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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김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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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15

몇년 전 한 TV드라마에서 김치를 사람 얼굴에 던져버리는 장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여자주인공의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버린 남자를 찾아가 그의 얼굴에 김치를 던져버리는 장면이었다. 상대방에 대해 극도로 화가 나면 때리는 경우는 봤지만 양념 가득한 김치를, 그것도 얼굴에 던지는 장면은 흔치 않아 아직도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왜 하필 화풀이의 매개물로 김치를 사용했을까. 김치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불러일으킨 장면은 분명 아니었다.

‘김치녀’란 말이 있다. 김치녀는 일반적으로 명품을 좋아하고 소비활동을 남자에게 의존하는 여성을 가리킨다. 자신의 소득 수준에 걸맞지 않은 명품 등 사치를 일삼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다. 된장녀와 함께 여성 허영심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김치녀는 그다지 부정적 의미를 갖지 않았다. 세계에서 한국 여성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대만 여성을 밀크티녀, 일본 여성은 벚꽃녀나 스시녀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치에 대한 인식 역시 긍정적이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인기를 끈 김시스터즈의 노래 중 ‘김치깍두기’는 1962년 빌보드 싱글차트 2위에 올랐다. 이 노래에서 김치는 한국을 그리워하는 매개체였다. 1985년에는 가수 정광태가 김치 예찬노래인 ‘김치주제가’를 선보였다.

하지만 최근 김치가 드라마의 장면에서처럼 희화화되거나 김치녀처럼 부정적인 모습을 빗대는 도구로 전락했다. 김치는 우리 음식문화의 뿌리이자 선조의 지혜를 보여주는 전통건강발효식품이다. 김치를 포함한 한식세계화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를 폄훼하는 것처럼 비쳐서 안타깝다. 김치남이란 말도 있지만 여성 관련 말이 더 많이 사용된다. 이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남성 시각에서 여성을 재단하는데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권리와 위상이 강화되는 추세 속에 일부 남성의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이 우리 사회의 집단주의와 결합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치는 세계에서 과학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의 부끄러운 부분에 김치를 투영시킨 것은 한국인으로서 문화적 자긍심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다. 은근과 끈기로 대표되는 한국 민족의 정체성을 간직한 김치에 대한 인식은 물론,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도 전환돼야 한다. 곧 한겨울 밥상을 책임질 대업을 해야 하는 김장철이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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