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지구를 구하는 경제교육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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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5 07:44  |  수정 2020-09-09 14:16  |  발행일 2019-11-25 제15면
[행복한 교육] 지구를 구하는 경제교육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153개국 과학자 1만1천258명이 공동 성명을 내 ‘지구를 보존하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는 인류에 막대한 고통을 가져다줄 것’이며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가 다가오고 있다며 ‘허비할 시간이 없다. 위기는 이미 우리 앞에 도달해 있다. 예상보다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돼 인류와 생태계의 운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지만 미국 트럼프는 전날 2015년 맺은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유엔에 공식 통보했다. 나도 미국의 판단이 옳으면 좋겠다. 세계는 기후위기를 걱정하지 않는다. 당장 눈앞에 일어나는 경제적 불평등과 민주주의의 위기에 맞서 대립하고 있다. 칠레나 홍콩은 여전히 혼란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대결에 골몰하고 있다. 세계 과학자들이 기후위기를 막을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고 하는 데도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환경운동가들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신흥 종교인들이 거리에서 외치는 것보다 작다.

나는 지금 사회시간에 경제를 가르치고 있다.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은 ‘자원의 희소성으로 경제 활동에서 선택의 문제가 발생함을 파악하고, 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생산, 소비 등 경제활동을 설명한다’와 ‘우리 지역과 다른 지역의 물자 교환 및 교류 사례를 조사하여, 지역 간 경제 활동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탐구한다’이다. 처음 배우는 경제 용어는 희소성, 자원, 돈, 생산, 교환, 소비, 선택, 가격, 품질, 시장, 교류를 가르친다. 그나마 부분적으로 착한 소비, 공정 무역을 가르치지만 모든 경제활동의 뿌리인 지구별에 닥친 심각한 문제까지 생각하고 대처하도록 구성되어 있지 않다.

나는 경제를 처음 배울 때부터 공정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자연 사이의 공정, 국가와 국가 사이의 공정, 기업과 기업 사이의 공정,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정에 대한 분명한 생각을 가져야 지구와 국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공정은 이익을 나누어 갖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라도 지나치게 손해를 입어 불평등하지 않도록 분배하는 것이다. 경제적 교류를 가르칠 때 맨 먼저 나오는 것이 나라마다 자연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생산되는 물건이 다르다고 가르친다. 자연환경을 말하려면 당연히 자연의 소중함도 같이 가르쳐야 한다. 사람이 자연으로부터 필요한 자원을 얻을 때 자연에 손해를 입히지 않는 지속가능한 경제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 경제활동을 하면서 지구를 생각하고, 가난한 나라를 생각하고,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게 해야 한다. 더구나 세계에서 경제 수준이 10위권에 드는 한국의 시민들이라면 더더욱 지구의 기후위기를 걱정하면서 자발적으로 가난을 실천하기 위해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마음먹고 행동하도록, 교사는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 학년이 높아지면 그때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학년이 높아지면 머리가 굵어져서 그냥 배운 대로 하던 대로 하려한다. 공부를 잘 한다고 인정받은 친구일수록 더 힘들다. 머리 좋아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이들이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어릴 때 잘못 받아들인 생각이 굳어져서일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지구의 기후위기가 더 빠르게 닥친 것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경제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교육은 여전히 자본주의 경제, 시장경제만 가르치고 있다.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공유경제가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기후위기가 닥친 지금 더 많이 더 시급하게 지구를 구하는 경제를 가르쳐야 한다. 지구는 하나밖에 없다. 우주 천문학이 발달해서 태양계 밖에 지구 같은 별을 수없이 찾아내고 그곳까지 갈 수 있게 된다하더라도, 그 전에 지구가 먼저 뜨거워져 대멸종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화석연료 대체, 온실가스 배출 감축, 육식 절제, 지구 생태계 보호, 저탄소 경제시스템 구축, 인구 증가 억제 등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미국 정부의 판단처럼 과학자들의 예언이 틀릴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이탈리아는 모든 교과목에서 기후위기를 가르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교육도 경제교육부터 지구를 구하는 교육이 되도록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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