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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되돌릴 수 없는 의대 증원, 언제까지 의사들만 따로 놀 것인가
이르면 이번 주에 각 의대 증원 규모가 정해지고, 이를 반영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도 확정될 전망이다. 각 대학의 모집 요강이 발표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대학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및 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며 의대생과 교수·전공의 등이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한 서울고법 행정7부의 지난 16일 판결에 기인한 것이다. 의료계는 서울고법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을 진중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판결문은 "의대생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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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국구 된 대구은행, 종국적 목표는 '밸류업'
대구경북을 대표해 온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마침내 전국구 은행인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정례회를 통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영업인가를 최종 의결했다. 이로써 시중은행은 현재 6개에서 7개로 늘어났다. 1967년 대구 상공인들의 뜻을 모아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대구은행의 야심 찬 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무엇보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첫 케이스여서 한국 금융업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와 함께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빨리는 대한민국 현실을 새삼 반추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축하를 받기에..
[사설] 들개가 되는 반려견, 물건 쓰다가 버리듯 해서야
반려동물 양육 인구 1천500만명 시대다. 이들 가구가 느는 만큼 버려지는 동물도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 해 전국에서 유기되는 반려동물은 13만 마리가량이다. 이 가운데 반려견이 70%를 웃돈다. 유기견의 경우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구조·포획을 위해 출동한 경우가 1천400건으로 전년 대비 24.1% 늘었다. 처음 키울 때야 가족처럼 여기고 애정을 쏟는다. 하지만 나중엔 질병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원거리 관광지 등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인이 장기간 집을 비운 사이 외부로 나가 길을 잃고 유기견 신세가 되기도 한다...
이슈칼럼영남일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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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칼럼] 카카오의 탈(脫)권위
오랜만에 만난 아들한테 다니는 회사 분위기를 전해 듣다 웃었다. 대표이사 사장을 칭할 때 별칭 '구찌'로 통한다나. 기업문화를 혁신한다는 소리를 귀따갑게 듣긴 했지만, 이처럼 난감한 상황을 체감하지는 못했다. 아들 회사처럼 서울 테헤란로 벤처기업들은 외국어 별칭을 쓰는 것이 유행처럼 됐단다. 이유는 쉽게 추정된다. 한국 사회 특유의 장유유서(長幼有序)와 상하 직급에 따른 권위적 수직 명령체계가 창의적 기업문화에 역행한다는 판단이다. 이른바 수평적 문화를 구축하자는 의도다. 상사를 대할 때 딱딱한 직책을 붙이는 순간, 자율적 소통이 힘드니 별칭으로 동등하게 불러보자는 취지다. 직장과 일의 유쾌함을 더한다나.그러고 보니 히딩크의 전략이 생각난다. 히딩크 말마따나 "OO 형님, 이리 패스해 주십시오"라고 한다면 그게 격렬한 경기장에서 유용한 방식이 될까. 히딩크식 의사소통 개혁을 세세하게는 모르지만 하여간 그는 한국 국가대표팀의 지나친 서열 문화를 의아하게 여기고 이를 타개하려 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김대중 대통령도 비슷한 호칭 개혁을 한 인물이다. 기자들이 대통령을 어떻게 부르면 좋겠냐고 하니 한글 고유의 '님'을 붙여 '대통령님' 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이전까지는 대통령 각하( 閣下)란 극존칭이 통용됐다.대한민국 네트워크 플랫폼의 대명사인 카카오는 조직 내 서양식 별칭 사용으로 유명하다. 창업자인 김범수는 '브라이언', 카카오 대표 정신아는 '시나'로, 카카오게임 한상우 대표는 '마이클'로 통한다. 물론 대외적으론 한글 이름으로 대변되지만, 사내에선 별칭이 대세란다. 이런 카카오가 결단을 내린 모양이다. '마이클' 한 대표가 최근 외국 이름 소통을 폐지하고, 한글 이름에 '님'을 붙이자고 했다. 앞서 김범수 창업자도 별칭 사용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카카오의 변신은 내부 조직이 어수선한 것과 연관돼 있어 보인다. 창업자가 계열사 주가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고, 카카오 전 대표는 성과급을 놓고 600억원대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런저런 연유의 내부 폭로도 터져 나왔다. 기업 기강이 허물어진 시발중 하나로 외국어 별칭을 지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사실 모든 조직은 일정 수준의 권위(Authority)를 먹고 존재한다. 권위는 기강을 세운다. 군대 같은 극도의 위계조직은 말할 것도 없고, 하다 못해 중구난방 계모임도 총무의 권위가 있어야 굴러간다. 없다면 곗돈조차 걷힐 리가 없다. 문제는 권위를 넘어 '권위주의' '장유유서'가 팽배한 한국사회의 관습이다. 예를 들면 검사 판사들의 기수문화는 특이하다. 회사도 몇 개월이라도 먼저 들어온 사람이 수십 년 뒤 퇴직할 때까지 앞서 직급을 단다. 능력과 창의는 승진의 변수에서 멀어져 왔다. '꼰대문화'를 지적하며 권위의 해체를 외치는 시도들이 끊임 없이 나온 배경이다.마키아벨리가 군주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인자하고 착한 군주보다 무서운 군주가 낫다. 백성이 더 따를 것이다." 카카오가 무서운 내부 조직으로 변신하자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모든 게 지나치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자성일 게다. 조직의 기강과 위계질서, 그리고 자율·창의적 소통의 접점은 어딜까. 그건 결국 지도자, CEO의 태도와 통찰에 달려 있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이건 현직 대통령에게도 해당되는 사안일 거란 상념으로 뻗어나간다. 논설실장박재일 논설실장
[아침을 열며] 총선 민심, 미워도 다시 한번…
"국민의 회초리 겸허히 받겠습니다."지난 4월11일,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 결과 성적표를 받아 든 다음 날 일성(一聲)이다.제22대 총선이 끝났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말 그대로 사상 유례없는 참패라는 결과를 얻었다. 일견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까지일지는 몰랐다는 얘기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겨우 개헌저지선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를 두어야 하는 집권 여당의 정치 현실이 참으로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과연 왜 이렇게까지 참담한 총선 성적표를 얻게 되었을까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중대한 사법리스크를 잔뜩 안고 있는 야당 대표와 그를 둘러싼 끊임없는 사천 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공천된 야당 후보들을 상대로 일전(一戰)을 겨룬 결과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참담한 총선 결과가 나온 뒤 2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 국민의힘은 과연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의 호된 회초리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된 것인지 의문스럽다. 당선자들은 당선자대로, 낙선한 원외 조직위원장은 그들대로 나름의 총선 패인 분석과 향후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 운영에 대한 견해와 의견들을 백가쟁명식으로 쏟아내고는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번지수를 잘못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현재 국민의힘 내부는 제22대 국회 첫해를 이끌 원내대표 선출과 한동훈 비대위 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또 다른 연대론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등 혹여나 구태(舊態)를 반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하물며 이제는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한 논의 과정에서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영남당 이미지 탈피와 수도권 중심의 당(黨) 지도부 재편이라는 명제가 등장하게 된 것일까? 대구경북 지역구 25석 전석(全席) 석권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TK 지역 또는 영남권의 현역의원이 많아서 총선에서 졌다는 말인가?보수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우리 대구·경북지역은 그간 보수정치를 지탱하는 근간으로 자리매김해 왔을 뿐 아니라 보수정치가 위기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고향 같은 곳이다. 대구·경북지역의 유권자들도 그 누구보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정치 발전을 염원하는 국민의 한 사람들이다. 현(現) 정부의 국정 수행 능력과 국민과의 공감 지수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우려와 걱정을, 때로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대구·경북민들의 민의(民意)는 과연 무엇일까?중앙정치권에서의 무기력한 존재감과 기득권 정치에 안주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던 현역의원들과 아직은 그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정치신인 후보들을 신뢰해서 지역구 국회의원 25석 석권이라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것은 아닐 것이다. 도덕적 흠결과 정치적 명분이 결여된 야당 대표가 이끄는 거대(巨大) 야당이 자행할 불을 보듯 뻔한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음을 개탄한 선택임이 틀림없다."미워도 다시 한번"아직은 3년이나 남은 윤석열 정권의 성공과 정국 안정을 통한 미래 대한민국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 달라는 염원과 희망이 담겨 있음을 이번에 당선된 25분의 제22대 국회의원들은 명심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본다.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 대표)
[하프타임] 영남이 잘못이라는 '수도권 선민의식'
압도적인 국민의힘 지지의 대가는 '비난'이었다. 그것도 같은 당에서 말이다. 비판이나 비아냥도 아닌 완벽히 지역을 무시하는 말들로 상처를 줬다.인천 출신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지난 18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말들은 영남을 향해 있었다. 윤 의원은 총선 참패의 구조적 원인에 대해 "'영남 중심당'의 한계"라고 지적했으며, 김재섭 당선자는 세미나 후 기자들과 만나 "영남 정서를 기준으로 수도권 선거를 치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토론회에서 한 정치컨설팅 업체의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에는 영남 의원들 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후 22일 열린 두 번째 토론회서도 "영남이 보수를 지켜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는 해명을 했지만 '영남으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한 교수는 영남 보수당과 수도권 보수당 분리라는 극단적 가정까지 했다. 그러면서 공통적으로 영남이 당 지도부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2선 후퇴론'을 폈다. 지역구 90석 중 59석을 영남에서 당선시켰는데도 지역은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으니 물러나라는 식이다. 그럼 대체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까지 영남이 이번 선거에서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이들은 총선 패배의 원인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번 선거 패인은 명백히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지속된 당정 갈등이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10명 중 7명 정도는 국민의힘이 참패한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응답이 나오기도 했다.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나 고물가 등 정부의 실정도 분명 선거 패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심지어 선거를 이끈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원희룡·나경원·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 모두 수도권 출신이거나 선거를 수도권에서 뛰지 않았나. 윤재옥 원내대표가 있다고 영남 탓이라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수도권의 영남 탓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것을 잘 안다. '영남 탓'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2016년 20대 총선부터 3번 연속으로 패했다. 그때마다 '영남 자민련'을 극복하겠다고 했다. 동시에 영남의 2선 후퇴론이 등장했다. 선거 패배 후 어김없이 비대위 구성 및 전당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구성에 TK가 아닌 수도권 인사가 필요하다고 나온 것이 영남 후퇴론이다. 지금의 영남 탓도 이 때문일 것이다.묻고 싶다. 영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 지지받는 이유를 더 깊게 고민하고 이를 수도권에 적용시켜야 정상이 아닐까. 그런데 대체 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영남은 안된다는 식의 말이 쏟아지는가.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이라 선거가 치열하지 않다는 비판은 이해한다. 그리고 수도권에 의석수가 많으니 전략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도 동감한다. 하지만 영남 출신이 당의 전면에 나서면 안 되는 이유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당선이 쉽게 되다 보니 지역 정치인들은 부족하다는 것인가? 수도권에 전체 의석수가 많으니 아무리 영남에서 많이 당선돼도 수도권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인가? 대체 수도권의 정서는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무엇이 특별하고 어떻게 다르다는 말인가. 남은 선거들을 이기기 위해 영남이 희생해야 한다는 이유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설명 없이는 '수도권은 영남 위에 있는 특별한 지역'이라는 선민의식이 깔렸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정재훈 서울본부 정치부 선임기자정재훈 서울본부 정치부 선임기자
[미디어 핫 토픽] 고통과 권태 사이의 진자운동
본인은 염세주의자를 싫어한다. '대안 없는 현실주의자는 염세주의자와 다르지 않다'를 좌우명으로 삼을 정도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배울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철학가 쇼펜하우어는 '삶은 고통과 권태 사이의 진자운동'이라고 그의 저서인 인생론에서 말한 바 있다. 짧은 인생의 기억을 돌아보면 힘들었던 순간이 지나고 소소한 혹은 큰 '성취'를 두 손에 쥐었을 때, 핑 돌던 순도 100%의 흥분은 빠르게 희석됐다. 그다음부터는 허무와 권태의 시간이다. 쇼펜하우어는 또한 '이렇게 무상하게 재빨리 지나가 버리는 삶 속에는 고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 무한한 고통도 영원한 즐거움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통도 언젠가 끝나고 즐거움도 언젠가 끝이 난다. 무엇이든 보는 대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고통과 즐거움 사이의 공백을 권태가 아니라 '평화'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 지표누리가 발표한 '국민 삶의 만족도' 그래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삶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4점으로 2022년 6.5점에 비해 0.1점 감소하였다. 2013년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국제비교 결과를 보면 2019~2021년 한국은 5.94점으로 OECD 평균(6.71점)보다 0.77점 낮다.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이 허무와 권태의 늪에 빠지면 한없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이 공백을 평화로 받아들이며 그 과정을 즐긴다면 순간은 행복이 된다. 이 과정까지 사고가 번지지 못하던 시절에는 '나는 왜 항상 힘들지 않으면 지겨운 순간만 있는 걸까. 왜 중간은 늘 이다지도 짧은 걸까'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또 새로운 고통의 영역의 발견이었다. 아마 나는 그동안 너무 고되지도 지겹지도 않은 삶의 어느 지점을 찾아 헤매며 적지 않은 시간을 흘려보낸지도 모르겠다. 결국 평화와 평온은 사고의 전환이자 관점의 변화에서 오는 것이었음을 모르는 채로. '결과보다는 과정에 중심을 두자.' 이제는 진부한 명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명언을 바탕으로 과정을 즐기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 나는 나에게서 무던함과 인내심을 엿보고 싶다.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고통의 숲을 지나는 무던함과 견고함, 권태의 늪을 건너는 인내심과 용기 말이다. 이런 결심 이후에도 미래의 어느 날에는 고통스럽거나 권태로운 마음들이 나를 괴롭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제껏 버텨온 과거의 나와 더 성장해 있을 미래의 나를 믿으며 맞서면 된다. 나와 우리에겐 분명히 고통과 권태, 고통과 즐거움 그 사이 어딘가에 온전히 뿌리를 내릴 힘이 있기에. 진자에서 진자로. 진동이 전해지는 동안의 시간을, 권태이자 평화를 온전히 음미하도록 하자. 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광장에서] 돈의 계단
2010년 여름, 나는 동유럽 국가인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의 경영대학에서 교류 학생으로 수학했다. 학업을 전후로 유럽의 여러 지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북유럽에선 노숙자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노인분들의 삶에선 평온과 여유가 느껴졌다. 선진 복지사회에서는 청년기와 중년기를 보낸 이들이 노년기에는 생만을 위한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삶의 품격을 누리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배려가 주어진다. 반면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세계 1위에 근접하며, 빈부 격차가 큰 사회일수록 노년의 삶은 경제력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인다. 사회 안전망이 단단하지 못한 탓이다. 사회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만큼 경제적 안정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선 FIRE족이 화제다. FIRE족은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줄임말로 독립 경제를 구축해 일찍 은퇴하는 이를 일컫는다. 그런데 FIRE족의 의미를 몇몇은 오해하고 있다. 젊었을 때 바짝 그리고 크게 벌어 은퇴하고 이후에 편안하게 여행 다니고 맛있는 거 먹으며 살아가는 삶이 FIRE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FIRE족의 진정한 의미는 더욱 적극적인 개념이다. 경제적 자유를 일찍 달성하고 자기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경제적 제약 없이 추구하는 삶이다. 보다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가깝다.파이어(FIRE)족은 3단계로 구분되는 돈의 계단에서 자동화된 2단계 혹은 3단계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경우를 일컫는다. 돈의 계단은 1단계 근로소득, 2단계 사업 소득, 3단계 투자 소득(자본소득)으로 나누어진다. 1단계 근로소득의 단계에서는 노동의 시간과 급여가 비례하는 단계다. 일한 시간만큼 시급과 월급 그리고 연봉의 개념으로 소득이 만들어지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소비에 대한 절제와 일에 대한 성실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인 사업소득을 위한 씨앗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2단계 사업소득의 단계는 사업 시스템을 통해 돈을 버는 단계이다.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누군가로부터 정해진 급여를 받지 않고 스스로 사업 시스템을 통해 급여와 이익 잉여금을 만들어 내는 단계이다. 3단계는 자본(투자)소득의 단계이다. 근로소득, 사업 소득 단계에서 자본을 누적해 온 그룹과 출발선에서 상속과 증여를 통해 자본소득의 밑천이 되는 현금성, 비현금성 자산을 이미 확보한 경우이다. 자본소득은 지식과 정보 그리고 자본금이 상호 작용해 배로 불어나는 승수 효과를 낸다. 자본소득의 단계에서는 경영, 회계, 세무, 노무, 법무, 주식, 부동산 등의 지식이 요구된다. 돈을 많이 벌어 뭐하고 싶어요라고 물어보면 다수는 개인적, 사회적 관계를 이야기한다. 부모, 자녀, 친척, 친구 등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의 행복을 위해 돈을 사용하고 싶다고 한다. 돈을 버는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고 돈을 쓰는 순간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야말로 잘 벌고 잘 쓰는 삶이다. 경제력이란 가장에게는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것을 당당하게 사줄 수 있는 엄마 아빠의 사랑이다. 부모님의 여생이 조금 더 행복한 추억과 기억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 여백을 마련해주는 아들과 딸의 효이기도 하다. 한 개인의 삶에서 돈이 사람 위에 존재하지 않게 하려고 개인에게 있어 경제력은 중요하다. 성실히 삶을 살아낸 국민과 시민들의 삶이 생을 위한 노동으로 생의 마감까지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사회적 안전망이 더 탄탄해지길 바라는 이유다.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추현호〈주〉콰타드림랩 대표
[사설] 의료개혁특위에 불참한 의사들, 국민은 안중에 없나?
의료개혁을 논의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25일 첫 회의를 갖고 출범했다. 특위는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수가 등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같은 의사단체들도 인정한 사안들을 논의하게 된다. 그런데 의정(醫政)갈등의 대척점에 있는 대한의사협회나 전공의협의회가 불참했으니 반쪽 특위로 시작한 셈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방침을 대학 자율 모집으로 변경했는데도, 의사단체들은 증원 백지화 요구에서 한발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의사들은 집단행동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의료개혁특위가 출범하는 날, 전국 의대 교수들은 병원과 진료과별 사정에 따라 사직을 시작했다. 동시에 '빅5' 병원 등 주요 의대 교수들은 주 1회 외래 진료 및 수술을 중단하는 방안을 결정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의협 비대위가 "5월이 되면 경험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일부 병원의 도산과 파산, 의대생들은 1년간 사라지고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은 의사를 건드리지 말라는 겁박처럼 들린다.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의사들의 고집에 국민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의대 증원은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것이다. 환자 곁을 떠나면서, 많은 국민을 의료 불안에 떨게 하면서 의사들이 얻고자 하는 것이 의사들 주장처럼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지금 상태가 이어지면 정부가 의사 면허취소 등 강경한 대응을 하더라도 의사 편을 들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의사단체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의료개혁특위는 성과를 낼 수가 없다. 하루라도 빨리 의사단체들은 특위에 합류하길 바란다. 의대 증원 반대 주장도 특위에서 하면 된다.
[사설] 하염없이 미뤄지는 국민연금개혁, 누구 책임인가
국민연금 개혁안이 갈 곳 모르게 표류하고 있다. 국민여론 수렴 취지로 발족한 시민대표단의 개혁안은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회 국민연금개혁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은 설문조사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에 대체로 찬성했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2% 혹은 13%로 올리자는데는 동의했다. 문제는 받는 연금인 소득대체율(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 비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여부이다. 시민대표단은 올리자는 안을 더 선호했다.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이다. 보험료율을 올리면 기금 고갈시기를 2070년대로 늦출 수 있지만, 소득대체율까지 올리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장기 누적 적자를 2천700조원 증가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장기 경제성장률을 너무 높게 잡은 정보를 시민대표단에게 학습시켜 '복지 논리'에 치우친 잘못된 결론이 도출됐다고 비판한다. 재투표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사실 국민연금 개혁안은 복잡한 변수와 이해충돌에 갇힌 사안이다. 출범 당시 낙관적으로 설계된 장기계획은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출생인구마저 세계 최악 수준으로 추락하는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 여기다 국민의 복지 혜택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는 이율배반적 여론도 존재한다. 결국 이는 정부와 국회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안이다. 작금의 정치권 상황을 보면 21대 국회가 남은 한 달 안에 결론을 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6월 출범할 22대 국회는 이른 시일 내 연금특위를 재구성하고 그동안 도출된 전문가 진단과 시민대표단의 여론을 종합해 개혁안을 정리정돈해야 한다. 미룬다고 해서 더 이상적인 안이 도출되지도 않을 것이다.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동결하거나 최소폭으로 인상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지혜로운 대안이다.
[사설] '0%대 성장' 벗어난 한국, 민생경제 회복이 최대 과제
한국 경제가 잇따른 악재 속에서도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수출과 내수가 동반 성장하면서 경제성장률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2년여 만에 0%대 성장률을 넘어선 것은 의미 있는 신호다. UBS를 비롯한 세계적 투자은행들이 최근 일제히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0.1~0.3%포인트 더 높인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불안한 국제정세와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리스크가 상존해 추세적 성장인지 반짝 반등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25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3% 성장했다. 9분기 만에 최고치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럴 만도 하다. 2021년 4분기 1.4%를 기록한 이후 줄곧 0%대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2년여 만에 1%대 성장률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0.6%)에 비해선 두 배 이상 '깜짝' 성장했다. 부문별로는 IT 품목 위주의 수출(0.9%↑), 의류·음식 등 민간소비(0.8%↑), 건설투자(2.7%↑) 등 민간영역에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2.5% 증가해 GDP 성장률을 상회한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1분기 성장률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도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수치상 호조는 일반 국민의 체감경기와 온도차가 크다. 특히 고물가·고금리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 가계는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대출 연체율이 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건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경제성장의 온기를 민생으로 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다.
[자유성] 소싸움
'과묵한 소도 성질부릴 때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행동이 느리고 온순해 보여도 화가 나면 무서워진다는 뜻이다. 이중섭의 그림 '싸우는 소'(1954년 작)는 있는 힘을 다해 맞서 싸우는 두 소의 격앙된 표정이 잘 표현돼 있다. 조선 태조실록에도 '태조가 함주(咸州)에 있을 때 큰 소가 서로 싸우는데, 여러 사람들이 이를 말렸으나 되지 않으므로 혹은 옷을 벗고 혹은 불을 태워서 소에게 던졌으나 그래도 저지되지 않았다'라고 전해진다. 소싸움은 황소 두 마리가 맞붙어 양보 없는 승부를 겨루는 시합이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법적으로 허용된 동물 격투기다. 우리나라에선 삼국시대 때 전쟁에서 이긴 뒤 마련된 축제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설 등 다양한 주장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명맥이 끊겼다가 1970년대 부활했다. 전용 경기장이 있는 경북 청도의 소싸움이 유명하다. 예로부터 청도에선 '정월 씨름, 팔월 소싸움'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됐다. 최근 청도 소싸움 경기에 100차례 출전 기록을 달성한 싸움소가 나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문화재청은 최근 소싸움이 무형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민속놀이로 소싸움이 갖는 의미와 역사를 짚어보는 것은 물론 소싸움을 둘러싼 동물 학대 논란 등도 살펴본다. 앞서 소싸움은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 지정을 위한 조사 대상에 포함됐으나 반대 여론에 부딪혀 보류됐다. 주관적 견해이지만 대한민국 소싸움은 적어도 스페인 투우처럼 잔인하지는 않다. 소를 일부러 죽이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역사성도 충분한 만큼 국가무형문화재가 될 자격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창호 논설위원
[메디컬 窓] 무너진 의료 체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2대 총선은 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결국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하게 작용하였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등 여러 가지 악재가 있었으나 가장 큰 요인은 독선, 불통으로 상징되는 국정 운영 기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정부의 고집스러운 의대 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 또한 총선에 큰 악재로 작용했다. 총선은 끝이 났지만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의정 갈등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고 있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정원 확충 규모인 2천명을 과학적 추계로 산출을 했다고 하였다. 하지만 연구서를 작성한 저자들도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주장을 하였으나 한 번에 2천명을 증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의대 학장과 의대 교수들도 강의실과 의대 교수, 그리고 해부용 시신 등 현재의 교육 여건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인원이라고 2천명의 급격한 의대 정원 확충을 반대하였다. 전문가들도 의문을 품고 있는 의대 정원 2천명 확충은 왜 이렇게도 정부가 밀고 있는 것일까?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은 여권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바닥을 치는 대통령 지지율을 만회할 카드가 필요했다. 현 정권은 과거 사교육과 민노총을 이권 카르텔로 지목하고 카르텔 타파를 국정운영 방향으로 잡으면서 지지율의 상승을 경험하였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다른 카르텔 대상이 필요했다. 대통령의 칼끝은 의사들을 향했다. 대통령의 무모한 정책은 초기에는 지지율의 급격한 상승을 보였지만 점차 정부의 거짓 의료개혁이 민낯을 보이면서 다시 지지율은 급락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부메랑이 되어 여권의 총선 참패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문재인 정권이 내세웠던 구호이다. 이와 함께 적폐 청산이라는 키워드로 문재인 정권은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문 정권은 '조국 사태'로 기회의 불평등과 과정의 불공정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면서 정권 교체라는 반대의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내세웠던 전략은 이권 카르텔 타파이다. 카르텔 타파는 적폐 청산이라는 단어 선택의 차이이고 결국에는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여론몰이용 도구에 불과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실패했던 길을 가고 있다. 문제는 잘못된 정부의 정책이 의료 붕괴와 함께 국민의 건강권에 중대한 위험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오늘날 우리나라 의료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지역 간 의료 불균형과 필수의료인력의 부족이라 할 것이다. 의대 정원 확충을 하더라도 전문의가 배출되는 데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작금의 상황에서는 해답이 될 수 없다.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수 의료 수가조정과 건강보험 재정 확보 등 40년이 넘게 지속된 현실에 맞지 않는 건강보험체계의 개혁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 현재의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은 교주고슬(膠柱鼓瑟)과 같다. 터무니도 없는 방법으로 일을 꾸려나가려는 우둔함을 계속 보인다면 전 세계가 부러워하던 K-의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막가파식 의료 정책 추진을 멈추고 신뢰가 무너진 의정관계의 회복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협회를 포함한 의료현안 협의체에서 충분한 토론과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곽재혁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곽재혁 신경과 원장)곽재혁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곽재혁 신경과 원장)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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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탄력받는 정부의 의료 개혁…남은 숙제는 전공의 복귀와 의사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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