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로컬푸드 직매장을 준비하면서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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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2   |  발행일 2019-12-02 제29면   |  수정 2020-09-08
[기고] 로컬푸드 직매장을 준비하면서

중소농업인 소득증대와 소비자에 대한 건강한 먹거리 제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로컬푸드 직매장 설치가 확산되고 있다. 농협만하더라도 예전에는 판매하는 거의 모든 농산물이 로컬푸드였다. 물류가 발달되기 전에는 매장 농산물의 대부분이 인근에서 조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소매유통이 활성화되면서 대규모 유통업체가 우후죽순 나타나고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농산물도 규모의 경제, 물류 효율화로 경쟁력을 높여야 생존하는 시대를 맞았다. 무엇보다 전국 단위 대량구매, 주산지 위주의 물량 확보가 중요해져 소량 생산되는 지역농산물은 대형 유통매장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농협 대형매장에서도 중소농이 생산출하하는 농산물 판매에 인색해졌다. 농협이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에 앞장서야 하는 가장 큰 이유도 이것이다.

흔히 농가소득을 농업소득·농외소득·이전(기타)소득으로 구분하는데, 문제는 농업소득 비중이 2016년 기준 27%로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중소농일수록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격차가 더 심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세농가의 농업소득을 올릴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 바로 로컬푸드 직매장을 활용하여 농가의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많은 사람이 주말농장·도시텃밭 등 힐링 목적의 소규모 농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농산물은 2인 가족이 전부 소비하지 못한다. 결국 나눔이나 판매를 통해 처리해야 되는데 나눔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고, 소규모 물량으로는 규격화가 어려워 농산물 공판장을 통한 판매도 여의치 않다. 애써 키운 농산물이 제대로 유통되지 못하고 쓰레기로 버려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농산물 판매와 더불어 지역민에게 건강과 행복을 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로컬푸드 직매장이 기대와 달리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최근 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 설치를 준비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점도 바로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우선 로컬푸드 직매장만으로 운영할 경우 상품구색의 측면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됐다. 하지만 몇 군데 로컬푸드 직매장을 견학하면서 얻은 교훈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중대형 규모의 농협매장에서 숍인숍 개념으로 운영한다면 상품 구색과 고객 확보의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신선한 지역농산물의 적정가격 판매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로컬푸드 직매장 활성화의 또 하나 중요한 요건은 많은 출하 회원수 확보와 일정품목의 상시 출하이다. 일정품목 상시 출하가 가능해지려면 소량다품목의 복합영농과 일시에 출하되는 농작물의 시기를 분산하는 작부체계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빨리 된다 하더라도 1~2년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정착된다면 연중 생산·연중 소득창출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생산된 농산물의 지역내 완전 소비다. 이를 위해 지역 공공기관 구내식당과 학교급식 등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지자체를 포함한 지역 공동체 차원의 푸드플랜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더불어 소비자의 구매 행태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농산물 유통 역시 변화에 발맞춰 로컬푸드가 가진 장점을 살리고 지역민과 함께 나아가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비록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했지만 농업은 로컬푸드로 난관을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우리의 휴대폰과 반도체 기술력을 세계가 인정하듯이 농산물도 로컬푸드 활성화로 국산의 품질이 세계최고임을 보여준다면 경쟁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손태호 (농협달성유통센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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