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 손맛] 매물도 동섬치

  • 임성수
  • |
  • 입력 2019-11-15   |  발행일 2019-11-15 제38면   |  수정 2020-09-08
긴꼬리벵에돔 피딩 타임에 들어온 ‘뺀찌(돌돔 새끼)’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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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철 프로가 막 낚아낸 뺀찌(돌돔 새끼)를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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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7일 오전 10시. 취재팀이 거제 대포항에서 미래1호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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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도 동섬치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부산 부부 낚시꾼.

매물도의 벵에돔 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지난 10월27일. 금성철 프로(쯔리켄 필드테스터)와 함께 내가 찾아간 곳은 긴꼬리벵에돔 포인트로 유명한 동섬치. 동섬치는 삼각여, 병풍바위와 함께 매물도 긴꼬리벵에돔 3대 포인트 중 하나로 잘 알려진 곳이다.

금 프로는 이날 낚시 전문 케이블 방송 FTV의 ‘테크니션스’ 촬영도 겸하고 있었다. 동섬치는 워낙 유명한 포인트라 시즌 중에는 낚시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운 좋게도 전날 야영낚시를 한 세 명의 꾼들이 점심 무렵 철수를 하면서 오후에는 동섬치 포인트가 비게 됐다.

시즌 막바지 센조류에 상황 안좋아
찌가 물속으로 잠기는 ‘잠길찌조법’
밑밥 주변 잡어도 보이지 않아 불길
손 감각으로 느낀 입질은 독가시치
만조후 썰물로 바뀌며 물돌이 시작
일타일피 걸어낸 씨알 작은 벵에돔


◆거제 대포항에서 30분 거리

오전 10시. 우리는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의 대포항에서 미래1호에 올랐다. 매물도는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남 통영시에 속하지만 거제도 남단에서 더 가깝다. 엔진 출력을 높인 미래1호는 정확히 10시30분에 우리를 동섬치 갯바위에 내려주었다. 부산에서 온 부부꾼을 비롯한 세 명의 꾼들이 눈에 띈다.

“손맛 좀 보셨습니까?”

“손바닥만 한 놈 몇 마리하고, 뺀찌가 좀 나오네요.”

이들이 말하는 ‘손바닥만 한 놈’은 벵에돔이나 긴꼬리벵에돔이고, ‘뺀찌’는 돌돔 새끼를 뜻하는 꾼들의 은어다.

뺀찌의 어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다. 하나는 일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돌돔을 낚은 후 (목)줄을 자른다고 해서 줄을 자르는 도구의 이름인 뺀찌를 그대로 쓴 거라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한 뼘 크기를 뜻하는 뼘치라는 말이 변형돼서 뺀찌로 굳어졌다는 설이다.

어쨌든 이 부부꾼의 말에 따르면 어제, 적어도 오늘 오전까지의 동섬치 조황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어찌 된 일일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30㎝ 이상 크게는 4짜급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이 마릿수로 낚였다는데….

“물색이 좀 탁해 보이네요.”

금 프로가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벵에돔낚시에 적합한 상황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날 물때는 사리. 조류가 빠르게 흐르는 날이다. 실제로 동섬치 갯바위에서 남쪽으로 펼쳐진 바다는 조류가 꽤 세게 흐르고 있다. 날씨는 쾌청한 편이다. 저 멀리 구을비도와 소매물도 등대섬이 또렷하게 보일 정도.

◆투제로(00) 잠길찌 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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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철 프로가 쓴 찌. 쯔리켄 아시아LC 투제로(00) 찌로 잠길낚시를 했다.

금 프로는 일단 세 명의 꾼들에게 약간 떨어져서 동남쪽으로 채비를 내려본다. 금 프로의 채비는 00호 찌를 쓰는 잠길낚시 채비. 캐스팅 후 밑 채비가 정렬이 되면 찌가 서서히 잠기면서 미리 설정해둔 수심층에서 입질을 받는 것이다.

잠길찌 조법은 말 그대로 찌가 물속으로 잠기는 채비이다. 따라서 입질은 찌로 확인할 수 없다. 금 프로는 원줄의 긴장도로 입질을 파악한다고 말한다.

“캐스팅을 한 후 수면과 원줄의 각도를 40~45도 정도로 유지합니다. 한 번씩 뒷줄을 잡아 견제도 해야 하고요. 이때 입질을 받으면 수면과 원줄의 각이 깨집니다. 벵에돔이 미끼를 물고 처박는 거지요.”

금 프로는 포인트에 밑밥 서너 주걱을 던져넣고 거기에 캐스팅을 한다. 그리고는 다시 찌 주변에 두세 주걱의 밑밥을 더 품질한다. 이후 잡어를 묶어두기 위해 발밑에도 서너 주걱의 밑밥이 들어간다.

그런데 발밑에 뿌린 밑밥에 반응을 보이는 잡어가 없다. 손가락만 한 멸치떼뿐. 연중 바다 수온이 가장 높을 때가 요즘인데, 밑밥 주변에 잡어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불길한 징조일 수 있다. 역시 입질이 없다. 회수한 채비의 바늘에는 미끼용 크릴이 그대로 달려 올라온다. 아직 포인트 범위 안에 벵에돔이 모여들지 않았다는 뜻.

◆첫 입질은 독가시치

오전 11시30분. 야영낚시를 했던 세 명의 꾼들이 철수 준비를 한다. 금 프로는 비로소 이들이 비운 자리로 포인트를 옮긴다. 이 세 명의 꾼들은 정오에 들어오는 철수 배를 타고 대포항으로 돌아갈 것이다.

“어, 와 이것밖에 없노?”

“아이고야, 다 도망갔나?”

갑자기 동섬치가 시끄러워진다. 돌아보니 남자의 손에는 살림망이 들려있고, 그 안에는 돌돔 새끼 한 마리가 들어있다.

사연인즉 이렇다. 어제 오후에 동섬치 갯바위에 올라온 이 부부 꾼은 밤새 낚시를 했고, 잔 씨알이긴 하지만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 그리고 마릿수 뺀찌를 낚았다. 부부는 살림망에 조과를 담아 발밑 바닷물에 담가두었다.

그리고 철수 직전 살림망을 들어 올렸는데…. 그 안에 들어있어야 할 고기들이 한 마리 빼고는 모두 사라진 것. 아뿔싸,

살림망 주둥이를 단속하지 않은 게 이 사달의 원인이었다. 물속에 넣어둔 살림망이 작은 너울에 휩쓸리며 아래위로 움직였다. 그때 살림망 주둥이가 살짝살짝 벌어졌던 거다. 부부꾼의 하룻밤 고생은 그렇게 물거품이 돼 버렸고 그들은 허탈하게 철수 배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철수한 부부꾼의 자리로 포인트를 옮긴 금 프로는 이제 본격적으로 벵에돔을 노리기 시작한다.

오후 4시. 드디어 첫 입질이 들어왔다.

“아, 이거 탈탈거리는 거 보니 벵에돔은 아닌데요…. 아마 따치 같습니다.”

경험 많은 꾼들은 입질을 받으면 손으로 느껴지는 감각만으로도 걸린 물고기의 종류를 가늠한다. 입질을 한 놈이 벵에돔이라면 아래로 쿡쿡 처박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것은 ‘탈탈거린다’는 표현을 한다. 금 프로는 느낌만으로도 입걸림 된 놈이 독가시치라는 걸 아는 거다.

이윽고 물 밖으로 나온 놈은 역시 독가시치였다. 뾰족한 등지느러미에 독을 가지고 있는 독가시치. 무심코 손으로 잡았다가 행여 등지느러미에 찔리면 불에 댄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 따라서 낚인 독가시치는 손으로 잡지 말고 물고기 집게 등의 도구로 갈무리를 해야 한다.

◆해 질 녘 쏟아지는 돌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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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배에 오르기 직전 바라본 매물도의 노을. 저 멀리 소매물도 등대섬의 하얀 불빛이 보인다.

오후 1시. 만조 이후 썰물로 물이 바뀌고 있다. 이른바 ‘물돌이’가 이루어질 때 다시 한 번 입질을 받은 금 프로.

“이번에는 벵에돔입니다.”

낚싯대를 세운 금 프로의 얼굴에 모처럼 미소가 번진다. 제법 힘을 쓰면서 이리저리 저항을 하던 놈이 드디어 물 밖으로 올라온다. 비록 잔 씨알이긴 하지만 긴꼬리벵에돔이다.

“물이 돌면서 이놈들의 활성도가 올라가고 있네요. 상황이 좀 나아지고 있습니다.”

금 프로는 목줄에 봉돌 하나를 물린다. 목적 수심층까지 좀 더 빠르게 채비를 내리기 위함이다. 밥 두 주걱을 포인트에 던져넣고 거기에 정확히 찌를 날린다. 밑밥이 먼저 내려가지만 봉돌을 물린 목줄채비가 빠르게 따라내려가면서 이른바 ‘밑밥동조’가 이루어진다.

이윽고 다시 히트. 예상했던 것과 물속 상황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때부터 금 프로는 ‘일타일피’로 벵에돔을 걸어낸다. 그러나 낚이는 씨알이 너무 잘다. 4짜급은 고사하고, 30㎝ 이상 씨알마저도 잘 낚이지 않는다.

대포항으로 돌아가는 철수 배가 들어오는 시각은 오후 6시. 이제 한 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보는 건 ‘일몰 직전의 피딩 타임’. 실제로 씨알 굵은 벵에돔은 일출 전후와 일몰 전후 때 연안 가까이 들어와서 가장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한다.

“앞으로 딱 20분만 더 해 볼 게요.”

5시50분까지 낚시를 하고, 10분 만에 장비를 챙기겠다는 금 프로. 그리고 금 프로는 그 20분 동안 줄곧 입질을 받아냈다. 그놈들이 전부 뺀찌였을망정, 그는 아주 짧은 시간에 그야말로 소나기 손맛을 흠뻑 즐겼다.

“민장대 하나 가지고 들어왔으면 오늘 돌돔 새끼는 타작을 했겠는데요.”

이날 동섬치 벵에돔 포인트에는 아직 여름 돌돔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눌러앉아 있는 상황이었다. 즉 벵에돔들이 이 돌돔들의 기세에 눌려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낚싯대를 접는 금성철 프로의 등 뒤로 루비색의 늦가을 매물도 바다가 저물고 있었다. 조황 및 출조 문의, 거제 미래낚시 (055)632-1685
월간낚시 기자 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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