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캠퍼스, 지역혁신의 캔버스로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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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6   |  발행일 2019-11-26 제29면   |  수정 2020-09-08
[기고] 캠퍼스, 지역혁신의 캔버스로

육포 한 묶음. 2천500년 전 공자는 이렇게 약소한 성의표시만 해도 신분에 상관없이 제자로 받아들였다. 기원전 387년 플라톤은 자신의 노예석방 몸값으로 ‘아카데미아’라는 교육기관을 세웠다. 인류가 영위하는 학문의 폭과 깊이가 더해지면서 12~13세기 고등교육기관으로 영국의 옥스퍼드·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 등이 생겨났고,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대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던 것이 근래에는 지역인구 및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저성장시대를 맞아 대학도 교육과정과 방법, 학사구조의 혁신 등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도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애리조나 주립대학은 지난 10년 동안 69개 학과를 폐지하고 30개의 융합학과와 대학을 만들었다.

미국 MIT 케임브리지캠퍼스와 켄달스퀘어(Kendall Square)에는 150여개의 IT, 바이오·의약분야 첨단기업과 관련 연구소, 벤처투자기관 등이 집적하여 5만여명이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글로벌 혁신기업에 종사하고 있다.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기술단지는 하이델베르크 대학 내에 소재하며 하이델베르크 시와 상공회의소가 합작 개발한 공간으로 90여개의 기업 및 연구소가 2천8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탠퍼드 리서치 파크(Stanford Research Park), 영국 케임브리지 사이언스 파크(Cambridge Science Park) 등은 지역 대학이 중심이 되어 첨단연구단지를 만들고 기업을 유치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산학협력의 우수사례이다. 대구경북지역에도 AI·SW·로봇·미래차 등 지역의 미래 신산업을 이끌어 갈 혁신인재 양성을 위한 휴스타(Hustar) 프로젝트나 포스텍의 유니버+시티(Univer+City) 프로젝트가 있다.

우리 정부도 캠퍼스혁신파크 조성사업을 올해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입주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인턴과정 및 창업 동아리, 창업 연구년제 등으로 학생과 교수들의 혁신 창업을 지원하고 캠퍼스 혁신파크 내에 작업 공간, 창업기획자, 창업지원기관을 유치하여 입주기업 전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물론 대학기술 사업화 펀드를 대규모로 조성할 계획도 있다. 또 캠퍼스혁신파크 내에 문화·체육·복지시설을 복합적으로 설치, 일과 여가가 조화로운 업무환경을 만들어 대학 유휴부지의 효율적 이용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지역대학은 캠퍼스 재구조화뿐만 아니라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첨단·융합학과 운영 등 대학의 특성화, 기능 조정을 통한 신산업 중심의 생태계 구축으로 지역발전을 견인해야 한다. 인공지능·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의 미래산업 선도형 대학, 자동차·기계·한방·의료 등 지역특화산업 연계형 대학, 지역주민들의 평생교육 및 직업훈련 전문대학 등으로 유연하게 탈바꿈 해나가야 할 것이다. 지역대학육성은 지역발전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투자전략이며 4차 산업혁명시대 인재양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핵심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역시 지역대학이 지역혁신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의 중점을 맞춰가고 있다.

전통적인 교육과 연구 기능 이외에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주민의 복지 및 사회적 자원형성 과정에서 대학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캠퍼스(campus)는 이제 지역 혁신의 캔버스(canvas)다. 지역 인적자원의 거점인 대학과 지역 산업, 지자체가 결합하여 양질의 일자리와 주거·교육·문화와 첨단과학기술이 공존하는 혁신성장의 모범사례를 대구경북에서 먼저 그려보자.

전상헌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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