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2030지속가능개발 어젠다, 새마을운동 정신이 기반”

  • 박종문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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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4   |  발행일 2019-11-14 제6면   |  수정 2019-11-14
2019 새마을국제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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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새마을국제포럼’에서 패널들이 세션 발표, 토론을 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지난 12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새마을국제포럼’은 새마을운동을 포함한 국제개발협력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는 국제학술회의였다. 한국정부학회(회장 이시철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와 새마을세계화재단(대표이사 장동희)이 함께 마련한 이날 포럼에는 UN기구,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의 국제개발협력 전문가와 학자들이 참석해 국제원조방식의 미래발전방향을 두고 진지한 논의의 장을 펼쳤다. 이시철 한국정부학회 회장은 “기조 연설에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UN이 밀레니엄(2000년)을 맞아 2015년까지 설정한 밀레니엄 개발 목표(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에 이은 후속 프로그램인 ‘2030지속 가능개발 어젠다(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기본정신이 새마을운동 정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매우 시사적인 의미가 있다”면서 “오늘 포럼을 통해 새마을운동과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평가 및 건설적 비판을 바탕으로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관점을 모색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 가운데 압둘 베리 UN국제농업개발기금 서부아프리카 지부장, 폴커 데빌 독일 바이로이트대학 교수, 리카 파티마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학 교수를 만나 국제개발협력의 미래전략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압둘 베리 UN국제농업개발기금 서부아프리카 지부장
“지역 정부 관심 적어 안타까워
성공경험 가진 한국 협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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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농업 개발 기금(IFAD-International Fund for Agricultural Development)은 개발도상국의 농업개발과 식량생산증대 촉진, 이를 위한 융자 및 보조금을 지원하기 위한 유엔 전문 기관이다. 1977년에 국제 금융 기관으로 설립되었다. 한국은 창설회원국으로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 국적으로 미시간주립대에서 농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압둘 베리 지부장은 “IFAD는 164개 회원국 가운데 선진국과 산유국은 IFAD 기금의 재원을 충당할 의무를 갖는다. 하지만 나머지 개발도상국 회원국들은 IFAD 회원국이긴 하나, 재원 충당에 기여는 할 수 있어도 이를 의무로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IFDA서부지부는 아프리카 서부 9개국에 대한 농업기반 시설지원을 맡고 있다. 이 기금으로 이들 나라의 식량생산을 높이고, 가난하거나 땅이 없는 농부들에게는 일감을 주고, 세계적으로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의 수를 줄이기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기금지원에도 불구하고 땅이 척박하고 적합한 종자가 부족하며 영농기술 미약, 물부족, 이상기후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

압둘 베리 지부장은 “IFAD는 기금지원만 할 뿐 실제 집행은 하지 않는다. 해당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이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성과를 볼 수 있는데 동기부여가 안돼 많은 자금지원에도 불구하고 IFAD 지원방식은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IFAD는 지역조사를 통해 대상 지역을 정하고 프로그램을 마련한 뒤 자금지원을 결정한다. 그 이후에는 그 나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해당 주민이 나서서 프로젝트를 실행해야 하는데 서부아프리카 지역 정부들이 이 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아 안타깝다. 주민들 스스로도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지역이 많다. IFAD도 잘 모르고, 주체의식도 부족하다. 그렇다보니 개발동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갖고 있다.”

압둘 베리 지부장은 “오늘 포럼에서 IFAD 프로그램과 성공 경험을 가진 새마을운동과의 협력을 강력히 제안했다. 지역사회기반 풀뿌리운동이라 할 새마을운동과 IFAD가 협력한다면 아프리카 기아문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공식적인 국제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폴커 데빌 독일 바이로이트대학 교수
“韓-獨-에티오피아 학교 협력
교육으로 사회적 격차 줄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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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커 데빌 독일 바이로이트대 교수는 비영리협동단체인 ‘F/L Think Tank eG’ 대표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 관점에서는 다소 생소한 성격의 단체로 보이지만 새로운 기술과 행동의 미래 영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연구하고 대안적인 노력을 하는 단체다.

“흔히 국제개발협력 하면 자금을 지원해 인프라구축에 도움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보면 국제개발협력을 설계할 때는 많은 사회경제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현시점에서는 앞으로 진행될 인구구성 변화가 큰 변수다. 노령화 문제다. 여기에다 4차 산업혁명이 촉발되면서 전세계 노동시장이 격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때 청년들이 미래 일자리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기술과 교육이 이뤄지도록 지원방향이 설정돼야 한다는 의미다.”

폴커 데빌 교수는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시민단체에서 국제개발협력은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다. 약 100조원(750억유로) 이상이 공적개발원조(ODA)에 투입되고 있다”면서 EU에서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국제개발협력 방식으로 협동조합 활동, 아프리카 마샬 플랜, 배움 5.0(Learning 5.0) 프로젝트를 꼽고, 이 가운데 특히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배움(교육) 5.0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배움(교육)은 인공지능 활용 등으로 몇년내 혁명적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13~16세의 학생들은 스마트 태블릿으로 전세계적 이슈와의 밀접성이 강화된다. 이로 인해 지구촌의 인종, 언어, 건강,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바로 알 수 있게(접촉하게)된다.”

폴커 데빌 교수는 이 같은 환경에서 “한국, 독일, 에티오피아의 6개 학교가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내년 봄에 시작한다. 수백명의 학생과 선생님들은 태블릿과 AI,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활용한 14개 교육과정에 참여한다”면서 “이를 통해 AI에 대한 이해와 활용, 그리고 AI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 등에 대해 이해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폴커 데빌 교수는 마지막으로 “국제개발협력의 진정한 도전(과제)은 어떻게 하면 개발도상국들이 단지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밝은 미래를 위한 열린 기회를 갖 그 격차(gap)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 리카 파티마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학 교수
“印尼식 새마을 ‘고통로용’ 시행
지속가능성 위해 경제요인 접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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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새마을운동과 같이 여러 주체가 협력해 경제를 진흥시키는 운동(무브먼트)은 인도네시아에서는 한동안 잊힌 유산 가운데 하나였다.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나라마다 삶의 지혜와 문화적 전통을 갖고 있지만 이를 경제활동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에 영감을 받아 인도네시아에서 협력형 마을경제운동을 시작했다.”

리카 파티마(Rika Fatimah)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 교수는 이날 한국이 인도네시아에서 전개하고 있는 새마을운동과 인도네시아 자체 새마을운동이라할 협력적 경제운동을 비교연구해 관심을 끌었다.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해 탄생한 것이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마을운동지수(VMI-Village Movement Index)와 G2R(Global Gotong Royong·이하 고통로용)이다. 고통로용은 인도네시아 마을 공동 작업으로 이해하면 된다. 지난해부터 산촌인 족자타르타에 새마을운동과 고통로용을 혼합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새마을운동과 인도네시아 고통로용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새마을운동은 커뮤니티 형성과 마을환경개선 등이 중점이라면 고통로용은 여기에 더해 경제적 이윤 창출을 함께 하는 것이다.(현재 한국의 마을기업이나 사회적 기업과 비슷한 활동의 의미로 이해됐다)”

우리나라 새마을 운동이 공동작업을 통한 공동이익 창출 같은 경제활동과는 거리가 먼데 비해 인도네시아 고통로용은 새마을 운동 지속 가능성을 위해 경제적 요인을 접목시킨 점이 눈길을 끌었다.

리카 파티마 교수는 “새마을운동 프로그램의 주요 초점은 농부와 여성들에게 숙련된 농업활동을 가르치는 것이다. 하지만 새마을 운동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이런 활동을 통한 잉여생산물이 시장에 유통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는 활동과 접목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품질 향상과 유통구조 개혁 같은 시장접근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리카 파티마 교수는 “새마을운동이 잠자고 있던 인도네시아 농촌을 일깨웠다. 하지만 이런 운동들이 일상적인 자체 소비활동에만 그치고 있고, 지방정부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공용시설 활용도가 낮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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