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안동은 청년 얘기에 귀기울여야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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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5   |  발행일 2019-12-05 제30면   |  수정 2019-12-05
[취재수첩] 안동은 청년 얘기에 귀기울여야
피재윤기자<경북본사>

얼마 전 안동에서 한 경북도의원 주최로 열린 ‘지역혁신창업과 시장활성화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서 경북도 청년특보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내년 완공될 중앙선 복선전철화가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 경제에 실익보다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게 요지였다. 순간 큰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역 활성화를 모색해 보고자 기성세대가 마련한 자리이다 보니 당연히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얘기가 나올 거라 지레짐작했던 터라 그의 우려는 아프게 폐부를 찔러 왔다.

나이 어린 청년도 그런 식견을 갖고 있는데 하물며 지역의 장래를 걱정한다며 모인 기성세대가 그런 시각을 조금이라도 비춰 본 적 없었다는 게 부끄러웠다. 또한 그 자리에 모인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추진해 온 업적 합리화(?)와 본인들이 옳다고 확신하는 부분을 해외 사례까지 들춰가며 참석자에게 주입(?)하는 데만 열중하는 모양새여서 더욱 부끄러워졌다. 당연히 청년특보의 말에 아무도 이설(異說)을 달지 못했다. 아니 반문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분명히 옳은 지적이기 때문이다.

청년특보는 중앙선 복선전철이 내년이면 개통되는데 서울 청량리역에 하다 못해 ‘안동이 한 걸음 더 가까워졌습니다’라는 홍보 현수막 한 장 눈에 띄질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이 말은 바꿔 말해 기성세대만 믿고 있다간 북부권 경제 침체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가속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나 다름 없었다. 지금이라도 청년특보의 지적처럼 새 역사(驛舍)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그 체계표를 홍보 책자에 담아 관광지, 전통시장, 청년몰 등과 연계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일부 상인 역시 중앙선 복선전철이 지역경제를 위험에 빠뜨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안동 등 북부권에는 대형 백화점과 대학병원이 없다. 아웃렛 매장도 없고 대형 콘서트를 볼 수 있는 공연장도 없다. 내년 복선전철화가 완료되면 반나절 만에 이 모든 것을 수도권에서 즐기고 돌아올 수 있게 된다. ‘관광유입’보다 수도권으로의 ‘경제유출’이 더 심할 것이란 예측이 흘러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중앙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어차피 지역의 경제유출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한다. 문제는 유출된 만큼 벌어들여야 하는데, 지금의 경북 북부권은 관광산업말고는 뾰족한 대안이 없을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토론회에서 나온 또 다른 젊은 청년 CEO의 지적도 기성세대는 반드시 새겨들었으면 한다. 청년을 배제한 채 만들어진 청년 정책이 어떤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연일 발표되는 청년 정책은 그들의 마음을 모르는 기성세대가 외국의 사례만 믿고 ‘보여주기식’으로 찍어내듯 만들어낸다. 청년 CEO는 그런 정책은 열이면 열 모두 실패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나름 지역을 걱정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기성세대, 그리고 참신하고 능력 있는 청년의 지역 유입을 원하는 기성세대라면 가장 먼저 청년의 관점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피재윤기자<경북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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