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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되돌릴 수 없는 의대 증원, 언제까지 의사들만 따로 놀 것인가
이르면 이번 주에 각 의대 증원 규모가 정해지고, 이를 반영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도 확정될 전망이다. 각 대학의 모집 요강이 발표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대학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및 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며 의대생과 교수·전공의 등이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한 서울고법 행정7부의 지난 16일 판결에 기인한 것이다. 의료계는 서울고법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을 진중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판결문은 "의대생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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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국구 된 대구은행, 종국적 목표는 '밸류업'
대구경북을 대표해 온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마침내 전국구 은행인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정례회를 통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영업인가를 최종 의결했다. 이로써 시중은행은 현재 6개에서 7개로 늘어났다. 1967년 대구 상공인들의 뜻을 모아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대구은행의 야심 찬 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무엇보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첫 케이스여서 한국 금융업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와 함께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빨리는 대한민국 현실을 새삼 반추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축하를 받기에..
[사설] 들개가 되는 반려견, 물건 쓰다가 버리듯 해서야
반려동물 양육 인구 1천500만명 시대다. 이들 가구가 느는 만큼 버려지는 동물도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 해 전국에서 유기되는 반려동물은 13만 마리가량이다. 이 가운데 반려견이 70%를 웃돈다. 유기견의 경우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구조·포획을 위해 출동한 경우가 1천400건으로 전년 대비 24.1% 늘었다. 처음 키울 때야 가족처럼 여기고 애정을 쏟는다. 하지만 나중엔 질병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원거리 관광지 등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인이 장기간 집을 비운 사이 외부로 나가 길을 잃고 유기견 신세가 되기도 한다...
이슈칼럼영남일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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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구 아파트 미분양 13개월째 감소, 불황의 긴 터널 끝은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3월 기준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천904 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대구는 9천814 가구로 여전히 전국 1위다. 대구의 부동산 경기 침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최근 분양된 특정 아파트는 고분양가 논란 속에 계약 건수가 전무했다. 다만 고무적인 점은 2023년 2월, 1만4천 가구에 육박했던 대구의 미분양 주택이 13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분양가 할인 단지가 나오면서 미분양 물량이 조금씩 소진되고 있는 것은 길고 긴 부동산 불황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는 신호이기에 희망적이다.'부동산 투기'란 용어에서 보듯 부동산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는 측면이 있다. 반면 내 집 마련, 거주 공간의 확보,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의 주제에서 보듯 부동산 특히 주택은 필수적인 생활공간이다. 나아가 국가든 도시든 아파트와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경기는 산업 전반에 걸친 '분업 사슬'을 형성하면서 전체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구의 부동산 경기가 침체 일로를 걷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안타까운 현실이다. 공급이 넘쳐나고, 때마침 불어닥친 고금리 여파가 컸다.미분양은 신규 분양을 억제하면서 지역 부동산 경기 전반에 동맥경화를 촉발한다. 대구시가 현재 분양 승인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배경이다. 당분간 고통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시장논리에만 맡겨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대구시는 적절한 지방 맞춤형 정책을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자체적인 대책 마련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일선 건설현장의 노임에서부터 각종 건자재 공급, 설계 건축분야까지 지역 경기의 총체적 바로미터가 되는 아파트 분양 경기가 하루빨리 정상궤도에 올라야 지역경제도 순탄해질 것이다.
[사설] 대구경북 청년 수도권行 멈출 책임은 정부에 있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 유출이 가속되고 있다. 지역 소멸과 직결되는 심각한 사안이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청년들이 고향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주로 상위권 대학 진학과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다. 인프라가 풍부한 문화예술을 향유하고픈 욕구도 있다. 바꿔 말해 지방은 가고 싶은 대학과 직장이 별로 없고 삶의 만족도도 낮다는 뜻이다. 이처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지방 청년의 엑소더스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동북지방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대구경북과 수도권 청년 삶의 질 비교' 분석자료를 보면 지역의 암울한 청년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대구와 경북 청년 인구(19~39세)는 2015년 대비 각각 23.7%, 17.1%나 감소했다. 직업과 교육, 주택에 대한 불만이 주된 이유다. 수도권행의 이유가 바뀌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고임금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떠나는 청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지역의 열악한 근로 여건과 무관치 않다. 실제 대구·경북 청년 고용률은 60%대로 수도권(70.5%)에 비해 한참 낮다. 특히 대구는 월 300만원 이상 받는 청년 직장인 비율이 34%에 불과하다. 수도권(47.5%)은 둘째 치고 전국 평균(43.7%)에도 훨씬 못 미친다.청년 유출은 대구경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일극체제가 갈수록 견고해지는 상황에서 지자체 차원의 해결책이 나오기도 어렵다. 패러다임의 대전환에 입각한 중앙정부의 현실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을 막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도외시한 지역균형발전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사설] 기상청發 호우 긴급재난문자…골든타임 확보에 큰 도움
인명구조나 재난상황 때 골든타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순간에서 시간의 절실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상황이 발생한 이후는 말할 것도 없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만 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지는 셈이다. 특히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가 갈수록 늘면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고 있다. 그래서 위기상황을 제때 알리고 공유하는 일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대구지방기상청이 오는 15일부터 10월15일까지 대구·경북지역에 호우 긴급재난문자 서비스를 운영한다. 40㏈ 이상의 경고 알림을 동반하는 이 문자는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 이상이면서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이거나 시간당 강수량이 72㎜ 이상일 경우 발송된다. 다른 재난문자와는 달리 읍·면·동까지 세분화해서 직접 발송하기에 신속·정확하면서도 해당 지역 외 주민 불편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시범 운영한 이후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남에 따라 주목을 받았다.대구경북지역에서는 2022년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포항의 한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이어, 2023년 예천 등 경북 북부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 등 해마다 국지성 집중 호우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재난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황 대처인 만큼 1분, 1초라도 더 빨리 전파되면 인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진다. 강한 호우에 앞서 예보와 특보로 사전에 대비하고 재난문자로 즉각 대응한다는 것이 기상청의 방침이다. 원활하고 차질 없는 운영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자유성] 노인과 폐지
출근 시간에 길거리와 상가 주변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을 자주 볼 수 있다. 고령의 어르신이 손수레나 자전거를 끌면서 폐지를 줍는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가슴 한 곳이 먹먹해진다. 우리나라에서 폐지를 팔아 생활하는 노인의 평균 연세는 어느 정도일까.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3년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서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은 4만2천여 명으로 평균 연세는 76세다. 폐지를 수집하는 이유는 생계비 마련(54.8%), 용돈을 벌기 위해(29.3%), 기타(15.9%)이다. 1주일에 6일간 하루 5.4시간 주운 폐지로 버는 수입은 월 15만9천원이었다. 이를 시간당 소득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최저 시급 9천620원의 13%인 1천226원이다. 120세 시대의 도래를 예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직장인 대부분은 60세 전후로 은퇴한다. 숫자에 불과하다는 나이 탓에 직장에서 쫓겨나지만 몇십 년을 더 사는 동안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수십 년간 쌓은 경험, 지식, 전문성을 활용하지 못한 채 노년을 보낸다. 노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어렵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노인은 외로움이나 우울증이 사라져 건강까지 되찾는다고 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국가나 지자체가 폐지 줍는 노인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폐지 줍는 일도 노동의 한 부분이겠지만, 왠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생계를 위해 그런 노동에 투입되는 것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영남타워] 셋째 낳으면 4억5천만원?
대한민국이 소멸 위기다. 올해 2월 태어난 출생아 수는 1만9천362명. 통계를 조사한 이래 2월 기준 처음으로 2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2067년쯤이면 대한민국 인구가 지금보다 1천500만명이 줄어 3천500만명 수준이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이런 감소세는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견해도 있다. 인구절벽은 더 이상 '위기'가 아닌 '현실'이 됐다. 정부는 재난과도 같은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18년 동안 380조원을 쏟아부었다. 2017년 이후 지난 5년간 저출생 대응 예산은 24조1천150억원에서 51조7천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저출생 예산은 지난해에만 48조2천억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2012년 48만명대였던 출생아 수는 2022년 24만9천명으로 반 토막 났다. 그 많은 예산을 다 어디다 썼는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해도 할 말이 없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아이 낳는 국민에게 자녀 1인당 현금 1억원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60% 이상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 수는 23만명이다. 아이 한 명당 1억원을 줄 경우 연간 23조원이 필요하다. 작년 저출생 예산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2월 아이 낳은 직원에게 자녀 1인당 1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부영그룹이 쏘아 올린 출산 장려책이 이제 정부 정책으로 채택될 날도 멀지 않았다. 예전 '공중부양'한다던 한 대선 후보의 황당한 공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1억 지원' 정책을 도입하면 현재 저출생 예산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 어린이집, 대학등록금 지원, 내 집 마련 저리 융자 등의 지원책이 사라질 수 있다. 그래도 1억 지원책에 한 표를 주고 싶다. 지금까지 해왔던 별의별 정책들이 아무 소용 없었기 때문이다. 백약이 무효인 정책을 무작정 고집할 게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해봄 직하다. 해보고 정 안되면 다시 정책을 수정할 수도 있다.1억 지원책의 핵심은 '한꺼번에'다. '찔끔찔끔' 표시 나지 않은 지원이 아니라 목돈을 손에 쥐여 주는 데 있다. 아이를 낳는 순간 현금 1억원이 통장에 꼽힌다면 받아들이는 체감온도가 다를 수 있다. 목돈이 필요해 출산에 나서는 젊은이도 나올 것이다.여기에 '1억 +알파'를 제안한다. 첫째 아이 '1억원'에 이어 둘째 '1억5천만원', 셋째는 '2억원'을 주는 방안이다. 아이 셋 낳으면 '4억5천만원'이 생긴다.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둘째까지 낳은 부부가 한 명만 더 낳으면 2억원을 만질 수 있다. 십중팔구는 셋째에 도전할 것이다. 주위의 젊은 친구들에게 이 방안을 말했더니 100% 아이를 낳겠다고 했다. 문제는 예산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쓰고 있는 연간 50조원이면 가능하리라 본다. 지금껏 간접 지원으로 헛심만 쓴 50조원을 직접 지원으로 돌리자는 얘기다. 셋째까지 낳는 일이 비일비재해지면 60조, 70조라도 투자한들 대수겠는가. 지금 우리에게 '국가 소멸'을 막는 일보다 더 중한 게 있나.물론 한꺼번에 출산 장려금을 주면 부작용이 따를 것이다. 부작용 없는 정책이 어디 있나. 이를 최소화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아이 낳는 사람이 애국자'라는 광고 카피까지 등장한 시대다. 지금은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초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고 봐야 한다. 진식 사회부장진식 사회부장
[사설] 尹·李 회담 以後…'공통 과제'를 고리로 협치 공간 넓혀라
윤석열 정부 첫 영수 회담은 입장 차만 확인한 셈이다. 합의문도 없었다. 그렇다고 인식을 같이한 부분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합의문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큰 틀의 공감이 이뤄진 게 있다. 여기에 희망의 불씨가 있다. '공감'에 주목하고 이를 '포스트(post) 영수 회담'의 공통 과제로 삼아 협치 공간을 넓혀야 한다.공감을 이룬 부분은 크게 4가지다. △의료 개혁 △연금 개혁 △R&D 예산 복원 △지속적 만남이 그것이다. 두 사람이 가장 확실하게 공감을 이룬 부분이 '의료 개혁'이었던 건 다행이다. 이 대표가 "대통령의 정책적 방향이 옳다"고 했다. 관련 정책의 집행을 두고 더는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 협치 실험의 가장 든든한 고리다. 연금 개혁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과감하게 연금 개혁을 추진한 점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대통령께서 결정할 시기가 왔다"고 했다. 이 또한 머뭇거릴 이유 없이 필요한 입법을 하면 된다. 대통령은 22대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했지만, "(21대 국회에서)서둘러야 한다"는 주호영 특위 위원장의 요청이 더 타당하다. 갈등 과제를 질질 끌다가는 자칫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R&D 예산 복원에 대해 공감을 이룬 것도 긍정적이다. 예산 복원 방식과 시기는 이견이 크지 않은 만큼 진지한 논의로 풀 수 있다. 무엇보다 양측이 지속적 만남을 약속한 것이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 비용이 연간 233조원가량이다.(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정치부터 갈등 요소는 절제하고 공감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 영수 회담에 대한 해석 차이가 분분하지만, 실패냐 성공이냐를 가르는 것은 지금부터 하기에 달렸다.
[사설] 25만원 지원은 명백한 포퓰리즘, 이 대표는 공약 철회해야
'25만원 민생지원금'은 더불어민주당이 4·10총선에서 내건 공약이다. 5천만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풀어 민생을 지원한다는 논리였다. 무려 13조원이 필요하다. 선거 과정에서도 논란이 뜨거웠지만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공세적 반론을 펴지 못했다. 공약 자체가 달콤한 내용이라 한 표가 중요한 선거전에서의 부정적 영향을 감안했을 것이다. 25만원 지원은 현금 살포로 명백히 대중영합주의, 즉 포퓰리즘 유혹에 가깝다. 이런 공약이 먹혀들어 민주당이 175석의 절대의석을 차지했는지도 모른다. 국가의 중장기적 미래와 건전성에 바탕한 냉철함은 선거 열기에 묻혔다. 결과적으로 그건 '매표 행위'와 다름없었다.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의 첫 회동에서도 25만원 지원이 다시 의제에 올랐다. 이 대표는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지원금은 꼭 수용해달라"고 압박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가재정이나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기 때문에 내가 단칼에 잘랐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현금 살포는 코로나19의 팬데믹 속에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그 후유증은 아직도 걷히지 않고 있다.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현금 살포의 여진으로 인플레이션이란 거대한 도전 앞에 각국은 몸부림치고 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고육지책으로 고금리의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다. 현금 지원은 인플레이션에 절대적 악영향이다. 경제학의 원리다. 민생을 돌봐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한편 아름다운 얘기이지만, 전 국민을 상대로 돈을 뿌리겠다는 발생은 국가부채를 1천100조원으로 폭증시킨 정당이 떠들어댈 정책은 아니다. 선거도 끝났으니 이제 철회해야 마땅하다.
[사설] 교육현장 디지털 성범죄, 엄히 다스려야 확산 막는다
고교생이 여교사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디지털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저 호기심으로, 재미로 했다고 변명하겠지만 명백한 범죄일 뿐이다. 해당 여교사가 입은 정신적 피해와 수치심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법질서가 유지된다. 지나친 온정주의는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하기 마련이다. 학생의 미래를 위해서도 무조건적인 용서가 100% 옳다고는 할 수 없다. 가해자 입장이 피해자 인권보다 우선돼서는 곤란하다.경북지역 2개 고교에서 잇따라 적발된 '여교사 몰카' 사건은 각각 화장실과 교실에서 이뤄진 불법촬영이다. 경찰 조사 결과,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했던 학생의 휴대전화에서는 신원 미상의 비슷한 영상물이 다수 발견됐다. 이에 따라 교권보호위원회에서는 퇴학 처분을 내렸으나 징계 조정위원회에서는 퇴학 조치를 취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교실에서 피해를 본 여교사는 관련 영상 유포 여부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안타깝게 하고 있다.청소년범죄는 갈수록 영악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촉법소년 처벌 강화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와 관련, 경북도의회가 단호한 입장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 도의회는 "불법촬영은 중대한 범죄이며 심각한 교권침해로 봐야 하는데 징계 조정위원회 처분결과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성범죄는 교사들의 인권과 교권, 그리고 선량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자유성] 영수(領袖)
우리글의 많은 단어가 그렇듯 산림(山林)도 복수의 뜻을 지닌다. 국어사전엔 ①산과 숲 ②학식과 덕이 높으나 벼슬하지 않고 숨어 지내는 선비 ③절에서 불법을 공부하는 모임으로 적시돼 있다. 산림을 은둔하는 선비로 풀이했지만 실제 조선시대의 산림은 정치에 참여한 학파의 우두머리, 즉 영수였다. 산림은 학문적 권위와 사림(士林) 세력을 바탕으로 학계와 정계를 넘나들며 국정의 기본방향을 설계했다. 왕의 신임을 얻은 산림은 정치판의 얼개를 짜고 사림의 여론인 청의(淸議)를 공론화해 붕당정치를 이끌었다.영수의 어원을 산림이 득세한 조선 중기에서 찾기도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당파의 우두머리를 영수로 묘사한 대목이 여러 군데 나온다. 송시열을 노론의 영수로, 윤증을 소론의 영수로 지칭했다. 영수(領袖)를 글자 그대로 옮기면 옷깃과 소매다. 때 잘 묻고 잘 닳고 남의 눈에 잘 띄는 부위란 의미로 우두머리란 뜻이다. 대통령(大統領)은 큰 줄기의 옷깃이니 우두머리 중 우두머리란 함의가 내재돼 있다. 하지만 영수는 권위주의 냄새를 풍기는 시대회귀적 언어이긴 하다.협치의 시금석으로 여겨졌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은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의료 개혁을 제외하곤 평행선을 달렸다. 채 상병 특검법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양측의 간극이 크다는 방증이다. 그렇더라도 소통의 물꼬를 틔웠다는 의미는 있다. 정치 복원과 협치 구현은 이루어질까. 영수의 역할이 더 막중해졌다. 박규완 논설위원
[돌직구 핵직구] 윤석열에게 약포 정탁이 없었다
지난달 29일 대선 2년 만에 처음 열린 영수 회담은 윤석열 대통령에겐 굴욕적이었다. 환담 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퇴장할 것은 아니고…"라며 취재진을 다시 불러 모았다. 이어 장장 15분간 A4용지 10장 분량의 원고를 읽으며 무려 13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이 대표의 발언을 묵묵히 들어야 했다. 4·10 총선 결과, 윤 대통령은 스스로 언급했듯이 '식물대통령'의 위기에 처했다. 이제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는 윤석열이 아니라 이재명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국내 정치 측면에서 보면 이재명은 192석의 야권을 거느리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됐다.임박한 국회의장, 국무총리 인선도 이재명의 마음먹기에 달렸다. 대통령을 제외한 국무위원, 헌재 재판관, 법관, 감사원장 등 법률이 정한 모든 공무원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150석)의 찬성으로 탄핵 의결할 수 있다. 당장 김홍일 방통위원장부터 탄핵하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야권은 아예 방송법을 고쳐 언론장악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심지어 개혁신당까지 손을 잡고 22대 국회 개원 즉시 방송법을 개정하겠다고 예고했다.사실 이번 야권 승리의 '일등공신'은 MBC였다. 김건희 여사의 문제를 시종일관 부각시켰고, 이종섭 대사의 출국금지 사실을 특종 보도해 총선의 판을 뒤집었다. 해프닝에 불과한 대통령의 '대파 논란'을 이슈화시킨 곳도 바로 MBC였다. 이 MBC가 오는 8월 경영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총선승리의 대가를 요구하며 경영진 유임이라는 청구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순직 해병 채 상병 사건 특검법은 자칫 윤 대통령의 탄핵에까지 이어질 수 있는 폭발력 있는 사안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여권에서 의원 8명만 이탈해도 특검법이 가결될 수 있다. 향후 3년간 대한민국 정계는 이재명이란 '여의도 대통령'이 좌지우지하는, 한 치 앞도 모르는 '시계제로'의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지난주 1박 2일 동안 경북 예천의 역사문화유적지를 탐방할 기회가 있었다. 예천의 도정서원(道正書院)은 임진왜란 당시 좌의정을 지낸 약포 정탁선생을 기리기 위해 유림과 후손들이 세운 곳이었다. 약포 정탁은 '약초를 심은 밭'이란 그의 호처럼 영웅 이순신 장군을 구한 인물이다. 정유재란 직전 선조의 명을 따르지 않은 이순신은 서인들의 공격으로 투옥돼 처형될 위기에 처한다. 이때 정탁은 72세 노구의 병석에서 '논구이순신차(論救李舜臣箚)'라는 상소문을 올려 이순신을 옥에서 구하게 된다. 가히 지부상소(持斧上疏), 즉 상소한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신의 머리를 도끼로 내려치라는, 목숨을 건 상소를 실천한 충신이다.이순신 장군은 그의 난중일기에서 자신을 천거한 사람은 서애 류성룡이요, 자신을 구한 사람은 약포 정탁이라고 적었다. 약포 선생의 용기 있는 상소문이 아니었다면 이순신의 명량대첩도, 조선도 없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을 내치고 나경원과 안철수를 배척했을 때 여권에는 '친윤'들만 즐비했다. 이종섭 대사를 임명할 때 외교부 장관이 결재 상신을 거부했다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대 증원 2천명은 무리하다고 반대했다면, 대통령에게 대파를 들지 말라고 직언한 참모가 있었다면 총선 결과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목숨을 건 도끼 상소로 정탁 선생이 이순신과 이 나라를 구한 것처럼.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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