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포드 V 페라리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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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6   |  발행일 2019-12-06 제42면   |  수정 2019-12-06
전설의 레이싱…흥행질주도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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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자동차 레이싱 대회 중 가장 힘들고 혹독한 레이스로 꼽히는 ‘르망 24시간 레이스’. 1923년 시작된 이 대회는 24시간 동안 한 차량을 3명의 레이서가 교체하며 경주해 빠르고 내구성 좋은 차를 가려낸다. 오래된 역사만큼 엄청난 인기와 위상을 지니고 있기에 할리우드가 늘 관심을 가졌던 소재다.

‘로건’ ‘더 울버린’ ‘아이덴티티’ 등을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이를 소재로 생생하고 역동적인 스포츠 드라마를 구현했다. 영화 ‘포드 v 페라리’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첫 도전해 강력한 우승후보 페라리를 제치고 이듬해인 1966년 우승을 차지한 포드와 그 영광의 주역 캐럴셸비와 켄 마일스의 실화를 다뤘다.


세상 가장 혹독한 자동차 레이스의 역동적 드라마
6년 연속 제패한 최강팀에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장



1959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승리하며 레이서로 커리어에 정점을 찍은 캐럴 셸비(맷 데이먼). 하지만 심장 질환 문제로 더 이상 레이싱을 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고, 자동차 세일즈맨이자 엔지니어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그가 삶의 변곡점을 맞는다. 포드사로부터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출전할 포드팀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은 것. 캐럴은 자동차 수리점을 운영하며 틈틈이 레이서로 활동하고 있는 영국 출신의 켄 마일스(크리스천 베일)를 즉시 영입한다. 실력과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특유의 까칠하고 직설적인 성격 때문에 모터스포츠계의 비주류로 취급받는 인물이다. 그런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페라리를 꺾을 화끈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포드 v 페라리’는 어떤 각본보다 더 드라마틱한 성공신화를 이룬 언더도그들의 이야기다. 두 사람이 르망 24시간 레이스 우승이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상황은 안팎으로 녹록지 않다. 1960년대, 세계 최고 자동차 생산 기업 포드는 극심한 매출 감소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전략적으로 스포츠카 레이스의 절대적 강자인 페라리와의 인수 합병을 추진했다. 하지만 합병은 실패로 돌아가고, “포드는 흉하고 작은 차나 만드는 회사”라는 페라리 창업자 엔초 페라리의 조롱까지 받는다.

포드가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출전해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명분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출전 경험조차 없는 포드가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출전해 6년 연속 대회를 제패한 페라리를 꺾는다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캐럴과 켄이 먼저 넘어야 할 상대는 페라리가 아닌 포드 내부에 있었다. 포드사 수석 부회장 리오 비비(조쉬 루카스)는 “켄의 이미지가 포드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그를 못마땅해 하고, 지나친 간섭과 강요로 캐럴과 갈등을 빚는다.

실화에 기반했기에 이미 결말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단 한순간도 스릴과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력, 완벽한 연기의 삼박자가 제대로 시너지를 발휘한 덕이다. 러닝타임 152분을 마치 레이싱 경주를 펼치듯 숨가쁘게 달려간다. 상당부분을 다양한 경주 장면으로 할애했지만 그 중심에 두 남자의 끈끈한 우정도 비중있게 심어 놓았다. 상반된 성격과는 달리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 가는 강한 승부욕과 자동차에 대한 사랑과 열정만큼은 쏙 빼닮은 두 사람이라 더욱 흥미진진하다.

클래식한 느낌의 레이싱 장면이 색다른 매력과 박진감을 선사하는 가운데, 맷 데이먼과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 호흡은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멋지다. 특히 실제 훈련까지 받은 크리스천 베일의 후반부 레이스 장면은 그가 왜 명불허전의 배우인지를 새삼 일깨워 준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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