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숙의 여행스케치] 포항 영일만 죽도∼여남 끝마을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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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3   |  발행일 2019-12-13 제36면   |  수정 2020-09-08
태평양 넘어 세계로 항해하는 포항의 꿈과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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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해오름을 형상화한 전망대인 형산강 워터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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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워터폴리는 포항의 시조인 갈매기를 형상화한 것으로 포항의 꿈과 비전을 표현했다.

소나무가 많다는 섬 송도. 포스코가 건설되면서 육지가 되었지만 이제 포항 운하가 열렸으니 다시 섬인가. 송도의 소나무들은 조금씩 남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바닷바람은 동북쪽으로 열린 만의 입구에서부터 내만 깊숙이 들어오는 동안 자신의 기세를 꺾을 의사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오래오래 떠밀려 커다란 솔숲 전체는 생각하는 나무처럼 갸우뚱했다. 숲은 세찬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골똘했고, 바다는 곶과 곶에 몸을 걸친 채 뒤척임 없이 수평으로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무언가 신선한 것이 우뚝 서서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도심 주요 수변관광자원 연결, 명소화
동해 해오름 형상화‘형산강 워터폴리’
시조 갈매기 모습 ‘송도 워터폴리’조성
바다와 강, 하늘과 세계로 향한 도약

땅끝이 하얀눈에 덮인 모습 설머리 포구
해안길 없는 어촌에 자리한 여남 끝마을
꿈꾸길·생각하길·상상하길 벽화 골목



◆송도 해변의 워터폴리

포항 시가지를 관통해 형산강을 따라 바다로 가는 도로가 휘익 돌아서는 둥그런 모서리에 커다란 전구 하나가 불쑥 나타난다. 형산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해변에 서 있는 그것의 이름은 ‘형산강 워터폴리’라 했다. 폴리(Folly)는 정원이나 공원 등에 지은 장식용 건물을 뜻한다.

형산강 워터 폴리는 유리 구체의 건축물로 동해의 해오름을 형상화한 전망대다. 높이는 14m, 내부는 4층 규모로 내외부 모두가 유리로 구성되어 있어 강과 바다, 사방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장소다. 바다와 모래, 유리구라는 전혀 이질적인 것들이 포개져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입구에 낮 12시30분부터 오픈한다는 안내가 있다.

차가운 오전의 워터 폴리 문 앞에서 부럽게 속을 들여다본다. 이 전구 혹은 태양 안은 얼마나 따뜻할까. 한 여름의 형산강 워터 폴리는 온실화라는 결점을 숨기지 못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한 겨울의 피난처라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바람에 떠밀려 서두르거나 지치는 일 없이 바다와 강과 하늘과 먼 곶을 볼 수 있다. 폴리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등 뒤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도, 숲을 통과하는 바람소리도, 끊임없이 다가오는 파도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을 것만 같다. 그때 들리는 것은 수면 위에 펼쳐진 정적의 소리다. 갑자기 ‘컹’하는 개 짖는 소리가 들리면서 잠시 상상 속에서 지워졌던 소음들이 서둘러 전속력으로 돌아온다.

워터폴리는 포항 도심의 수변공간인 포항운하, 죽도시장, 동빈부두 등 주요 수변 관광자원들을 연결하고 명소화하기 위해 몇 해 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현재 포항에 워터폴리는 3개가 있다. 영일대해수욕장에 하나, 송도에 2개. 앞으로 5개가 더 세워질 계획이다. 형산강 워터폴리에서 송도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오르면 송도해수욕장의 가운데 즈음에 ‘S’자 모양의 ‘송도 워터폴리’가 있다. 동해를 향하는 갈매기를 형상화한 것으로 ‘땅과 바다와 하늘을 연결해 태평양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포항의 꿈과 비전을 표현했다’고 한다. 송도 워터폴리 뒤편으로 소나무 숲이 넓다. 환경 숲, 공원 숲, 동네 숲, 마중 숲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숲 속에는 산책로, 도시락 정원, 숲 아틀리에, 건강 숲, 암석원, 버스킹 정원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송도의 워터폴리는 솔숲으로, 바다로, 영일만 전체로 열려 있어 어느 한 방향으로 시선을 강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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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 용덕갑 아래에 위치한 여남끝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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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남 끝마을의 ‘꿈꾸길’ 벽화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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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 해녀의 집. 지난해 이곳에서 ‘해녀 데이’ 축제가 열렸다.

◆만을 따라 여남 끝마을로

소나무 숲을 지나 내륙 쪽으로 굽은 길을 돌면 ‘동빈내항’이다. ‘동빈큰다리’를 건너 다시 바닷가로 향했다. 잔잔한 내항에는 길가 화단마다 장미꽃이 만발해 있었다. 꽃들은 콧등까지 외투 깃을 올린 사람들의 무릎 부근에서 흔들림도 없이 피어 있었고 바닷가 삶의 모든 사물들을 골고루 비추는 햇살을 저 역시 담뿍 받고 있었다. 환상적으로 반짝이는 내항을 빠져나가자 한산한 영일대 해수욕장이 줄곧 이어졌다. 이곳 어딘가에 고래 모양의 워터 폴리가 있다는데 보이지 않았다. 모른 채 스쳐 지나는 나를 고래는 보았을지 모른다.

해수욕장을 지나고 길 좁고 횟집 많은 두호동의 설머리 포구를 지난다. 옛날 바다와 접하는 땅 끝이 하얗게 눈으로 덮여있는 것을 보고 설말리 혹은 설말동이라 했다 한다. 설머리 언덕에는 환호공원이 있고 포항시립미술관이 들어서 있다. 만 쪽의 언덕 아래는 잠시 고요하였다가 환호동에 들어서면서 동적인 삶이 잠시 휴식에 들어간 어촌마을이 이어진다. 바닷가에는 ‘환호 해녀의 집’이 있고, 환호동의 포구쯤에서부터 여남동의 해안에는 텅 빈 덕장이 무수한 기다림으로 늘어서 있다. 이곳의 어부들은 4월부터 12월까지 멸치를 잡아서 말린다는데, 시즌이 끝났나 하는 순간 한곳의 작업장에서 멸치를 너는 어부들의 모습이 보였다. 왜 덕장만 보면 가슴이 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여남동은 용덕갑(龍德岬) 아래에 자리한 어촌 마을이다. 용덕갑에서 영일만의 북동쪽 끝인 달만곶까지는 해안길이 없다. 그래선지 이 마을의 새로운 이름은 ‘여남 끝마을’이다. 동쪽과 남쪽은 바다고 마을은 남쪽을 향해 있다. 그래서 여남인가. 여남동은 벽화마을이다. 용덕갑에 기대어 조금씩 높아지는 고샅에는 ‘꿈꾸길’과 ‘생각하길’과 ‘상상하길’이 선잠처럼 흩어져 있다. 방파제 입구에는 하늘색을 입은 녹슨 배 한척이 항해를 그만둔 채 생각에 잠겨 있고 방파제 끝 빨간 등대 아래에는 색색의 테트라포드가 꿈에 젖어 있다.

바다 건너 멀리 외해를 향해 길고 부드럽게 뻗어나간 호미곶이 희미하게 보인다.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로 알려져 있지만 예전에는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라고 해 ‘용미등(龍尾嶝)’이라 불렀다고 한다. 용덕갑은 고기가 뛰어오르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래서 형산강 하구 현재의 포스코와 송도해수욕장 일대의 모래사장을 옛날에는 ‘어룡사(魚龍沙)’라고 불렀다. 넓게는 영일대 해수욕장에 이르는 20여리의 넓은 백사장을 몽땅 어룡사라 부르기도 했다. 물고기와 용의 모래사장은 풀 한포기 없는 황무지였고, 북풍이 세차게 불면 모래바람에 눈을 뜰 수 없었다고 전한다. 그 시간이 수천만년이었다 한다. 그 황무지에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었고 건물들도 숲을 이루었고 그 사이 모래는 많이 사라졌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상상이 안 된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정보

대구포항고속도로 포항IC로 나가 포스코 방향으로 간다. 형산교차로에서 희망대로를 타고 형산강을 따라 계속 가면 강 하구 좌측으로 송도해수욕장이 있다. 송도해수욕장 진입 직전 해양스포츠센터 뒤편에 ‘형산강 워터폴리’가 위치하고, 조금 북향하면 해안에 ‘송도 워터폴리’가 자리한다. 동빈내항 지나 영일대해수욕장 앞 도로로 계속 가면 길 끝에 여남끝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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