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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되돌릴 수 없는 의대 증원, 언제까지 의사들만 따로 놀 것인가
이르면 이번 주에 각 의대 증원 규모가 정해지고, 이를 반영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도 확정될 전망이다. 각 대학의 모집 요강이 발표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대학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및 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며 의대생과 교수·전공의 등이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한 서울고법 행정7부의 지난 16일 판결에 기인한 것이다. 의료계는 서울고법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을 진중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판결문은 "의대생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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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국구 된 대구은행, 종국적 목표는 '밸류업'
대구경북을 대표해 온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마침내 전국구 은행인 시중은행으로 전환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정례회를 통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영업인가를 최종 의결했다. 이로써 시중은행은 현재 6개에서 7개로 늘어났다. 1967년 대구 상공인들의 뜻을 모아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대구은행의 야심 찬 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무엇보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첫 케이스여서 한국 금융업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와 함께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빨리는 대한민국 현실을 새삼 반추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축하를 받기에..
[사설] 들개가 되는 반려견, 물건 쓰다가 버리듯 해서야
반려동물 양육 인구 1천500만명 시대다. 이들 가구가 느는 만큼 버려지는 동물도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 해 전국에서 유기되는 반려동물은 13만 마리가량이다. 이 가운데 반려견이 70%를 웃돈다. 유기견의 경우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구조·포획을 위해 출동한 경우가 1천400건으로 전년 대비 24.1% 늘었다. 처음 키울 때야 가족처럼 여기고 애정을 쏟는다. 하지만 나중엔 질병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원거리 관광지 등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인이 장기간 집을 비운 사이 외부로 나가 길을 잃고 유기견 신세가 되기도 한다...
이슈칼럼영남일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다
김기억
박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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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칼럼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칼럼
[사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통과됐지만 여전히 험난한 협치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우여곡절 끝에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피해자 지원 등을 위한 것으로, 특별조사위원회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하고 여야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은 대참사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정부의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특조위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 두 번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이태원 특별법은 협치하라는 4·10 총선의 민심을 따른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논란이 됐던 특별법 일부 조항에 대해 여야가 한 발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여야 수정안을 마련해 통과시킨 첫 사례가 이태원 특별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때 이태원 특별법안의 '문제 조항'을 지적했는데, 민주당이 이를 수용해 성사됐다. 그래서 특별법의 국회 통과는 협치의 시작으로 볼 만하다. 그런데 협치는 여전히 험난하다. 이태원 특별법이 통과된 직후 민주당이 단독으로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놓고는 더욱 첨예하게 맞설 것이다. 4·10 총선에서 범야권이 압승했지만 여당과 협력하지 않으면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민주당의 단독 법안 처리,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만 반복될 뿐이다. 22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여야는 이태원 특별법 해법을 협치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이태원 특별법에서 시작된 협치가 다른 민생분야로 이어져야 한다.
[사설] 저축은행 또 부실 위기…2011년 영업정지 사태서 뭘 배웠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가 커지면서 저축은행의 재정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저축은행 연체율은 6.55%로 전년 동기(3.14%)보다 2배 이상 급등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NPL)인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이미 10%대를 넘어섰다. 대구경북 저축은행 상황은 더 심각하다. 연체율이 8%에 육박해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 특히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5~18%로 치솟은 저축은행들도 있어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급상승한 최대 원인은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높아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비중이 17%가 넘는다. 부동산PF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증권사(4.1%), 여신전문금융사(7.4%)보다 3~4배나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PF 연체가 지속되면서 대출 잔액이 10조원에 육박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스스로 위기를 불렀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부동산 PF 등 고위험 사업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렸던 게 화근이었다. 특히 시중은행이 대출을 거부한 불안정한 사업장에 빌려준 돈은 돌려받을 기약조차 없다.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는 수많은 서민을 나락에 빠트렸다. 하지만 정작 저축은행들은 그 사태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 듯하다. 마구잡이식 대출 행태와 부실하기 짝이 없는 위험관리 능력은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저축은행들은 이제라도 각성해야 한다.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총력을 쏟아야 한다. 금융 당국도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각도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재윤 칼럼]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TK 흑기사론
격동의 시기는 구원자적 인물을 갈구한다. 그 갈망은 가끔 스타 탄생을 예고한다. '킹 메이커' 김종인의 말을 빌리면 그게 '별의 순간'이다. 김부겸, 유승민, 이준석, 주호영, 추미애, 홍준표.(가나다순) 4·10 총선과 혼돈의 정국 속에 '화려한 복귀'에 성공한 TK 인사들이다. 새롭다고는 할 수 없는 올드보이지만, 짧지 않은 정치 이력에서 이들의 배역은 늘 질풍노도의 위기 속 '흑기사'였다.김부겸이 내리 3번 뽑아준 군포를 떠나 2016년 대구에서 민주당계 후보로 당선된 건 '신도환' 이후 31년 만의 기적이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참패 위기에 몰린 민주당의 선대위원장직 요청을 수락한 이유도 10여 년 전 굳이 험지 대구로 '귀향'할 때의 각오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부겸 왔다 가면 분위기 달라졌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압승의 공신이 분명하다. 총리설은 용산에서 실제 검토한 듯하지만, 곧 닥칠 진보의 리더십 위기의 '대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었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 1위(한동훈 제외 여론조사·29.8%·한길리서치)에 오른 유승민. 보수가 어려울 때 어김없이 나오는 게 '유승민 역할론'이지만 한 번도 성사가 안 된 건 불가사의다. 그저께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중·수·청'에 강점 있지만 늘 당심이 문제다. '당원 100%' 전당대회 룰이 여하히 바뀌느냐에 따라 그의 선택은 조율될 것이다. 유승민이 당 대표 되면 기적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기적이 필요한 때"라고 한다.(진수희 전 의원) '라이언 일병' 이준석의 기사회생은 극적이다. 당장 김종인은 "국민의힘, 이준석에 견줄 대권 주자 없다"며 또 별의 순간을 점쳤다. 그의 위상은 총선을 계기로 단숨에 '차기' 반열로 수직 상승 중이다. 그는 분명 '미리 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다.국민의힘 내 유일한 6선 주호영. 선수에 걸맞게 당 대표, 총리 모두 하마평에 올랐다. 그는 '흑기사' 역에 특화된 인물이다. 직무대행만 6번. 계파색이 옅은 합리적 품성과 관록의 노련미, 안정감이 특장이다. 수성갑은 김부겸에 이어 두 번째 총리를 배출할 수 있을까. 대구의 세탁소집 딸 추미애는 국회의장 적합도 조사에서 압도적 1위.(40.3%·미디어토마토) 그의 부상은 조국 등장 장면과 흡사하다. 선명한 반윤(反尹) 반검(反檢)의 기치다. TK 출신 '첫 여성 국회의장'의 탄생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홍준표의 페이스북은 한동훈 공격으로 도배되고 있다. '철부지 정치 초년생'이라며 왜 한동훈을 타깃으로 삼나. 이유는 하나, 대권! 그는 타이밍을 읽는 천부(天賦)의 승부사다. 보수 '리더십 공백'의 순간을 놓칠 리 없다. '한동훈이 전당대회에 나오면'이란 전제가 붙지만, 그의 전대 등판설은 흥미롭다. 고생한 한동훈 대신 총선 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가장 먼저 만난 홍준표. 총리도 사양했다니 그의 목표는 더 뚜렷해졌다.TK목장의 6인. 닮은 곳이 많다. 모두 전투력 갑이지만 주류는 아니다. 일정 기간 '정치적 수난기'를 겪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모두 총리 아니면 당 대표 출신이니 중량감에서도 갑이다. 만만찮은 팬덤도 있다. 부침의 관록이 진퇴를 여의(如意)하게 한 저력일까. 'TK 흑기사'들을 다시 주목할 시간이다. 누가 '별의 순간'을 잡을까. 논설위원논설위원
[미디어 핫 토픽] 가왕에게 보내는 박수
지난 2월 가왕 '나훈아'가 은퇴를 시사하는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크고 높은 소리로 외쳐드리고 싶다. 여러분 고마웠습니다" 등의 내용과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며'라는 문구가 담겼다. 편지 발표 후 팬들과 가요계는 충격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공연만 그만두고 작곡 활동은 이어갈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기자 역시 가왕의 은퇴 소식에 적잖이 놀랐고 영원한 은퇴는 아니길 바랐다. 그러나 나훈아는 지난달 28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4 고마웠습니다- 라스트 콘서트' 인천 공연에서 "저는 이제 마이크를 내려놓으려고 한다"고 말해 은퇴를 못 박았다. 그는 "'그래 이제 니 그만해도 되겠다' 하고 서운해하지 않으시면 돌아서는 제가 얼마나 슬프겠느냐"면서 "여러분이 '그래 서운해, 더 있어라' 할 때, 박수 칠 때 (그만두려 했다)"고 은퇴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30대인 기자에게 나훈아는 친근한 존재다. '홍시'를 부르며 돌아가신 할머니를 추억하는 아버지, '남자의 인생'을 들으며 아버지를 응원하는 어머니 등 부모님들이 가수 나훈아의 팬이었던 것. 어린 시절부터 듣고 자란 나훈아의 노래는 언제나 익숙했다. 이후 2020년 추석 연휴 기간 비대면 콘서트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보면서 시선을 사로잡혔다. 또 콘서트에서 본 나훈아의 열정 가득한 무대에 팬이 됐다. 이번 은퇴 상황을 지켜보며 다시 가수 나훈아에게 매료됐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한다"는 편지 내용과 인천 공연 막바지 "혹시 누구에게 곡이라도 써주며 연예계에 기웃기웃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후배 가수들을 잘 모르기에 누구에게도 가사나 곡을 주지 않는다. 살짝 옆눈으로도 연예계는 안 쳐다볼 거다"라고 말한 그만의 삶의 철학이 뚜렷해 보였기 때문. 가왕은 은퇴 퍼포먼스도 트렌디하게 장식했다. 공연 말미 나훈아가 "저는 마이크가 없어서 이제 노래를 못 부른다. 여러분이 대신 불러 달라"고 요청하자 공중에서 드론이 나타났다. 드론에 마이크를 떠나보낸 뒤 사라지는 마이크를 향해 거수경례하는 것으로 그는 공연을 마무리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가수 나훈아의 은퇴 상황들을 지켜보며 기자는 삶의 철학에 대해 돌이켜보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까지 울림을 남겨준 가왕에게 고마움을 담은 박수와 은퇴 이후 삶에 대한 응원을 보낸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주진오의 한국현재사] 청년 이승만, 어떻게 지도자로 성장했나
최근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에 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하며, 그를 다룬 다큐 영화가 상영되었지요.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 얼마든지 인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지만, 반드시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야만 하겠지요. 우선 몰락양반 가문의 청년이 어떻게 민족 지도자로 부각되었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인 선교사가 세운 배재학당의 학생이었던 이승만은 1898년 3월 독립협회가 그를 만민공동회의 연사로 내세움으로써 급속하게 청년 지도자로 부각되었습니다. 곧 중추원 의관에 임명되었으나, 1899년 1월 박영효 역모사건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어요. 그러나 증거는 불충분했고 미국공사의 석방 요청도 있어 풀려나올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무모하게도 동료들을 따라 탈옥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습니다. 재판을 받고 종신징역형을 받았는데, 죄목은 역모죄가 아니라 탈옥미수죄였어요. 하지만 그해 말에 10년으로 감형되었고, 결국 5년 7개월이라는 기간을 죄수로 갇혀 있었어요. 그는 미국인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감옥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도서관과 학교를 운영하였으며 '제국신문'을 비롯한 언론매체에 기고를 했어요. 원고 집필과 번역서 발간도 가능하여 그의 대표저작으로 손꼽히는 '독립정신'도 이때 작성한 것입니다. 감옥은 오히려 그에게 활동공간을 넓히는 역할을 했어요.이승만은 출옥한 지 몇 달 지난 1904년 8월에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민영환과 한규설에 의해, 미국 정부에 거중조정을 요청하는 밀사의 자격으로 파견된 것이었지요. 그는 조선주재 미국공사을 지낸 딘스모어 의원의 주선으로 존 헤이 국무장관을 면담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구체적인 답변도 듣지 못한 채 밀사의 임무를 끝냈어요. 그리고 미국에 남아 유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윤병구 목사와 함께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나서 대한제국 문제에 개입해 달라는 청원서를 내밀었어요. 루스벨트는 주미 공사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제출하라고 했지만, 이는 외교적 제스처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이미 일본의 조선 지배를 묵인하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승인한 상태였지요.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의 대통령을 직접 면담했다는 것은, 그의 명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뉴욕 타임스에도 두 차례나 보도되었고, 당시 미국에서 활동하던 박장현은 이 사실을 '황성신문'에 기고하여, 이승만을 "한국 인민의 대표자요 독립주권의 보존자요 애국열성의 의기남자요 청년지사"라고 높이 평가하였어요. 그런데 19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장인환과 전명운 의사가 대한제국의 외교고문이었던 친일파 미국인 스티븐스를 처단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때 교민사회는 대대적으로 모금을 하여 유학생이던 그에게 법정 통역을 요청했어요. 그러나 이승만은 "예수교인의 신분으로 살인재판의 통역을 원하지 않는다"고 거절했습니다. 이승만이 생각한 것은 기독교와 미국에 의지한 외교를 통한 독립이었습니다. 그에게 의병항쟁과 의열투쟁은 부질없는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박사까지 했다는 학력과 미국의 고위층과도 소통했다는 경력은 높이 평가되었지요. 3·1운동 이후 여러 지역에서 발표된 임시정부 수립안에 집정관 총재 또는 국무총리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상명대 역사콘텐츠 학과 명예교수상명대 역사콘텐츠 학과 명예교수
[하재근의 시대공감] 중국몽, 이런 식으로 가능할까
최근 걸그룹 아이브의 신곡 '해야' 뮤직비디오에 대해 논란이 터졌다. 중국의 일부 누리꾼들이 비난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해야'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면서 멤버 안유진은 "저희가 한국풍으로 뮤비도 찍고 의상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영상 속 그림을 그린 박지은 작가는 "'해야'의 공식 콘셉트는 한국의 아름다움과 해를 사랑한 호랑이"라며 "한지 위에 전통재료로 그린 그림"이라고 했다.뮤직비디오 속에선 곰방대, 저고리, 부채, 노리개 매듭, 동양화 이미지 등이 전통적인 동양 느낌을 전달한다. 이에 대해 중국의 일부 누리꾼들은 그 이미지들이 중국의 문화라며 아이브 SNS에 "뮤직비디오 전체가 중국 문화로 가득 차 있다" "중국의 의존국가가 되고 싶나" "동양화가 아니라 중국화" "문화를 도둑질했다" 등 비난을 퍼부었다. 심지어 뮤직비디오에 그림을 제공한 작가 SNS에도 "부끄러운 줄 알아라" 등 악성댓글이 쏟아졌다고 한다.한국 측에서 중국 전통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표현을 했을 때 중국 누리꾼들이 공분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2022년엔 아이브의 장원영이 파리 패션위크에 봉황 비녀를 꽂고 참석했는데, 그때도 중국 일부 누리꾼이 봉황 비녀가 중국 양식이라며 '한국의 문화 도둑질'을 비난했었다.이런 식이면 한국 전통문화의 상당 부분이 그들에게 문화 도둑질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중국 문화는 단순히 한 나라의 고립된 문화가 아니라 전통시대의 동아시아 국제문화였다. 그래서 중국을 제국이라고 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중국과 매우 밀접했다. 당연히 한국 전통문화 중에서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 많고, 같은 문화권이다 보니 비슷해 보이는 것도 많다. 이 모든 전통문화가 다 중국만의 것이다?중국의 영향을 받았거나 비슷하다는 이유로 중국만의 것이라고 규정하는 건 억지다. 그 나라의 역사에 실제로 있었던 문화는 모두 그 나라의 전통문화라고 할 수 있다. 전통문화인데 형성과정에서 어느 나라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할 수 있어도, 전통문화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중국의 일부 누리꾼들이 김치나 조선식 한복을 중국 것이라고 하는 게 잘못된 주장인 건, 김치나 조선식 한복이 중국 역사에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동양화, 부채, 곰방대 등은 한국 역사에 엄연히 존재했던 우리네 문화였다.로마, 피렌체 르네상스 문화를 차용했다고 해서 이탈리아인들이 타국인을 문화 도둑이라고 하지 않는다. 한국 가수가 록, R&B, 힙합, 포크송을 부른다고 미국인들이 한국인을 문화 도둑이라고 하지 않는다. 미국 문화 중에 유럽에서 기원한 것들이 있는데, 그렇다고 유럽 각국인들이 미국을 문화 도둑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반면에 일부 중국 누리꾼은 문화적으로 놀라울 만큼 편협하고 우악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중국은 중화제국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중국몽'을 염원한다. 제국이 되려면 물리적 힘과 함께 문화적 매력과 관용, 개방성도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자국 중심주의 편협한 태도로 중국몽이 가능할까? 중국은 여론을 국가가 통제하는 나라다. 설사 인터넷 여론을 완전히 바꾸진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언론을 통해 시정하려는 노력이라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빗나간 애국주의 누리꾼들의 목소리를 그냥 방치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 속에서 일부 중국 누리꾼들의 '한국은 문화 도둑' 주장이 커져 가고, 심지어 김치 같은 한국 고유문화까지 중국 문화로 탈취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중국이 문화적으로 존중받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문화평론가문화평론가
[자유성] 검털파리
수 년전 여름 오전에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천봉산(경북 상주시)에 오르는데 소나무에 솔잎흑파리가 많이 붙어 있고 사방으로 날아다닌다"며 빨리 와보라는 것이었다. 소나무에 해를 끼치는 벌레는 흑파리가 아니라 혹파리라고 정정해 주고 현장에 나갔다. 소나무뿐만 아니라 등산로 주변 곳곳에 검은 몸뚱이에 검은 날개를 단 벌레가 수없이 날아 다녔다. 이건 솔잎혹파리도 아니고 검털파리다. 파리류는 몸에 털이 많고 날개가 1쌍이다. 곤충은 대개 2쌍의 날개를 갖는데, 파리는 뒷날개가 퇴화하여 작은 곤봉 모양을 하고 있다. 이 곤봉은 비행을 할 때 평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여 평균곤(平均棍)이라 한다. 파리목 털파리과의 검털파리는 우리가 흔히 보는 파리보다 몸집이 크고 전체적으로 검은색이다. 보통의 파리도 혐오감을 주는데, 검은 망토를 걸친 것 같은 이 벌레는 움직임 마저 민첩하지 못하면서 옷이나 머리, 심지어 얼굴에까지 달라 붙어 몸서리 치게 한다. 검털파리는 질병을 매개하는 해충은 아니다. 낙엽이나 땅속에 알을 낳으며 부화한 애벌레는 적당히 썩은 식물이나 짐승의 배설물, 채소의 뿌리 등을 먹고 자란다. 낙엽이나 기타 부식하는 유기물이 쌓여 있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이 벌레가 나올 수 있다. 겨울을 견딘 애벌레는 날이 따뜻해지면 성충이 돼 날아 다니며 짝짓기를 하는데, 올해는 습한 봄 날씨 때문인지 산속에서는 가는 곳 마다 성가시게 한다. 검털파리는 한 번에 300~500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따뜻하고 습한 날이 계속되면 대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끔찍한 일이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부장·나무의사
[기고] 청소년 사이버도박 근절, 함께 관심을
최근 청소년의 온라인 접속 시간이 길어지면서 SNS나 불법 OTT 등을 통한 광고에 현혹돼 도박사이트에 접속하는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도박 중독으로 진료받은 청소년은 2.5배 증가했고, 여성가족부의 2023년 청소년 사이버도박 문제 진단조사 결과 전국 중·고 1학년 학생의 3.3%가 도박문제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경찰에서는 지난 2월7일 국민의 평온한 일상 지키기를 목표로 국민체감약속 5호인 '도박범죄 척결'을 집중 추진과제로 선정하고, 청소년을 유혹하는 사이버도박 및 이를 광고하는 매체에 대한 특별단속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청소년들은 도박행위를 불법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친구들과 일시적인 게임이나 놀이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박에 중독된다. 이후에는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고금리의 사채를 쓰거나 사기·절도·갈취 등 2차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혹시나 △자녀의 휴대폰에서 불법도박이 의심되는 게임이 발견되는 경우 △용돈 한도액을 초과해서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선물을 하는 경우 △사주지 않은 고가의 물품을 소지하는 경우 △스포츠경기 결과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 △집안에 보관 중이던 현금이나 물건이 없어지거나 본인의 물건을 잃어버렸다거나 팔았다는 경우 등엔 자녀가 도박에 중독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그러한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기관이나 경찰에 적극적인 도움 요청이 필요하다.경찰은 사이버도박 단속 과정에서 재범 또는 상습범인 경우, 도박사이트 운영, 도박행위자 모집 등 사안이 중한 경우 형사입건을 해 강력처벌한다. 또 도박금액 500만원 미만의 경미한 초범인 경우에는 자체 선도심사위원회를 통한 훈방 또는 즉결심판 청구의 절차를 거쳐 최대한 형사입건을 지양하고 전문 상담기관과 연계해 치유와 재발방지 노력을 하고 있다.가정과 학교에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박 중독의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예방부터 치유까지의 과정을 무료로 지원해 주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1336)에 상담 요청을 하거나 해당 사이트 '넷라인'에서 예방·치유 관련 정보와 다양한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경찰민원콜센터(182)를 통해 시경찰청 사이버도박수사팀이나 주거지 관할 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도박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중독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렵다. 혹시 우리 아이에게 도박중독 의심 증상이 발견되면 초기에 전문기관의 상담과 치료 등 도움을 받도록 하자.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사이버도박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가정·학교·공공기관 등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심인보 (대구시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경감)심인보 (대구시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경감)
[박규완 칼럼] 만기친람의 역설
만기친람(萬機親覽). 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핀다는 뜻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일견 긍정적이다. 하지만 만기친람은 양가적(兩價的)이며 현대에선 외려 부정적 평가가 많다. 만기친람의 원조 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지시사항이 1만자가 넘을 정도로 세세하고 꼼꼼하게 국정을 챙겼다. 좋게 봐주면 '깨알 리더십'인데 살짝 비틀면 '좁쌀 정치'로 폄훼된다. 대통령이 너무 세밀한 부분까지 챙기다 보면 큰 틀에서의 방향 제시와 갈등 조정을 간과할 수 있다는 우려의 발로일 게다.지난달 2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낙선·낙천자 위로 오찬. 낙선·낙천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면전에서 불만과 원망을 쏟아냈다. "장관에 책임 맡기고 잘못하면 책임 물어 경질하라" "대통령이 정책의 구체적이고 세세한 사안까지 간섭해선 안 된다". 권한 위임하고 책임 묻고 만기친람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기실 윤 대통령의 권한 위임은 애매모호했으며 친윤 관료와 이너서클의 책임 추궁엔 유독 관대했다. 159명이 죽은 이태원 참사에도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건재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 및 안전을 총괄·조정한다'고 명시된 재난안전법이 버젓한데도.R&D 예산 삭감엔 만기친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지난해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R&D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며 33년 만에 R&D 예산 16.6%가 삭감됐다. 그 불똥은 대학원생 연구원 등 약한 고리에 주로 튀었다. 과학계의 반발과 여론 질타가 비등하자 정부는 올핸 다시 R&D 예산 대폭 증액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통령 한 마디에 괜한 소동을 치르며 정책 일관성에 흠집만 남겼다. "과학계의 오랜 관행과 부조리를 개선하라"는 식의 원론적이고 포괄적 지시가 대통령 언어로서는 차라리 합당했을 듯싶다. 의대 증원 역시 대통령이 2천명을 못 박을 일이 아니었다. 국민여론도 의대 증원엔 공감했지만 2천명 고수엔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2천명 증원이 금과옥조가 아니거늘 윤 대통령은 2천명을 교조(敎條)처럼 반복했다. SNS엔 무속인 천공의 본명이 '이천공'이어서 2천명에 집착한다는 낭설이 떠돌았다. 대통령이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하면 해당 부서의 재량과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민생토론회도 웬만하면 장관에게 맡겨야 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국정 운영의 큰 틀을 고심하고 야당 의원들 만나고 기자회견 하는 게 통치자의 진면목이다. 총선 전 24회의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약속한 정책 중 입법사안은 거야의 벽에 막힐 공산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신(神)이 나에게 하루 48시간을 주셨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텐데"라고 말했다. 하루를 48시간 쓰는 방법이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존 맥스웰도 저서 '리더십의 21가지 불변의 법칙'에서 "권한을 위임하고 간부와 직원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통치자의 사유(思惟)는 넓을수록 좋다. 장자(莊子)의 언어 광대무변(廣大無邊)이면 금상첨화다. 대통령은 밑그림만 그리고 디테일은 실무진에 일임하는 게 옳다. 굳이 만기친람하고 싶다면 외교 쪽으로 눈을 돌려라. 예컨대 라임 지분을 넘기라고 압박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대응이라면 외교부나 주일 대사관보다 대통령의 말에 더 무게가 실릴 테니까.논설위원논설위원
[더 나은 세상] 헌재 발(發) '구하라법'
될 듯 될 듯 싶다 끝내 안 되는 사건이 있는가 하면, 안 되는가 싶어 실망과 좌절에 빠져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물꼬가 트여 풀리는 사건이 있다. 사건도 사람 인생을 닮았나 싶었는데, 이제 보니 법도 그런 것 같다. '구하라법' 이야기다.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로 2020년에 제안된 민법 개정안 '구하라법'은 여론의 광범위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20대 국회의 임기 만료와 함께 결국 폐기되었다. 21대 국회에서는 논의가 더 진척되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것 같은 희망이 보이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국회는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오는 5월 말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다시 한번 폐기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국회가 아니라 헌법재판소에서 '구하라법'을 다시 살려냈다. 지난 목요일 헌재가,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하므로 유류분 상실사유를 두지 않은 민법 규정에 대해 헌법에 맞지 않다고 선언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구하라법'과 직접 관련은 없는 47건의 유류분 관련 사건에서다. 한 치 앞의 인생을 모르는 것처럼, 여론의 지지를 받는 법안의 운명도 그랬다. 소(小)가 대(大)를 살리다니, 이 점이야말로 '신의 한 수' 같다. 구하라법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상속인이 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상속 제도 자체(大)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상속 제도 중 일부(小)인 유류분 제도에 한해 판단하였지만, 피상속인에 대해 패륜행위를 한 상속인은 상속인 자격이 없다는 판시 내용 자체는 '구하라법' 취지와 똑같다. 헌재는 국회에 대해 유류분 상실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민법 규정을 개정하라고 2025년 12월31일까지 시간을 주었다. 국회가 유류분 상실사유를 도입하려면 그 전제로 상속 상실사유를 같이 손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헌재의 결정문 중 유류분 상실사유 입법 미비 부분에 관한 내용은 고(故) 구하라의 오빠 구호인씨가 한 말의 취지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거죠. 자식 버린 부모가 자식의 죽음으로 되레 큰 이익을 얻는 걸 법이 그냥 두고만 본다는 게. 무슨 법이 이런 법이 있나 싶고." 필자가 '구하라법'을 포함하여 사람 이름을 딴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글을 쓰면서 취재할 때 들었던 그의 울분 섞인 목소리가 헌재 결정문 속에 그대로 녹아있어 더 반가웠다.(필자의 글은 2021년 '이름이 법이 될 때'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21대 국회는 오는 5월 말로 임기를 마감한다. 그전까지 임시국회를 열어 '구하라법'을 통과시키는 건 시간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출범할 22대 국회에서는 헌재가 준 시한을 맞추기 위해 법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현실에 맞지 않는 민법 상속 제도를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전반적으로 개정하는 것이니 21대 국회에서 급하게 처리하기보다는 22대 국회에서 차분하게 심도 있는 논의를 충분히 한 뒤 만드는 게 더 좋겠다 싶다.정혜진 변호사정혜진 변호사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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