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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석화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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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16

굴(oyster)이 제철인 계절이다. 쌀쌀한 날에는 굴을 가득 넣은 미역국이 생각난다. 굴전, 굴무침에 곁들이는 막걸리도 일품이다. 굴은 껍데기째 솥에 쪄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하지만 싱싱한 굴은 날것으로 먹어야 특유의 풍미를 음미할 수 있다. 생굴에 레몬즙을 짜 넣어 먹으면 맛이 좋을 뿐 아니라 산성인 굴과 알칼리성인 레몬이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잡아주니 금상첨화다.

가을·겨울철 별미가 적지 않지만 굴만큼 영양가 높은 보양식품은 드물다. 예부터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비타민과 아연 등 미네랄 보고여서 강정제로도 손꼽힌다.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체력 유지를 위해 생굴을 즐겨 먹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석화(石花)는 굴의 다른 이름이다. 한방에서는 수컷 모(牡)자에 굴 려(蠣)자를 써 모려(牡蠣)라고 칭한다. 굴은 암컷도 당연히 있지만 수컷뿐인 것으로 착각해서 붙여진 한자어라고 한다.

굴은 영어의 알(R)자와 관련이 깊다. 흔히 9~12월이 제철이라고 하지만 1~12월 중 영어 R자가 안 들어가는 달(May, June, July, August)만 피하면 된다. 5월부터 8월까지는 굴의 산란기여서 영양분도 줄고 독소가 생긴다고 한다. 여름철이어서 상하기도 쉽다. 그래서 이 시기엔 굴을 안 먹는 게 현명하다. 요즘은 양식굴이 대세이지만 이전에는 바닷가에 자연산도 많았다. 자연산은 알이 작아도 맛이나 풍미는 더 낫다. 좋은 굴은 몸집이 통통하고 유백색이다. 손가락으로 눌러보았을 때 탄력이 있고 바로 오그라드는 게 좋은 상품이다. 검은 테두리가 선명한 것도 좋다고 한다.

그런데 이 우수 식품 굴에 대한 소비가 부진해 어민의 시름이 깊어진다고 한다. 통영수협은 올들어 11월 현재 굴 위판량이 예년의 70%선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들이 한상자 위판 가격이 8만4천원이었지만 올해는 7만6천원까지 떨어졌다. 가격 하락에도 재고가 줄지 않으니 더 문제다. 주부들이 갈수록 김장을 기피하고 있는 등 굴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한 김치제조업체가 조사한 결과, 응답 주부 3천명 중 54.9%가 김장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굴라면 개발이나 굴 시식회 개최 등 굴 소비 촉진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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