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주민 추방논란, 진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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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5   |  발행일 2019-11-15 제23면   |  수정 2020-09-08

선상 살해 혐의를 받는 북한 어민 2명을 나포된 지 닷새 만인 지난 7일 정부가 분단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강제송환한 것을 두고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정상적이지 않은 절차와 과정은 물론, 법률 적용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수준으로까지 의혹이 번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정부 결정의 법 적용이 잘못됐다는 지적을 내놓을 정도다.

13일 공개된 통일연구원의 ‘살인혐의 북한 주민 추방 사건 법적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이번 결정은 △헌법·출입국관리법 △국제협약 △탈북민·난민에 관한 법률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 우선 헌법 제3조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정부는 북한 주민을 사실상 타국의 난민으로 취급했다. 유엔의 ‘고문방지협약’도 고문 위험이 상당할 경우 추방·송환을 금지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보호법도 추방 결정이 아니라 보호·정착지원 대상에 관한 규정이다. 따라서 살인 혐의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들에 대한 추방이 정당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탈북단체 등에서는 ‘북한 작용설’을 제기하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탈북자인 주일용 고려대 트루스포럼 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반인도적인 범죄행위인 북송의 배경에 북한과 부적절한 조율이 있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며 “이제 북한의 요구만 있으면 탈북자를 모두 북송할 것이냐”고 힐난했다. 앰네스티 등 국제인권단체에서도 “범죄행위가 있다고 해서 난민 지위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의 결정이 국제인권규범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주민은 귀순 의사를 밝힌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이다. 문재인정부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명백하게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들을 누가, 언제, 어떤 경로로 그리고 도대체 왜 북한으로 보냈는지 한 점 의혹도 없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 특히 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에 출석해 북한으로 추방당한 탈북주민 두 사람이 정부 심문 과정에서 죽더라도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진술을 했기 때문에 송환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본인이 장관으로 있는 통일부의 당국자 증언에 따르면 이것조차 석연찮다.

문재인정부는 섣부른 해명과 거짓말로는 화를 키울 수 있음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특히 탈북민 지위 및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로 크게 동요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진실을 명백히 밝히고 책임소재를 따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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