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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되돌릴 수 없는 의대 증원, 언제까지 의사들만 따로 놀 것인가
이르면 이번 주에 각 의대 증원 규모가 정해지고, 이를 반영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도 확정될 전망이다. 각 대학의 모집 요강이 발표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대학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및 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며 의대생과 교수·전공의 등이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한 서울고법 행정7부의 지난 16일 판결에 기인한 것이다. 의료계는 서울고법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을 진중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판결문은 "의대생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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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국구 된 대구은행, 종국적 목표는 '밸류업'
대구경북을 대표해 온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마침내 전국구 은행인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정례회를 통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영업인가를 최종 의결했다. 이로써 시중은행은 현재 6개에서 7개로 늘어났다. 1967년 대구 상공인들의 뜻을 모아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대구은행의 야심 찬 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무엇보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첫 케이스여서 한국 금융업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와 함께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빨리는 대한민국 현실을 새삼 반추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축하를 받기에..
[사설] 들개가 되는 반려견, 물건 쓰다가 버리듯 해서야
반려동물 양육 인구 1천500만명 시대다. 이들 가구가 느는 만큼 버려지는 동물도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 해 전국에서 유기되는 반려동물은 13만 마리가량이다. 이 가운데 반려견이 70%를 웃돈다. 유기견의 경우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구조·포획을 위해 출동한 경우가 1천400건으로 전년 대비 24.1% 늘었다. 처음 키울 때야 가족처럼 여기고 애정을 쏟는다. 하지만 나중엔 질병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원거리 관광지 등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인이 장기간 집을 비운 사이 외부로 나가 길을 잃고 유기견 신세가 되기도 한다...
이슈칼럼영남일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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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상상하는 AI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놀라운 신기술이 쏟아져 나온다. 이 같은 추세라면 모든 면에서 인간보다 똑똑한 AI가 나올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의 도래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 특이점 시점이 2045년쯤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요즘 AI업계에선 향후 5년 안팎으로 예상한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AI 모델의 능력이 내년 말 정도엔 인간 지능을 초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스크가 언급한 새 모델은 범용인공지능(AGI)이다.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는 여러 분야에 두루 쓰이는 AI로, '강(强)인공지능'이라고도 한다. 인간 지시에만 따르는 '약(弱)인공지능'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실제로 AGI는 인간 이상의 학습 및 추론 능력을 갖추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과 상호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배우지 않은 개념을 스스로 떠올리는 창의성과 상상력까지 갖추게 된다. 이는 AI가 어떤 이유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모르게 된다는 의미다.특이점을 넘어서는 AGI의 출현은 수많은 철학적 난제를 던진다. 무엇보다 기계가 자의식 혹은 자유의지를 가질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만약 이를 인정하게 되면 인간의 지위는 신(神)의 능력에 버금가는 AI의 발아래에 놓일 수도 있다. 이미 미국에선 AI를 신으로 모시는 신흥 종교가 생겼다. AI가 창조할 미래 모습이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허석윤 논설위원
[사설] 윤 대통령의 탕평책, 압도적 여소야대 극복할 대안 될 수도
총선 참패란 엄중한 현실에 직면한 윤석열 정권이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비서실장 교체를 비롯한 인적 쇄신을 공언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인적 쇄신은 국정쇄신을 이끌 화급한 현안이다. 17일에는 한덕수 총리 후임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언론보도마저 나왔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정권의 핵심 인물이었다. 여기다 신설이 검토되는 정무장관에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도 거론됐다. 대통령실은 즉각 부인하고 나섰고, 정치권은 저마다 날카로운 입장을 표명했다. 여권 내에서는 보수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총선 민의를 반영하려면 고려할 만한 카드라는 논평도 상존했다. 민주당은 '야당 분열책' '이간계'란 표현을 동원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의 김부겸 전 총리 기용설이 나왔을 때도 민주당은 발끈한 바 있다.야권 인사의 기용은 여론을 떠보는 '애드벌룬 성격'도 강해 보인다. 그만큼 윤석열 정권의 향후 행보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권의 적통과 정체성을 강화하는 인물을 내세우기도, 반대편 인물들을 차용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민심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윤 정권은 이번 4·10총선으로 집권 5년 내내 과반수를 월등히 확보한 입법부를 마주한 첫 정부가 됐다. 현실적으로 탕평책에 준하는 협치 없이는 정권이 온전히 작동될 수 없다. 정치권 특히 집권당 수뇌부는 이 같은 난해한 권력구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적의 조합을 고심하고 또 고심해야 하는 배경이다. 숙고의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윤 정권은 인선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 더 이상의 인사 패착은 회복할 수 없는 실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설] '醫政(의정) 갈등' 두 달째…사회적 협의로 돌파구 찾아야
정부가 17일 시니어의사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퇴직을 앞둔 의사들을 활용해 두 달째 이어지는 의료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기대효과가 낮은 미봉책일 뿐이다. 지역·필수의료 분야의 근본적 위기를 극복하긴 어렵다. 당초 예상과 달리 의정갈등은 총선이 끝난 뒤에도 악화되고 있다. 더 이상 정부와 의료계에만 사태 해결을 맡겨둬서는 진전을 보기 어렵다. 각계전문가와 정치권, 국민이 참여하는 대화 창구를 통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정부와 정치권의 의정갈등 해법은 사회적 대타협에 방점이 찍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초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신설 방침을 밝혔다. 이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는 의료개혁과 관련한 국회와의 협력 필요성도 거론했다. 이는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보건의료계 공론화 특위' 구성 제안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에 여야만 추가하면 국회 특위가 되는 것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의정 교착 상태를 푸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협의체에 대한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의대 증원 철회 없이는 어떤 타협도 않겠다는 입장에서 한 치 변함이 없다.의사단체와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대화를 원한다면 의료계와 '일 대 일' 방식이어야 한다고 고집한다. 의료 전문가도 아닌 국민이 중간에 끼어서 정부와 똑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라고 한다. 의사들이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는다면 이럴 수는 없다. 의정갈등 최대 피해자인 국민을 배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의료계는 언제까지 국민을 등질 것인가.
[사설] 중동發 경제위기 우려 심화, 즉각적 선제대응 시급하다
국내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하면서 가시화된 중동발 리스크가 대형 악재로 작용, 환율·주식·유가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출렁이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금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 최근 일주일 사이 4%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중국 소비지표 부진 등이 맞물리면서 불안감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정부가 추이를 면밀히 체크하고 분석하면서 즉각적·선제적 조치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환율시장은 요동치고 주식시장에는 경고음이 울렸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고(高) 현상은 경제를 옥죄는 불청객이다. 자구책 마련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스라엘이 보복을 천명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만류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면서 전면전 가능성이 다소 낮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금리는 투자의 방향성을 가리키는 주요 지표로 인식되고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고물가를 불러온다.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겹치기 때문에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돌발악재인 중동발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기 전까지 우리 경제는 가시밭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국제정세에 연동 내지 종속되는 부분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먼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과도한 변동성이 감지되면 즉각적이고도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어 답답하긴 하지만 타이밍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
[기고]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며
매년 4월20일은 '장애인(障碍人)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약자로 인식되는 장애인의 지위를 향상하고 사기 진작을 위해 정한 기념일이다. 아마 대부분의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의 날이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장애인이란 일반적으로 몸이나 마음에 장애나 결함이 있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장애'는 진화하는 개념이며, 손상을 가진 사람과 태도적, 환경적 장벽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장애 개념은 시대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으며 나라마다 장애의 범위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구는 현재 약 26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에 해당하며 6가구당 1가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유형은 15개로 분류된다.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안면장애, 신장장애, 간장애, 호흡기장애, 장루·요루장애, 뇌전증장애,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정신장애 등이 있다. 장애는 한 개인이 갖고 있는 수많은 특성 중 하나이다. 동일한 장애유형이라고 해도 사례별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을 줄 때는 먼저 상대방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장애인 스스로가 상대에게 어떠한 도움이 필요한지 설명해 줄 것이다. 장애는 선천적장애와 후천적장애가 있는데, 전체 발생 원인의 73.5%가 후천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누구도 장애인이 될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제 더 이상 장애는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일들을 장애인의 관점에서 인식하고 해석해 그 일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고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동참하겠다는 장애감수성이 필요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필자도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에는 비장애인이었고 열심히 공부해 건축사시험에 합격했다. 성공한 건축사로서 주변에 부러울 것이 없었지만 어느 한순간에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3일 만에 깨어난 후 5급 장애인이 되었다. 몇 날 며칠을 좌절과 슬픔으로 보냈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대구한의대 김한식 교수님의 '장군 스피치' 덕분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필자는 비록 5급 장애인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세상 속에서 봉사와 희생으로 장군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위기와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그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아니면 위기에 굴복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이제 앞으로 필자에게 어떠한 위기가 찾아온다 해도 필자는 반드시 극복해나갈 것이다. 나는 장군이다. 그리고 반드시 장군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손인호 (대구시장애인골프협회 회장)손인호 (대구시장애인골프협회 회장)
[기고] 내 마음의 동성로
"잊기에는 추억의 낙서가 너무 많아/ 제발 잊으라는 그 말 하지 말아요/ 마주 바라보는 눈빛 하나로/ 내일을 꿈꾸며 사랑을 나누던 곳/ 아아아 내 마음의 동성로"1996년 발표된 가수 설운도가 부른 '내 마음의 동성로'의 가사 일부이다. 이 노래는 우방그룹이 협찬해 만들었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데 1990년대 대구 기업 트로이카 우방·청구·보성은 대구를 넘어 전국의 주택건설 시장을 호령하며 당시 대구 경제를 이끈 대구의 자랑이었다. 지금은 비록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이들 기업을 아직까지도 추억하는 대구 사람들이 많다. 6·25 전쟁 중 임시수도 시절에도, 경북의 중심도시였던 1960~70년대에도, 직할시로 승격한 1980년대에도, 광역시가 되고 3대 도시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지금까지도 대구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동성로이다. 대구 사람들에게 '시내에 나간다'는 말은 한곳을 지칭한다. 대구가 250만의 거대 도시로 성장하여 여러 개의 부도심이 생겨도 여전히 '시내에 간다'는 말은 동성로를 간다는 뜻이다. 그만큼 동성로는 대구의 심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동성로를 비롯한 대구 원도심은 대구의 역사를 만든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이다. 소설가 현진건은 계산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글을 썼을 것이고, 시인 이상화는 계산동 고택과 동성로를 거닐며 시상을 떠올렸을 것 같고, 대구 최초 다방 '아루스'를 개업한 화가 이인성에게도 동성로는 영감을 주는 장소였으며 우리나라 최초 음악다방 녹향(향촌동)이 만들어낸 감성도 동성로의 화려한 문화를 꽃피우는 촉매제였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3·1 운동의 함성과 염원이 아직까지도 느껴지는 만세길(동산동), 삼성상회를 창업한 호암 이병철의 피와 땀(인교동), 근대 개화기 대구와 함께한 선교사들의 헌신과 눈물(계산동)은 동성로를 비롯한 대구 원도심 지역의 정신적인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이러한 의미에서 동성로 상권을 다시 살리고 원도심을 다시 활성화시키자는 움직임은 대구를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부채 의식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대구의 심장인 동성로(CGV 대구한일~28아트스퀘어)에서 열리는 제6회 대구커피&베이커리 축제(4월23~24일)는 대구 시민들에게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이번 축제의 기본 방향이 대구 시민들과 커피와 빵을 함께 먹고 추억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주제관과 홍보부스를 통해 커피와 빵의 역사를 만나고, 대구의 심장인 동성로 땅을 밟으며 대구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향수를 만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의미의 축제가 어디 있겠는가.다가오는 4월23~24일, 대구 동성로에 꼭 오시라! 커피 한잔, 빵 한 조각 나누며 동성로가 만든 대구의 '찐' 문화를 만나고 싶다면 말이다. 이상철 (대구시 위생정책과 주무관)이상철 (대구시 위생정책과 주무관)
[시선과 창] 말(言語)이 순해져야 세상도 편안해져
말이 독해졌다. 거칠어졌다. 거세졌다. 더러워졌다. 지저분해졌다. 말이 말이 아니다. 말 감옥이 뚫린 모양이다. 탈옥한 말들이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일제강점기 엄혹한 세상에서도 안 그랬다. 6·25전쟁 중 포성 속에서도 이러지는 않았다. 민주화를 외치며 함께 팔 흔들 때도 이러지 않았다. 큰 걱정이다.공동체를 이룰 때 사람들은 가슴속에 말 감옥 몇 개씩 지었다. 어떤 사람은 어설프게 지었고, 어떤 사람은 튼튼하게 지었다. 예의염치 감옥, 양심 감옥, 도덕 감옥, 자존심 감옥, 품격 감옥 등 사람마다 다양한 양식의 말 감옥을 지었다. 영국 사람은 젠틀맨십(Gentlemanship) 감옥, 프랑스 사람은 톨레랑스(tolerance) 감옥, 미국 사람은 다이버시티(Diversity) 감옥, 독일 사람은 게마인츠(Gemeinschaft) 감옥을 주로 선택했다.누구든 공동체 발전에 해가 되는 말은 감옥에 가두었다. 함부로 사용하면 서로 낯 붉힐 말도 가두었다. 욕설을 먼저 가두었다. 성 언어를 포함한 각종 외설스러운 금기어를 골라 가두었다. 혐오의 말, 분열의 말, 비방의 말, 무고의 말, 거짓의 말을 가두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예단의 말, 근거 없는 말, 지르고 보는 말을 찾아내어 가두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타인의 명예를 더럽히는 말을 가두기도 했다.전쟁통에 살아남는 일이 급해서 감옥을 지키기도 힘들었다. 사람들이 욕설 감옥부터 열었다. 감옥을 나온 욕설은 갇혀있던 분풀이라도 하듯 온 세상을 휘저었다. 때맞춰 장난감이 없던 어린애들이 장난감 대신 욕설을 불러내 같이 놀았다. 지체 높은 어른들도 아무 생각 없이 욕설을 썼다. 잠깐 사이 어지간한 욕설은 일상의 말이 되었다.감옥 지키는 힘을 덜어 편하게 된 사람은 더 험한 말도 풀어주었다. 그와 더불어 세상이 산업화, 근대화, 도시화라는 이름으로 갇힌 말의 탈옥을 부추겼다. 돈과 권력이 생기면 탈옥을 돕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탈옥한 말을 이용하는 사람도 생겼다. 1인 방송 시대가 되면서 탈옥한 말과 야합하는 사례가 늘었다. 교통수단,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선거철을 맞아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말 감옥을 유지하겠다고 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어리석은 사람,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특히 편 가르는 말을 붙잡아 두는 사람은 여지없이 공격 대상이 되었다.그러니 말이 멀쩡한 사람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가짜 말, 잘라낸 말, 짜깁기 한 말에 인격이 무너졌다. 변명하는 말, 우겨대는 말, 남 탓하는 말, 덮어씌우는 말에 품격이 사라졌다. 편 가르는 말, 논점 흐리는 말, 무시하는 말에 신뢰가 무너졌다. 억울하지만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탈옥한 말을 다시 가둘 때까지.감옥을 처음 열어 준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합당한 이유를 밝히지 못하면 엄벌해야 한다. 그런데 감옥 허물기에 동참한 사람이 너무 많다. 독한 말을 내보낸 사람을 대놓고 감싼다.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오히려 떠밀려 문을 연 사람을 가리키며 책임지라고 몰아붙인다. 나쁜 말이 사람을 나쁘게 만들었다. 나쁜 말이 세상을 나쁘게 만들었다.선거가 끝났다. 다시 건강한 대한민국 공동체를 생각하자. 말의 습격으로 입은 상처를 서로 보듬어 주자. 말 감옥을 재건하자. 탈옥한 말을 잡아들이자. 양심과 도덕의 말, 예의염치의 말을 쓰는 품격 있는 세상을 만들자. 말이 순해져야 세상도 편안해진다.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동대구로에서] 정치 후진국의 민낯을 봤다
지난 4·10총선에서 국민들은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비상식적인 정치관행들이 독버섯처럼 자라날 우려가 있어 걱정이 앞선다. '국민 선택은 옳다' '여소야대 정국엔 소통과 협치가 답이다'란 말만 부각할 때가 아니다. 몰라서 안 한 게 아니다. 알면서도 안 했다. 정치 색깔론에 기반한 '기득권 영구 수호 망령'이 뼛속 깊이 자리한 탓이다. 방치했다가는 국민의 일반적 사고와 가치관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 이번 22대 총선 때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이 161석, 국민의힘이 90석을 확보했다. 격차가 71석이나 났다. 득표율을 보자.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45.1%다. 득표율은 5.4%포인트 차이인데 의석수는 1.8배나 차이 났다. 마냥 여당 참패로 보기엔 께름칙하다. 한 지역구에서 1명만 뽑는 승자독식형 '소선거구제'의 괴리다. 현 선거제도가 민의(民意)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선거 당선자 중엔 범죄인으로 의심받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에 연루돼 재판받는 피고인들이 대거 당선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불법 대출 혐의로 고발되거나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성적 담론으로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인물도 6월이면 여의도 배지를 단다. 부끄러운 형국이다. 사회적 지탄이 쏟아져도 당최 물러섬을 모른다. 검증용 이슈 제기는 끝내 '색깔의 벽'을 넘지 못했다. 표 호소 방식에선 정치 후진국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야당은 시급한 민생고 해소·경제 살리기 공약은 뒷전이고 정권 탄핵부터 외쳤다. 보복심리가 짙게 깔려 있고 눈엔 살기(殺氣)가 서려 있다. 다중복합 경제위기 속에서 민생 문제는 선거 후에야 언급했다.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선고가 화근인 것 같다. 탄핵을 너무 쉽게 보는 정치 악습이 생겼다. 국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탄핵 언급은 조심해야 한다. 국가 불안을 원하는 국민은 없다.전직 대통령이 마치 선대본부장처럼 대놓고 선거판을 휘젓고 다닌 것도 볼썽사나웠다. 잊히고 싶다고 언급한 분의 행동이다. 존경받는 조용한 조언자로 남아주길 바랐지만 극단적 편 가르기 진영정치구도를 더 심화시켰다. 정치는 경제, 사회, 문화 정책의 기본 틀을 짜고, 질서를 바로잡는 중요한 영역이다. 특히 입법(의회)권력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현 정부의 불도저식 불통 행정과 이를 방관한 여당은 분명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탄핵·특검으로 겁박만 하면 국정 불안만 야기한다. 야당이 수용성 있는 해법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국민 뜻'이라며 의석의 수적 우세로 밀어붙이는 행위는 총선 표심을 곡해한 것이다. 여당도 진정성 있게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지금 정치판은 '시궁창 속'을 보는 것 같다. 빨리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 '소선거구제'를 고수하기보다 한 지역구에 2~3명이 당선될 수 있는 중선거구제로 바꾸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거대 양당체제 공고화와 지역구도 고착화를 해소하는 길이다. 입만 열면 여야가 영·호남 화합을 외치지만 막상 선거 때는 상대 당 후보의 입성을 허락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미국 상원제처럼 도시 규모에 상관없이 우리도 전국 17개 시·도에서 2명씩 별도로 의원을 뽑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 전문성 대신 범죄이력자 보호용으로 전락한 비례대표제를 대체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치 리셋(Reset)이 시급하다.최수경 정경부장최수경 정경부장
[김요한의 도시를 바꾸는 시간] '대구' 하면 떠오르는 사람
도시는 저마다 사람, 기업, 자본을 끌어당기려고 도시를 상품화하고 판촉하는 도시마케팅 활동을 한다. 도시마케팅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구체적인 삶터인 지역을 홍보하기 때문에 장소마케팅이라고도 한다. 프랑스 '파리' 하면 에펠탑이 떠오르고, 미국 '뉴욕' 하면 자유의 여신상이 떠오르는 랜드마크(landmark)가 대표적인 장소마케팅이다. 한국에서는 서울을 제외하면 지방도시들은 랜드마크를 가지기가 사실상 어렵다. '대구' '광주' 하면 어떤 랜드마크가 떠오르는가? 이렇다 할 대표적인 구조물도 없는 지방 소도시의 몸부림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자고 일어나면 전국에 케이블카가 개통되고 있고, 출렁다리는 150개가 넘었다. 도시마케팅은 도시와 관련한 가치를 창출하고,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브랜드마케팅도 중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도시 브랜드 슬로건은 미국 뉴욕의 'I♥NY'이다. 1977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바꾼 적이 없고, 도시 브랜드 슬로건은 시민의 것이었다. 'Seoul, My Soul' 'Busan is Good' 'Powerful Daegu', 서울, 부산, 대구의 브랜드 슬로건이다. 시장 임기 따라 계속 바뀌다 보니 브랜드마케팅이 안 되고, 시민들의 사랑도 못 받는다.사랑받는 브랜드 슬로건이 없고 주목받는 랜드마크도 없는 지방도시들은 어떻게 도시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좋은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을까? 물리적인 랜드마크와 정형화된 도시브랜드에서 사람, 시민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이인성 화가의 피사체 계산성당' '시인 이상화 생가터 라일락뜨락1956', 작년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서 주관한 '대구인물기행'의 코스다. 가수 김광석과 방천시장이 만나서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과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조선에 귀화한 일본 장수 김충선과 명나라 장수 두사충, BTS멤버인 뷔와 슈가까지 대구의 인물 기행 코스가 이어진다면 도시의 집합적 매력을 만들어낼 것이다.뉴욕시민들은 2001년 9·11테러 이후 'I♥NY More Than Ever'라는 구호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대구시민들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공동체 시민정신으로 극복했다. 청년들은 SNS를 통해 '1339 캠페인'을 주도했다. '#힘내라대구' '#내가대구다'라는 문구를 해시태그 한 캠페인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무려 5만5천여 명이 기부에 참여했다. '대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83타워 전망대'나 'Powerful Daegu'가 아니라 누구에게는 당신과 함께한 작은 장소, 소중한 기억이다. 누구에게는 당신이 도시의 랜드마크, 도시의 브랜드다.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사설] 총선 후 TK 현안 변화 없나? 여야 공약 전략적 접근 필요
눈길을 다시 우리 자신에게 돌릴 시간이다. 중요한 건 '우리 삶'이다. 강력하고 거대한 범야권이 등장하고, 정부 여당도 이들 눈치를 보기 시작한 건 대구 경북에 어떤 변화를 예고하는 걸까. 거야는 아마 국정 주도권도 나눠 가지려 할 것이다. TK 핵심 현안들이 아직 미완의 상태로 국회에 계류돼 있고, 관련법 제·개정과 예산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 갈등과 대결이 예견되는 22대 국회에서 'TK 현안'은 온전히 지켜질까. 총선을 앞두고는 알콩달콩 원만했었지만, 대구 경북에서 '0 대 25'란 성적표를 받은 야당의 태도에는 변화가 있을까. 손 놓고 있지 말고 21대 국회와는 다른 전략적 접근법을 미리 세워 대비해야 한다. 접근의 실마리는 여야 '공약'이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총선 직후 "오히려 민주당이 협력 파트너로 더 도움이 될 수가 있다. 대구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홍 시장의 낙관이 현실화하길 바라며 지역민의 기대도 다르지 않다. 행정부와 국회 권력이 바뀌어도 사업이 변함없이 진행되려면 법으로 대못을 박는 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국회 전략'이 중요한 이유다.중진과 새 인물이 적절히 조화된 TK 당선자가 22대 국회에 포진하게 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거야와의 지역 채널이 축소된 것은 분발 요인이다. 달빛철도, 신공항 건설 및 '규제 프리존' 특별법 제정, 군부대 이전, 기업은행 유치, 말뿐인 공공기관 2차 이전 등도 여야 합의와 정무적 판단이 긴요한 사안이다. 선언에 그친 공약을 우리의 미래 비전으로 안착시키고 지역 발전의 어젠다로 담아내는 절반의 몫은 우리 스스로에 달려 있다. 기득권 유지와 나태에 젖어선 안 된다.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병원 떠났던 대구 수련병원 전공의 700여 명, 복귀 시점 마지날에도 '요지부동'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탄력받는 정부의 의료 개혁…남은 숙제는 전공의 복귀와 의사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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