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역사 청송 문화재 여행 .20]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105호 주산지

  •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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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6   |  발행일 2019-11-26 제13면   |  수정 2019-11-26
물속에 뿌리내린 300년 된 왕버들, 물안개와 어우러져 태고의 신비
[살아있는 역사 청송 문화재 여행 .20]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105호 주산지
주산지 수면 위로 뻗어있는 왕버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300여년 전 조성된 주산지는 아무리 가물어도 바닥이 드러난 적이 없을 정도로 풍부한 수원을 보유하고 있다.
[살아있는 역사 청송 문화재 여행 .20]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105호 주산지
주산지 입구 바위 위에는 저수지 축조에 공을 세운 ‘이진표’를 기리기 위한 비석이 세워져 있다.

깊고 깊은 별바위골 끝자락에 아름다운 주산지, 주왕산 영봉에서 뻗어 나온 울창한 수림에 안겨 조용히 하늘을 열고 있다. 물은 동그마니 고립돼 있지만 끊임없이 외계로 흘러 주산천(注山川)이 되고, 용전천(龍纏川)이 되고, 낙동강이 되고, 마침내 바다가 된다. 주산지가 만들어진 것은 300여년 전, 산이 온몸으로 머금은 물을 조금씩 끊임없이 흘려보내니 지난 세월 주산지는 마른 적이 없었고 물속에 뿌리내린 왕버들은 수액으로 가득 찬 가지를 하늘로 뻗으며 오래 신비로웠다.

노역자 66명 힘으로 1721년 10월 준공
못 축조에 공이 큰 이진표 공적비 세워
퇴적암·응회암 지질 300년간 물 안말라
해마다 4월 주산지서 풍년기원 산신제
영화·드라마 소개 이후 사계절 관광객

#1. 만인에게 혜택을 베풀다

면은 부의 동쪽이라 부동면(府東面)이라 했고, 마을은 배나무 밭이 넓어 이전리(梨田里)라 했다. 지금 면은 주왕산에 기대 있어 주왕산면, 마을은 주산지가 있어 주산지리다.

주산지라는 이름은 저수지의 동쪽 주왕산면 내룡리의 고개인 주산재(주산령, 注山嶺) 정상부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가두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주산이라는 이름은 주아산(注兒山)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되는데 그 이름은 신증국동국여지승람에 나올 만큼 오래되었다. 현재는 이름이 남아 있지 않지만 주산지 동쪽에 있는 해발 745m의 봉우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 산의 정상에는 ‘별산’이라는 표식이 설치되어 있는데, 바로 그곳에 별바위가 있다. 별바위 서쪽 아래 해발 400m 즈음의 계곡을 막아 물을 가둔 것이 주산지다. 별바위에 단풍이 들면 용이 승천한다는 전설이 있다.

주산지는 경종 원년인 1720년 8월에 착공돼 이듬해 10월에 준공되었다. 저수지 축조에는 월성이씨 처사(處士) 이진표(李震杓)의 공이 컸다고 한다. 주산지 입구 바위 위에 이진표의 공적을 기리는 비석이 서 있다.

비 전면에는 ‘이공제언성공송덕비(李公堤堰成功頌德碑)’ 즉 ‘이공의 제방축조 성공을 기리는 송덕비’라 새겨져 있고 ‘1771년 시월에 세우다’라는 송덕비 건립일이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정성으로 둑을 막아 물을 가두어/ 만인에게 혜택을 베푸니/ 그 뜻을 오래도록 기리기 위해/ 한 조각 돌을 세운다’라는 시가 더해져 있다.

후면에는 송덕비를 세운 이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진표의 아들 석현(錫玹) 석관(錫瓘), 손자인 성배(聖培) 관배(瓘培) 의배(義培), 수(首) 절충장군(折衝將軍) 임지훤(林枝萱), 창(倡) 전인시참봉(典寺奉) 임지영(林枝英), 내자시직장(內資寺直長) 임차명(林次明), 아들 중달(重達), 임만휘(林萬輝), 아들 성창(聖昌), 통정대부(通政大夫) 조세만(趙世萬), 아들 성기(成琦) 등이다. 그리고 ‘경종 원년인 1720년 8월에 시작하여 이듬해 10월에 완공했으며 노역자는 66명’이라고 주산지 축조 과정이 요약돼 있다.

주산지리 사람들은 매년 양력 4월이 되면 산신과 주산지를 만든 선조에게 감사를 표하고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주산지에서 산신제를 지낸다.

#2. 300여년간 마른 적 없는 주산지

주산지의 북쪽 가장자리를 산책로가 감싸고 있다. 촉촉하고 맑게 그늘진 길이다. 주산지를 처음 축조했을 때 주위는 1천180척으로 약 357.6m, 수심은 8척으로 2.4m 정도였다고 한다.

현재 주산지의 규모는 제방 길이가 63m, 높이가 15m이며 못의 동서 길이는 약 200m, 남북으로는 약 100m, 깊이는 평균 7.8m, 최고 10m 정도다. 만수 면적은 2.8㏊이고, 저수량은 10만8천t이나 된다. 1931년에 현재의 저수지로 증축되었고, 1983년에는 둑 확장 공사를 했다. 2013년에는 노후 된 사통(斜桶) 부분을 교체했는데, 사통은 저수지 수위 조절을 위해 경사면에 설치한 장치다.

주산지의 유역 면적은 217㏊로 작은 편이지만 지난 300여년간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거나 저수지 바닥이 드러난 적이 없을 정도로 풍부한 수원을 보유하고 있다.

주산지가 마르지 않는 것은 주왕산의 지질 구조에 기반한다. 주왕산의 몸통을 이루는 암석은 응회암이다. 약 6천만 년 전 수차례의 화산폭발로 인해 엄청난 두께로 쌓인 화산재가 굳어진 것이 응회암이다. 응회암은 식으면서 수축돼 매우 단단해진다. 주왕산 응회암층 위 고도 500m 이상에는 퇴적암과 안산암질의 용암이 쌓여 있는데 이는 주왕산의 큰 몸체가 만들어진 후 퇴적과 화산의 재 분출을 겪었음을 의미한다. 상부층인 퇴적암과 응회암은 빈 공간이나 틈의 비율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비가 오면 물을 머금은 뒤 조금씩 흘려보낸다. 이것이 주산지의 수원이다.

주산지의 바닥은 주왕산 응회암 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물을 가두는 그릇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주산지의 물은 한 번도 마른 적이 없다.

#3. 아름다운 주산지

주산지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1세기에 들어 영화와 광고, 드라마 등에 등장하면서 골짜기의 저수지가 세상에 드러났고 주산지는 이후 사계절 내내 인산인해를 이룬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물속에 뿌리내린 고목들이다. 주산지에는 능수버들과 왕버들 20여그루가 물속에 자생하고 있다. 물에 잠긴 버드나무는 국내 30여종의 버드나무 중 가장 으뜸이라 해서 왕버들이라 부른다. 숲속에서 다른 나무와 경쟁하지 않고 물속에 뿌리를 내려, 어릴 때부터 빠르게 성장해 수백년을 유유히 살아가고 있다.

수령이 300년 이상 된 왕버들이 수면으로 뻗어 있는 모습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듯하다. 물안개가 내려앉는 새벽녘의 풍경은 신비감을 더한다. 옛날에는 한 여름이면 버들 그늘에 앉아 호수에 발을 담그곤 했다고 한다. 그러면 여름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버들가지에 앉아 온종일 울어대는 꾀꼬리 소리를 들었다고도 한다.

1983년에 있었던 제방 확장공사 때 저수지 물을 뺐고, 2013년의 보수공사 때도 주산지의 물을 모두 뺀 적이 있다. 당시 저수지의 물을 빼고도 왕버들의 생육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늘은 주왕산의 정상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의 울창한 숲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주산지 둘레에는 굴참나무, 굴피나무, 망개나무 등이 자란다. 주산지에는 팔뚝만 한 잉어와 붕어 등 토종어류가 오래전부터 살고 있는데, 옛날에는 강태공들이 계절마다 몰려들었다고 한다.

주산지 일대에는 천연기념물 제324호인 솔부엉이, 제327호인 원앙, 제330호인 수달, 고라니, 너구리 등이 살고 있어 야생동물서식지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아름다운 주산지는 2013년 3월21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105호로 지정되었으며 2017년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24개 명소 가운데 하나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청송국가지질공원. 한국지명유래집. 청송군지. 문화재청.
공동기획지원: 청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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