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의열단과 도쿄올림픽 욱일기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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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4   |  발행일 2019-11-14 제31면   |  수정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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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체육부장

의열단은 ‘의사(義士)와 열사(烈士)’가 속한 비밀 무장 독립운동단체다. 반민족 부일배와 밀정을 암살하고 주요 기관을 폭파시켜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무력을 사용한 점에서 한말 의병과 대구 달성공원에서 출범한 (대한)광복회가 그 뿌리이며, 군대로 계승 발전한 것이 만주독립군과 조선의용대, 광복군 등이다.

지난 10일은 의열단 창단 100주년이 되던 날이었다. 이를 기념해 이날 서울시청 광장과 대구2·28기념중앙공원, 밀양 의열기념관 등 전국 3곳에서 추념식이 열렸다. 서울과 밀양 행사는 각각 국가보훈처와 서울시, 경남도와 밀양시가 후원했지만, 대구에선 후원기관 없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처음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의열단 100주년 기념식’을 마련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밀양은 의열단 단장인 약산 김원봉의 고향이란 점에서 100주년 행사를 기획했지만, 대구시민이 이날을 특별히 추념한 이유는 뭘까. 이는 의열단 최초 단원 10명 중 3명(이종암·서상락·신철휴)이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한 대구경북인이고, 1923년 조선총독부가 파악한 단원 70여명 중 절반 가까이가 지역출신이기 때문이다. 말보다 실천·의리를 중요시하는 고장답게 대구경북인들은 임시정부보다 의열단과 만주에서의 무장투쟁이 더 빛을 발했다. 특히 이종암은 의열단의 부단장이자 핵심인물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구 남산동 이종암 옛집은 재개발로 헐리기 직전이다.

의열단 창단 100주년 행사에 앞서 지난 8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 ‘애국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부모가 의열단 출신인 김원웅 광복회장이 내년 8월 일본 도쿄올림픽에서의 욱일기 사용금지를 촉구하는 삼보일배 시위를 벌인 것이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나치기(하켄 크로이츠)는 금지하고 욱일기는 허용하고 있다. 백인을 학살한 나치는 반인류죄로 처벌한 반면, 아시아인을 학살한 일제를 묵인하는 것은 인종차별주의에 갇혀 있는 것”이라며 IOC를 성토했다. 현지 동포 다수가 참여했고, 주최측은 향후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국 상하이에서도 같은 시위를 이어가면서 욱일기 사용금지를 국제적 이슈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와 극우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전범기로 지금도 일본 육·해상 자위대기로 사용되고 있다. 가끔 일본팀이 출전하는 스포츠 경기장에도 등장해 전쟁피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전후 독일은 철저히 나치를 청산한 반면 일본은 미국의 비호 아래 전쟁범죄를 면책받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맥락으로 독일은 하켄 크로이츠 금지법안을 만들어 철저히 유포를 규제하는데 비해 일본은 어느 기념품 가게를 가도 버젓이 욱일기를 판매할 만큼 관대하다.

가뜩이나 도쿄올림픽이 ‘방사능올림픽’이 될 우려가 높은 가운데, 일본은 지난 9월 욱일기 문양을 연상시키는 도쿄패럴림픽 메달을 제작해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거기에다 또다시 올림픽경기장내 욱일기 반입을 허용할 것이라고 한다. 침략의 표상인 욱일기를 경기장에서 흔드는 것을 용인한다면 일본은 올림픽을 통해 화합과 평화를 실현하려는 전 지구인의 공적이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 ‘목불인견의 꼴’을 보지 않으려면 우리는 적극적으로 중국을 비롯한 필리핀,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전쟁피해국을 동참시켜 욱일기 사용금지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다행인 것은 미국에서 지난달 23일 욱일기 사용금지 백악관 청원이 10만명을 돌파했고,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도 욱일기 사용 금지 재촉구 동영상을 전 세계에 배포하고 있다. 이참에 방탄소년단도 나서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다.

IOC는 올림픽보이콧 움직임이 싹트기 전에 욱일기 사용을 철회하도록 일본을 설득해야 한다. 김우철 의열단100주년 기념사업회 대구지회장이 지난 10일 의열단 100주년 행사장에서 도쿄올림픽 욱일기 사용 반대운동을 범대구시민 차원에서 전개하겠다고 선포했다. 도쿄올림픽경기장에 욱일기가 휘날린다면 21세기 ‘대구의열단’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박진관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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