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특별법 제정 수개월째 표류…‘법안 자동폐기’ 위기감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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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2   |  발행일 2019-11-12 제3면   |  수정 2019-11-12
포항지진 발생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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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국회 앞에서 포항시민들이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는 15일이면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만 2년이 된다. (영남일보 DB)

오는 15일은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만 2년이 되는 날이다. 2년전 규모 5.4 지진의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은 아직도 흥해실내체육관과 임시주거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또 많은 포항시민들이 지금도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수능 하루 전날 발생한 지진으로 수능 시험일을 1주일 연기시키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포항지진은 국책사업인 지열발전이 촉발한 인재(人災)라는 것이 정부조사단의 발표다. 그런데도 피해보상·진상조사·피해구제 등을 담은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은 아직 제자리를 맴돌고 있어 포항시민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시민들은 “지진 이후 부동산 경기 하락, 인구 감소 등으로 지역경기가 위축된 것을 감안하면 고통은 더 커졌다”며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 불신을 넘어 정부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열발전이 촉발” 人災 판정에도
여야, 배상금 조항 두고 극한대립
포항시민 “국민 보호 외면” 분통

14일 산자委 법안심사 소위 예정
단일안 도출땐 연내처리 가능성


◆포항시민의 우려와 분노

11일 포항시와 지역정치권 등에 따르면 포항지진특별법은 지난 3월 정부지진조사단이 지진발생 원인을 지열발전에 따른 인재로 발표한 데 이어 여·야 정치권이 공감을 하며 관련 법안을 4건이나 발의하면서 제정이 현실화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8개월이 지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어, 자칫 회기 만료에 따른 자동폐기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포항시민은 지진이 인재로 드러난 만큼 당연히 피해를 구제하고 진상을 규명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시민은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고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대의기관인 국회의 책무”라며 “국민 보호라는 본연의 책무를 저버리지 말고 ‘포항지진특별법’을 하루빨리 제정하기 바란다”고 촉구하고 있다.

◆‘손해 배상금’ 조항 갈등

포항지진특별법 첫 법안은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포항북구)이 발의했다. 그는 지난 4월1일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과 ‘포항지진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 등 두 건을 대표발의했다. 이어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구갑)이 5월10일 국가가 지진 피해지역 종합지원계획 및 연도별 실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의 ‘2017년 11월15일 포항지진 및 여진의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여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대구 북구을)이 7월23일 ‘지열발전사업으로 촉발된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들 특별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여·야 대립과 ‘손해 배상금’ 조항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아직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법안은 한국당의 장외투쟁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벌이는 바람에 뒷전으로 밀려나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특히 민주당은 한국당 김정재 의원 법안에 들어있는 손해 배상금 조항에 대해 거부감이 강하다. 손해배상은 ‘위법 내지는 불법 행위’로 남에게 끼친 손해를 메워 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포항지진이 마치 국가의 불법행위에서 비롯된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것. 이에 민주당 홍의락 의원이 배상금이나 보상금 개념이 아닌 ‘지원금’이란 용어를 쓰면서 대립하고 있다.

◆“12월국회 무조건 처리를”

다행히 오는 14·18·21일 국회 산자위 법안심사 소위가 열릴 예정이어서 여·야가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되고 있다. 산자위는 사흘에 걸쳐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산업소위)를 열고 포항지진 특별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산업소위가 열리는 이 기간 상임위 단일안이 도출되면 22일 전체회의에서 상임위 통과가 가능해지고 포항지진 특별법의 연내 처리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지난 9월25일 열린 산업소위에서 포항지진특별법 ‘손해 배상금’ 조항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확인된 데다 여전히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연내 타결 여부는 미지수다. 이들 법안은 내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산자위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현실적으로 21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포항지진특별법을 다룰 수 있는 기회가 12월 정기국회와 내년 1월 또는 2월에 있을 임시국회 등 고작 두 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두 번의 회기 중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시기적으로 여·야가 총선체제로 접어들기 때문에 현재 발의된 법안은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차가운 체육관이나 이동식 컨테이너에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는 지진피해 이재민이 있다”며 “연내에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을 경우 포항시민이 더는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마창성기자 mcs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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