가 기념하고 있다. 올해 대구에서도 지구의 날 대구위원회와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는 기후위기가 심각함에 따라 환경 이슈를 홍보하고 체험을 통해 시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플라스틱 없는 지구, 'NO Plastic is Fantastic' 'No plastic, No CO2' 'Say "NO" to plastic'을 주제로 오는 20일(토) 수성못 상화공원에서 대구시민생명축제를 진행한다.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걷기와 자전거 행진에 참여할 수도 있고 환경이슈별 전시관을 둘러보며 체험관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작년까지는 중앙로 일정 구간에 24시간 동안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였고 지구의 날 캠페인의 상징이 되었었다. 올해는 부득이하게 공간이 변경되어 벌써부터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지만 가족단위의 시민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기를 기대한다. 지구의 날과 관련하여 자원순환은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과 재활용, 재사용을 통해 자원의 소모를 최소화하고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인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나바다운동이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YWCA가 1990년 바른 삶 실천운동의 한 영역으로 아껴쓰기, 나눠쓰기, 바꿔쓰기, 다시쓰기를 생활화하기 위하여 시작한 실천적 생활 운동이다. 아나바다운동은 교육적인 가치도 지니고 있는데 물건을 공유하고 함께 사용하면서 아이들은 협력과 공유의 중요성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물건을 재활용하고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는 것을 장려함으로써 창의성과 혁신력을 키울 수 있으며, 자원의 다양한 활용 방법을 탐구할 수 있다.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다. 물품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가치를 배울 수 있다. 가격 협상, 예산 관리, 소비의 가치 등을 경험하며 경제 개념을 익힐 수 있다. 가족단위로 참여하는 자원순환의 장으로 '대구YWCA 카부츠 벼룩시장'을 소개한다. 이는 차량을 이용하여 주차장이나 공공장소에서 개인들이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다. 주로 가정용품, 의류, 도서, 장난감 등이 거래되며,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찾을 뿐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과 지역 사회 간의 연결을 촉진한다. 사람들이 모여 물건을 사고팔면서 소통하고 교류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활성화와 사회적 연대감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판매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경제 활동을 촉진하고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볼 것도, 갈 곳도 많은 봄날, 초록별 지구가 주는 혜택을 다음 세대도 누릴 수 있도록 공유하고 협력하며 창의적인 활동이 가능한 환경캠페인에 참여해 시민의식이 높아지고 삶의 가치를 나누어 보는 4월이 되길 기대한다. 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최윤정 (대구YWCA 사무총장)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노인과 황새
13년 전 튀르키예의 한 노인이 호수에서 그물을 올려 고기를 떼어내고 있었다. 그물이 부스럭거려 돌아봤더니 놀라워라, 하얀 깃털, 까만 끝동을 단 날개, 오렌지색 다리, 뾰족하고 긴 부리, 황새가 와 있지 않은가. 노인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손님이라 고기 한 마리 던져 줬더니 넙죽 받아 삼켰다. 또 줬더니 또 삼켰다. 노인은 그해 여러 번 이 새의 방문을 받고 식사를 대접하였다. 노인과 황새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 황새를 야렌이라고 불렀다. 야렌은 '아내' 나즐리가 있었다. 이들은 늦여름엔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그 이듬해 봄에 옛 보금자리와 노인의 배를 잊지 않고 찾아왔다. 황새는 일부일처제이나 남쪽으로 갈 땐 따로 간다. 그 이듬해 봄엔 정확히 옛 둥지로 돌아와 함께 새끼를 깐다.5년째 되는 해에 한 사진작가가 노인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올봄에 야렌이 13년째 찾아오니 지방방송은 야렌의 '귀향'을 크게 다루었다. 이들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동화를 만드니 이 노인은 유명인사가 됐다. 70세 노인과 17세 황새가 주연하는 영화까지 만들고 있다. 235명이 사는 이 조용한 마을이 관광지가 되었다. 올레 길을 내고 호수 옆에 카페를 열었다. 1980년대에는 41쌍이 둥지를 틀었으나 올해엔 네 쌍이 왔다. 야렌 부부의 보금자리는 노인 집 옆 전주 위에 있는데 지방정부에서 둥지 옆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24시간 일반시청자들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부부는 몸을 단장하고 목을 비틀고 부리로 딱딱 소리를 내고 둥지를 고쳐 짓고 사랑을 나눈다. 노인이 야렌! 하고 불러 부부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관광객들은 이 노인을 보면 반갑다고 놓아주지 않는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성현 생각] '사'랑을 '명'받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아기로 태어나면 엄마의 젖을 먹고 자라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갓 태어난 아기는 부모나 보호자의 지속적인 보살핌이 없이는 결코 생존할 수 없다. 그러기에 인간이 생존하는 데 가장 근본이자 필수적인 요소는 사랑이다.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마음처럼 진정한 사랑에는 조건이 없고, 사회 공동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으며 자라게 된다. 사랑으로 보호받고 사랑으로 성장한 우리에게 사랑은 사명이다. 도성현〈blog.naver.com/superdos〉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병원 떠났던 대구 수련병원 전공의 700여 명, 복귀 시점 마지날에도 '요지부동'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탄력받는 정부의 의료 개혁…남은 숙제는 전공의 복귀와 의사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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