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도마에 오른 언론 윤리·신뢰도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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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3   |  발행일 2019-12-03 제30면   |  수정 2019-12-03
[취재수첩] 도마에 오른 언론 윤리·신뢰도

“반성, 성찰, 개혁, 리셋(reset)…. 국내 언론이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언론 윤리’는 땅바닥에 떨어진 세상이다. 과연 언론은 그동안 진짜 반성하고, 성찰했을까. 언제까지 저런 ‘상황 모면용’ 단어 뒤에 숨을 수 있을까. 국민은 멍청이가 아닌데.”

이게 뭔지 아는가. 지난달 30일 기자가 쓴 신간(나는 미디어 조작자다) 소개 기사의 한 부분이다. 일부러 저 문장을 기사 제일 앞부분에 썼다. 특정 언론이 저렇게 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기자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은 비판 기사를 썼다. 단체장부터 지방의회 의장, 지방경찰청장, 교육감에다 국회의원까지….‘누가 뭐래도’ 비판할 게 있으면 했다.

그런데 내가 몸담고 있는 ‘언론’에는 그러지 못했다. ‘같은 똥통에서 구르고 있는 처지인데, 누가 누구를 비판하나’ 이런 자괴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비판한단 말인가, 매번 그러고 말았다. 차라리 내가 기자가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갖고 있었다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언론에 당당하게 돌을 던질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만 갖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소심한 내가 자꾸 용기를 내고 싶은 일이 생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아무리 똥통에 살고 있는 기자이지만 건들면 안되는 ‘마지노선’이라는 게 있다. 평소 존경하는 선배 기자가 이런 말을 했다. “똥통에서도 할 짓이 있고 못할 짓이 있다.”

공영방송 KBS의 독도 헬기사고 동영상 논란은 상식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내가 멍청이라 그런가. 그리고 해당 논란에 대처하는 공영방송의 스타일도 소화가 안된다. 내가 촌스러워서 그런가.

KBS의 연이은 사과와 해명도 납득할 수 없다. 2일 KBS 사장은 정부의 국민청원 답변 기한(9일) 일주일여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KBS 관련 논란들에 대해 해명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최근 잇단 논란과 언론 윤리 위반 의혹 등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KBS가 ‘성찰’ 등을 거론하며 ‘수신료 지키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청자들의 질책에는 KBS에 대한 서운한 마음도 있지만 KBS가 더 잘해야 한다는 애정이 담긴 채찍질의 뜻도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사과라는 것을 했다는데,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자는 국문학과가 아니라 법학과를 나와서 그런지 가끔 현란한 수사보다 법 조문으로 심플하게 대화하는 게 편하다. 방송법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방송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해야 한다.”

법 지키시라. 공영방송의 요란한 사과에 대한 한 (수신료 꼬박꼬박 내는)국민의 화답이다. KBS는 이 화답이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내가 억지로 낸 수신료의 가치라고 해두자.

노진실기자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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