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별스럽거나, 특이하거나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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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3   |  발행일 2019-12-03 제31면   |  수정 2020-09-08
[CEO 칼럼] 별스럽거나, 특이하거나
이동군 군월드 대표

가만 보면 우리 회사는 좀 별스러운 모양새다. 창립 10주년도 보내지 못한, 대기업도, 중견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이, 그것도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벤처기업에서 매달 혹은 매해 매출의 1%를 환원 형식으로 기부하고 또 후원한다. 6·25전쟁 당시 미국인 군수사령관을 추모하는데 애쓰는 모양새나, 지역 실버단체로 개별 업무에 바쁜 직원들을 투입하는 형국이란 겉보기론 이윤 창출엔 포기한 이단이거나 혹은 회사 자금력이 충만한 것으로 말미암은 시쳇말로 쇼맨십을 위시한 가십, 그 언저리쯤이다. 산학협력이라는 분에 넘치는 캐치프레이즈로 지역 대학가를 기웃거리는가 하면, 건설과 IT의 회사 기조를 지녔단 이유만으로 IT창업자와 관련 대학생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후원을 해댄다.

뭐만 하면 조용히 하는 법 또한 없다. 단순 배식봉사라도 할라치면 언론에 미리 보도 자료를 배포해 이를 자랑인양 떠벌리기 바쁘다.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치부됨은 그럭저럭 또 넘길 만하다. 온갖 왜곡과 폄훼에 몸서리 쳐질지언정 무던한 건지, 아님 속이 없는 건지 그 속에서도 몸에 맞지 않은 ‘신문보기 운동’을 주구장창 주창해댄다. 이 와중에 지역 과학관에는 과학인재 양성을 위한답시고 얇디얇은 후원금을 슬쩍 내놓기까지 한다. 티는 있는 대로 다 내면서 ‘선택과 집중’을 못한다는 내외부의 갖은 지적을 감수하면서까지 봉사하고 기부하며 후원한다. 이쯤 되면 선한 사람도 아닌데, 선한 코스프레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일종의 자가당착에까지 이른다.

하지만 되돌려 보면 특이한 모양새다. 지난 8년간 지역의 중소벤처기업으로서 온갖 부침을 겪다보니 그 과정에서도 ‘동지’가 생기더라. 제 아무리 팍팍하다 하더라도 작은 우리를 크게 믿고 지지해준 언론을 비롯해 독려에 주저않던 지역의 기관, 단체, 지역민에 이르기까지 건방지게 환원의 의미가 아닌, 지금껏 버틸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해준 이들에게 비록 못 벌어도 1% 정도는 내놓는 게 정신건강에도 좋을 듯했다.

전쟁을 겪어온 부모님 세대의 상흔을 한편이라도 되짚기 위해 자칫 무명으로 묻힐 뻔한 미국인 장군에게 예를 표하는 일, 지금은 영면하셨지만 80평생 먹먹한 가슴으로 묵묵히 우리를 키워준 아버님이 문득문득 시리게 떠올라 지역 어르신들을 상대로 티 안나게 감싸는 정성, 다 개인적 욕심이다. 지금 나를 받쳐주고 상생을 영위해가는 제2의 우리 직원들을 미리 선별하고자 지역 대학생의 미래에 미리 투자하는 셈 친다. 나와 같은 시련을 창업자들에 덜 겪게 하는, 측은지심까진 응당 과하고, 이들이 어서 성장해 향후 도와준 나를 절대 잊지 않고 상생할 것이라는 알량한 선견지명, 그 뿐이다. 배식봉사를 하며 팍팍한 직장생활, 그 시간만이라도 직원 간 대화의 장을 열고자 하는, 물론 나 혼자만의 신념에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도 반드시 알아야 손뼉을 마주 할 수 있듯, 우리와 같은 작은 기업도 쇼맨십이건 뭐건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을 지역 어느 곳 정도에까지는 퍼뜨리고 싶었다. 칭찬을 받고자 했고, 이를 통해 공감을 얻고자 했다.

나의 무지함을 일정 부분 희석시켜주는 언론이 고마운 나머지 신문보기 운동이라는 가랑이 찢어질 법한 구호를 붙여보기도 했다. 선택과 집중은 애초 포기했다. 지역민 누구 하나랄 것 없이 우군(友軍)인데, 어디를 선택하고 어디에 집중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확실한 건 착한 사람은 아닌데, 더 정확히 말하면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해, 선한 기운에 더 끌리나 보다.

나의 봉사와 기부와 후원활동은 이처럼 철저히 보여주기 위함이다. 엔지니어의 길을 포기하고 창업 초입에 나눈 아버지와의 짧은 약속, “적게나마 환원하라.” 이렇게 말하고 떠나신 아버지께 보여드리기 위해, 아울러 저녁 한 끼에 감사해야 할 퍽퍽한 오늘, 비록 잔잔해 마지않는 나, 그리고 우리가 쏴올린 작은 파동을 당신이 봐주길 바란다. 다름 아닌 당신도 동참하자는 시그널이다.
이동군 군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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