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일상의문화연구소 유성동 소장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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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3   |  발행일 2019-12-13 제41면   |  수정 2019-12-13
“지역문화예술 뿌리 튼튼해 질 수 있는 비평문화 척박…언론 역할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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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싱크탱크인 일상의문화연구소장으로 대구의 새로운 문화기획공연의 청사진을 준비하고 있는 유성동. 그는 ‘청소년문화기획스쿨’은 물론 청소년문화예술 진로상담문화까지 구축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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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코 대구경북 그랜드포럼’ 개막식 주제공연을 연출하고 있는 유성동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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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동 소장은 이런저런 문화행사에 참여해 자신만의 콘셉트를 설명하기도 한다.
원맨 싱크탱크인 ‘일상의문화연구소’를 몰고 가는 유성동 소장. 멀티문화기획가로 불리는 그는 요즘 좋아하는 술도 끊고 대구에서 새로운 문화판을 재건하기 위해 독서와 사색 등에 올인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 론칭된 대구포크TV에 토크패널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부터 시축제 등을 기획하며 공연기획에 간여를 한다. 대구에서 판을 깔기 전 그는 이미 서울에서 나름 인정받는 전방위 문화기획가였다. 기업은행에 들어갔다가 자기가 있을 곳이 아니다 싶어 3개월 만에 사표를 쓰고 나왔다. 이후 광고회사 킹즈컴, 공연기획사 파 코스, 마지막엔 이재현 사단의 ‘모델라인’에서 일을 하게 된다. 나중엔 대기업이 제안한 공연 등을 대행하기도 했다. 돈을 주고도 배울 수 없는 현장의 노하우를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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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동 일상의문화연구소장이 기획한 시와 노래가 함께하는 시축제 일환인 ‘사과나무콘서트’ 장면.

“지역예술계 양적으로 풍성해졌지만
변화 느리고 10년전과 변한 건 없어
대구음악창의도시 선정, 체감 미약”


그를 만나 대구의 공연기획이 나아가야 될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눠봤다.

▶개인적으로 대구 문화예술계의 흐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양적으로 많이 풍성해졌다. 다양성이 증대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년기획자들의 활동도 눈에 띈다. 경험치에서 본다면 변화가 느리다. 한 2년간 칩거(성찰과 재충전)를 하고 돌아와 보니 체감할 만한 내용이 없다. 10년 전과 크게 변한 게 없다. 다만 대구문화재단이 이제야 제 역할을 찾아가는 것은 다행이다. 하나 더 덧붙인다면 비평문화가 여전히 척박하다는 것이다. 지역언론의 비판적 역할이 아쉽다. 칭찬과 격려는 활발한 비판과 비평이 함께해야 로컬 문화예술의 뿌리가 튼튼해 질 수 있다.”


▶대구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지정돼 있는데 그것에 대한 소회, 그리고 대구가 음악창의도시로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뭔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음악분야에 가입이 승인된 것이다. 지정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유네스코의 비즈니스라고 본다. 승인 배경은 다르지만 2015년 경남 통영시에 이어 두번째로 선정된 것이다. 얼마전 세번째 대구위크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명분은 있으나 가시적인 성과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대다수 일반시민은 물론 많은 예술인, 음악인들조차 뭘 하는지 체감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구에 다양한 음악 관련 축제가 있다. 각각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개인적으로 현재를 ‘문화과잉시대’로 규정하고 싶다. 양적으로 엄청 팽창했다. 우선 연륜을 봐야 한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축제처럼 100년의 역사를 가진 축제는 분명 성공한 축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페라축제와 뮤지컬축제는 반석 위에 올랐다고는 본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여전히 부족하고 아쉬운 점들이 많다. 오페라축제의 경우 클래식이라는 문턱을 상당히 낮추었다는 것은 큰 성과로 보인다.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된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 간 간극이 커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오페라부파나 소오페라(리틀오페라) 계열 작품이 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뮤지컬축제도 참가 작품의 문제다. 올해도 소극장뮤지컬의 약진이 돋보인다. 블록버스터도 있어야 하지만 보다 다변화한 국가에서 차별화된 작품, 작은 규모의 소담스러운 작품을 골라 오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5회째를 맞은 대구포크페스티벌은 포크 장르 고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 우선 과제가 아닐까 싶다.”

“대구 오페라·뮤지컬 축제 큰 성과
다양한 국가 소담스러운 작품 필요
포크는 정체성 만들어 가는게 과제”


▶그동안 유 소장 주도의 주요 공연을 어떻게 기획하고, 출연진 섭외와 홍보, 수익을 내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말해달라.

“흔히 ‘작품은 성공이지만 흥행은 실패다’라고 하는 것처럼 처음(초연)부터 작품성과 흥행 모두 성공하는 것은 공연예술의 특성상 아주 어렵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선 ‘사과나무콘서트’의 경우다. ‘시가 된 노래 노래가 된 시’란 콘셉트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역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 공연한 것이다. 이건 내가 기획한 제1회 ‘시축제’의 연장이다. 지역에선 최초로 브랜드를 가진 공연이었다는 점, 제작비가 민간자본이었다는 점은 론칭 당시 신선한 충격을 주며 회자되기도 했다. 제안서를 갖고 서울 대기업의 문을 두드렸을 때의 설렘과 호기로움, 그리고 결정이 났을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기분이 좋다. 제작비 회수에는 실패했지만 재미와 의미 두가지를 충족시키며 30여 차례의 초청공연을 한 바 있다. 스펙트럼이 넓은 전방위 기획가로서 강한 의지를 갖고 주력했던 것 중 하나는 기업문화 경영 컨설팅 분야다. 문화경영이란 용어가 전국적으로도 생경하던 시기에 <주>동우씨엠을 만났다. 다양한 문화경영컨설팅을 통해 좋은 파트너 관계로 발전, 문체부 제1회 중소기업문화경영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기업과 문화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실히 보여준 사례다. 경영에 예술적 창의력을 활용하는 문화경영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도 <주>화선, <주>청춘, <사>다다의 문화경영을 컨설팅하고 있다.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문화경영이다.”

▶대구포크TV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홍보되고 있다. TV에 출연해 보고 어떤 느낌을 갖게 됐는가. 보완해야 될 점도 소개해달라.

“모두 7회 중 4회차에 나도 토크패널로 출연했다. ‘언더그라운드포크뮤지션의 실태’란 아주 현실적이면서 꼭 다루어야 할 그래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였지만 유튜브의 특성을 감안, 최대한 가볍게 다루려고 노력했다. 처음 만나 넘 반가운 가수 양하영씨와 지역 뮤지션들과 함께 짧지만 진지하게 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멋진 라이브 무대를 즐길 수 있었다. 주제에 대한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으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방송이 계속 이어진다면 차츰 나아질 거라 믿는다. 대구를 넘어 한국포크뮤직의 부흥을 견인하는 채널로 성장하길 바란다.”

“소리없이 세상 움직이는 힘 문화경영
경영과 예술적창의력 활용도 주효”



▶이밖에 대구의 여러 문화관련 축제 중 성공적인 것과 대표적으로 고민해봐야 될 실패한 공연을 적시해 달라.

“앞에서 언급했듯이 수많은 문화관련 행사 그리고 축제들이 있다. 일일이 성공 또는 성공적 아니면 실패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실패한 것은 실패한 대로 남긴 것이 있을테고 성공한 것은 성공한 대로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발전가능성과 성장잠재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전혀 없다면 접어야 할 것이고,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 어떻게 키워나갈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여기서 딱히 적시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대신 대구에서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8월 남구 대덕문화전당에서 재밌게 본 렉처콘서트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음악으로 그리는 일곱 가지 명화 빈센트 반 고흐’이다. 고흐의 작품과 그가 남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를 토대로 피아노, 첼로, 성악가와 뮤지컬배우 4명, 그리고 미디어아트가 뭉친 공연이다. 유명배우가 없이도 많은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도 이렇게 감동적이고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라 특히 기획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꼭 덧붙이고 싶은 것은 대구도 이런 작지만 가성비 높은 공연을 제작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 공연을 소비만 하는 도시가 아니라 대구의 인적자원, 그리고 대구만의 특화된 소재를 발굴한, 그게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음악이든 무용이든…, 어떤 장르로든 만들어 대구서 제작비를 회수하면 더할 나위 없지만(내수의 중요성) 국내시장, 해외시장으로 활발하게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대구만의 특화 소재로 발굴한 장르
가성비 높은 공연제작 관심 가져야
청소년 문화 진로상담도 하고싶어”

▶대구포크페스티벌, 달빛포크콘서트 등 포크 관련 공연이 활성화되고 있다. 포크뮤지션에게 한 마디 해 달라.

“포크는 내용면에서 세상과 삶에 대한 뮤지션 자신의 시선, 메시지를 담아내야 한다. 형식면에선 어쿠스틱이다. 악기는 무엇이든 좋다. 통기타도 좋고 피아노도 좋고 무엇이든 괜찮다는 게 평소 생각이다. 우선 뮤지션은 자기 노래를 불러야 한다. 다작해야 수작도 나온다. 예술의 기본이다. 몸값은 스스로 분명히 해야 한다. 선택은 기획사든 직거래든 수요자가 한다. 포크가수의 경우 행사 성격, 주관객은 누군지, 무대환경, 앞뒤 다른 출연진은 누군지 등을 사전에 확인하고 설 무대 안 설 무대를 선별해주길 권한다. 출연료 또한 스스로 레퍼런스를 분명히 해야 한다. 공급자가 분명히 제시해야 하는 게 순서다. 그 다음 명분과 실리를 따져 출연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예술인 처우문제는 해묵은 과제다. 뮤지션들 스스로가 개인이 아니라 협동조합같은 것을 결성해 공동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출연료 단가를 공시가 형식으로 정리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그동안 문화기획가로 살아오는 게 무척 힘들었던 것 같았는데….

“좋아서 한 일이고, 하고 싶어 한 일이다. 특해 인문학과 예술의 만남을 모토로 올인해 개원한 ‘행복한 문화의 집’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스스로 2년여의 공백 아닌 공백을 가졌다. 칩거일 수도 있고 비우고 성찰하고 휴식과 재충전일 수도 있고…. 이제는 평온하다. 문화예술(계)도 아름다운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된다. 특히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고 여러 방식으로 가끔씩 해오던 청소년문화예술 진로직업상담을 좀더 체계적으로 해보고 싶다. 이것과 함께 10년 전에 기획했던 ‘청소년문화기획스쿨’을 실현하는 방안을 찾아 보는 중이다. 이 모든 것은 ‘일상의문화연구소’로 귀결된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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