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모의 배낭 메고 중미를 가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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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5   |  발행일 2019-11-15 제37면   |  수정 2020-09-08
정글 속에서 신비롭게 빛나는 마야문명의 마지막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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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석벽으로 에워싸인 구기장인 볼 경기장은 길이 145m, 폭 47m로 축구장의 2배 크기로 7~8명이 한 팀이 되어 목숨을 건 경기인 ‘폭타폭(Pokta’pok)’ 경기를 했던 곳이다.

◆세계 여행자들이 꼽은 ‘최고의 소도시’ 메리다(Mer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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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다는 낭만과 예술이 넘치는 도시로 매일 축제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전통무용과 새로운 장르의 공연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팔랑케에서 밤 10시에 출발해 밀림 속을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버스는 물결에 춤추듯 기우뚱거리면서 밤새 달린다. 마야의 마지막 세계를 찾아가는 길이기에 어두컴컴한 밀림 길이 온갖 신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휴게소에서 시원한 망고주스로 목을 축이고 다음날 이른 아침 멕시코 남동부 유카탄주의 주도이자 마야의 고향 메리다에 도착했다.

유카탄반도 중앙에 자리 잡은 이 도시는 욱스말이나 치첸이트사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기 좋은 관광 거점 도시이다. 여행잡지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Conde Nast Traveler)’가 발표한 ‘2019 독자의 선택’ 최고의 소도시 부문에서 메리다가 세계 여행객들로부터 가장 멋진 소도시 여행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메리다의 매력은 거리마다 스페인 식민 시대 건축양식이 건물로 넘쳐날 뿐만 아니라, 마야의 역사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리다시는 1905년 1천33명의 우리 선조가 이민 정착한 곳으로 한인 이민자들의 애환과 독립 열망이 깊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축제의 도시 메리다는 고풍스럽고 웅장한 건축물, 넓은 광장, 거대한 나무가 있는 공원이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느 부유한 지주의 집은 이제 높은 천장을 자랑하는 서점이 되었고, 마야 사원이 있던 자리에는 메리다를 대표하는 16세기의 대성당이 있다. 대성당의 제단 뒤에 있는 거대한 십자가는 스페인과 마야 유산의 화해의 상징이 되었다. 이 도시에 있는 여러 식민시대 건축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1549년에 건립된 몬테호 저택이다. 이 집은 현재 박물관 및 상가로 사용되는데, 전면에 새겨진 조각이 눈길을 끈다. 스페인 정복자가 마야인의 머리를 밟고 서 있다. 그 아래 힘없는 마야인의 처절한 얼굴이 가슴을 여미게 한다.

멕시코에서 가장 멋진 광장 중 하나인 중앙광장은 거대한 월계수 나무와 공원의 벤치가 여행자들에게 휴식을 가져다주는 공간이다. 이곳은 금요일 밤에는 음악을 즐기고, 일요일에는 공예품 시장이 열리며, 거의 매일 밤 댄스 라이브 공연이 이루어진다. 밤이 되자 중앙광장에는 수많은 여행자들과 멕시칸들이 더위를 피해 나와 있다. 유카탄 반도를 대표하는 메리다는 낭만과 예술이 넘치는 도시로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예술을 느끼려면 꼭 찾아야 할 도시 같다. 생음악을 연주하는 카페에서 맥주를 시켜 놓고 내일 찾을 마야의 걸작품을 그리며 음악에 젖는다.

 

세계 소도시 여행지 1위 뽑힌 ‘메리다’
독립열망 서린 한인 1033명 이민 정착
스페인·마야 화해 상징물 거대십자가

고대도시 중 최고 걸작 꼽는 ‘욱스말’
남북 1천m·동서 길이 600m 규모 유적
돌축 높이 38m 마법사의 집 피라미드
밤에 열리는‘빛과 소리의 공연’환상적

신세계 7대 불가사의 도시 치첸이트사
365계단 태양력 1년‘쿠쿨칸 피라미드’
목숨 건 경기‘폭타폭’열린 볼 경기장
여성·아이 제물로 바쳐진 성스러운 샘


◆마법사의 피라미드로 유명한 욱스말(Uxm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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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스말 피라미드 동쪽에는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던 장소로 1천개의 기둥에 둘러싸여 있다는 ‘전사의 신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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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원형으로 돌축을 쌓은 높이 38m의 거대한 피라미드는 알에서 태어난 난쟁이가 하루 만에 지었다는 마법사의 집으로 실제로는 완공하는데 수백년이 걸렸다고 한다.
메리다 남쪽 80㎞ 거리에 있는 욱수말은 마야 언어로 ‘풍성한 추수’라는 뜻으로 한때 주민이 5만명에 달할 정도로 큰 도시였다. 독특한 건축양식인 푸욱(Puuc) 양식의 건축물이 있는 중요한 유적지다. ‘푸욱’이라는 이름은 유카탄반도 마야인들의 언어로 ‘언덕’ ‘낮은 산들의 연쇄’를 뜻한다. 그만큼 이 지역은 정글 사이로 낮은 구릉들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풍경을 자랑한다. 메리다 버스터미널에서 욱스말까지는 버스로 한 시간 정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야 문명의 고대 도시들 중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욱스말에 도착했다.

피라미드가 그려진 욱스말 안내표지를 따라 한참을 걸어 들어가면 큰 매표소가 나온다. 유적은 동서 길이 약 600m, 남북 길이 약 1천m의 규모로서 거대한 건물들을 남북 방향의 직선으로 배치하였다. 남쪽에서 차례대로 남쪽신전 비둘기관 등이 있고 동쪽에 울창한 나무숲을 지나면 특이하게 타원형으로 돌축을 쌓은 높이가 38m나 되는 거대한 타원형 피라미드가 눈앞에 나타난다. 이 거대한 피라미드는 알에서 태어난 난쟁이가 하루 만에 지었다고 해 피라미드의 이름은 마법사의 집이다. 실제로는 완공하는데 수백 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 북동쪽에는 푸크 양식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총독궁전이 있다. 총독궁전은 욱스말에서 가장 섬세하고 푸크 양식의 핵이다. 100m 길이의 정교하게 쌓은 무늬가 있는 건축물은 앞면에 뱀의 모습을 그려 놓은 듯하고, 맨 위에 있는 고리 모양의 연속된 돌은 뱀의 몸뚱이로 보인다. 총독궁전 기단의 북서쪽 모퉁이에는 거북관, 그 북쪽에는 구기장과 신관이 머물거나 종교의식을 치르던 여자수도원, 300여 년에 걸쳐 세운 높이 26m의 마법사의 피라미드 등이 있다. 왕의 대 피라미드는 마법사의 피라미드와 달리 여행자들이 올라갈 수 있다. 가파른 계단을 조심스레 오르면 울창한 밀림과 그 안에 자리 잡은 마야의 유적지들이 보인다. 1996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마야인들은 오랫동안 가물면 비의 신 샤크가 노했다고 믿었다. 샤크신의 진노를 풀고 구름과 비를 불러오기 위해서 신전을 짓고 노래와 춤, 기도와 공양을 바쳤다. 이곳 욱스말에서는 비의 신 샤크와 날개를 펼친 뱀의 신 꾸꿀깐이 주신으로 자리하고 있다.

욱스말에 관광객과 여행자를 끌어들이는 요소 중 하나인 ‘빛과 소리의 공연’은 야간에 욱스말의 유적들에 조명과 음악을 더하는 환상적인 프로그램인 밤의 유적을 경험하게 한다. 이 공연은 욱스말 유적을 둘러보고 오후 5시에 퇴장해서 근처 레스토랑에서 더위를 식히고, 오후 7시30분에 다시 입장한다. 어두워지면서 유적에 조명이 켜지고 수녀원의 사각형에서는 야간 레이저 쇼가 벌어진다. 레이저로 각 건물을 비추면서 설명과 음악, 음향효과로 하는 공연이다. 뱀이 꼬리를 바닥에 치는 소리와 앵무새의 소리 그리고 재규어 울음이 욱스말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간다. 이어서 욱스말 공주와 치첸이트사 왕자와의 애달픈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역사를 잊은 계단에 가득한 여행자들은 또다른 욱스말의 밤을 만끽하게 된다.

◆산 제물을 신에게 바친 도시 치첸이트사(Chichen it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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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샘’이라고 하는 세노테에 햇빛이 비치면 초록빛 수면과 어우러져 신비스러운 모습을 드러낸다.
메리다에서 120㎞ 떨어진 치첸이트사는 욱스말과 더불어 마야 문명의 주요 고대도시로 손꼽히는 곳이다. 치첸이트사의 뜻은 우물가에 사는 이트사족의 집이란 뜻이다. 매표소앞 작은 숲을 지나니 돌로 쌓은 거대한 피라미드가 앞을 가로막는다. 밀림 속의 광대한 부지에 흩어져 있는 치첸이트사의 유적 군을 한눈에 내려다보기 위해 피라미드 ‘카스티요’에 올랐다. 가파른 계단은 오르기가 쉽지 않지만 여기에 올라서면 유카탄 반도의 시원한 밀림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방이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이는 가운데 ‘전사의 신전’ ‘천문 관측탑’ ‘후에고 데펠로타’ 등 정글 속의 유적들이 신비스럽게 빛나고 있다.

치첸이트사는 고대 마야 문명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도시로 신세계 7대 불가사의에 뽑힌 빼어난 건축과 천문학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문자 체계를 갖춘 마야인들의 기술이 집대성된 곳으로 쿠클칸 피라미드와 구기장, 천문대, 전사의 신전으로 이루어졌다.

굉장히 넓은 지역에 유적이 흩어져 있어 꽤 큰 도시였음을 알 수 있는데 한가운데쯤에 전체 높이는 25m의 쿠쿨칸 피라미드가 우뚝 솟아있다. 바닥 둘레 55m, 높이 23m 9세기경에 완성되었다. 치첸이트사의 피라미드는 과학적인 정밀함과 놀랍도록 정확한 수학과 천문학 이론이 적용됐다. 사면을 따라 꼭대기까지 각각 91계단, 모두 합치면 364계단이고, 맨 위의 제단까지 합치면 365계단으로 태양력 1년을 나타내었다고 한다. 소리의 신비로움도 경험할 수 있다. 피라미드 정면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면 마치 뱀이 우는 듯한 소리를 내는 기이한 현상도 경험할 수 있다.

그 밖에도 4개의 볼 경기장, 전사의 신전, 해골의 신전, 재규어 시전, 신관의 무덤, 사슴의 신전, 조각 패널의 신전, 달의 건축, 독수리의 단 등이 있는데 아쉽게도 내부를 공개하지 않는다. 특히 사방이 석벽으로 에워싸인 구기장인 볼 경기장에서는 목숨을 건 경기인 ‘폭타폭(Pokta’pok)’이 열렸다. 경기장은 길이 145m, 폭 47m로 축구장의 2배 크기로 7~8명이 한 팀이 되어 경기를 했던 곳이다. 경기가 끝나면 승리한 팀의 주장은 심장을 재규어 동상 위에 있는 신전에서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그들의 슬픈 운명을 위로하듯 신전 한편에는 수많은 해골 문양이 조각돼 있다.

나오는 길에 밀림 어딘가로 작은 길이 이어지는데, 그것은 ‘세노테(Cenote)’라는 그 유명한 전설의 샘으로 가는 길이다. ‘성스러운 샘’이라고 하는 사방이 울창한 밀림으로 둘러싸인 곳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으니 신비스런 곳이다. 세노테는 석회암이 무너져 생긴 수직 동굴 바닥에서 물이 차올라 만들어진 깊은 물웅덩이를 말한다. 마야인들은 이곳에 비의 신이 살고 있다고 믿고 기우제를 지내며 여자와 어린이들을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이런 애환이 서려서인지 조금 음산하면서도 성스럽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은 여행자들이 들어가 수영을 할 수 있는 간단한 샤워시설과 사물함까지 갖추었다. 땀도 식힐겸 호흡을 가다듬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유적을 돌아보며 다소 지친 쉼과 휴식을 아름답고 애잔한 싱크홀 ‘세노테’에서 풀었다. 햇빛이 지하의 뻥 뚫린 세노테를 비춰 신비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는데 여행자의 마음은 신비스런 비밀을 가지고 있는 카리브해의 여인의 섬 ‘이슬라 무하레스’로 향한다.

자유여행가·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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