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윤의 과학으로 따져보기] 철제의자와 나무의자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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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1 08:08  |  수정 2020-09-09 14:01  |  발행일 2019-11-11 제18면
20191111
<대구 경운중 교사>

늦가을 새벽에 공원 산책을 나가면 여름과는 달리 의자가 있어도 앉기가 망설여진다. 나무 의자보다 철제로 만든 의자는 더 그렇다. 왜 그럴까? 철제의자가 온도가 더 낮기 때문일까? 물리적으로 따져보면 둘의 온도는 같다. 열에너지는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같은 온도가 되어 열 이동이 없어진다. 이때를 열평형이라 부른다. 실제로 적외선 온도계로 재어보면 두 의자는 기온과 같은 온도를 나타낸다. 해가 뜨거나 진 후 얼마간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기온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한 시간쯤 지나면 두 의자는 대략 기온과 같은 온도가 된다. 그러나 막상 앉아보면 철제의자 쪽이 훨씬 더 차갑게 느껴진다. 물리적으로는 같은 온도라는데 왜 다르게 느껴지는 것일까? 우리가 느끼는 온도란 무엇일까? 우리의 감각은 믿을만한 것인가?

차갑고 뜨거운 정도를 서로가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은 온도와 온도계를 생각해냈다. 수은온도계는 물체가 열을 받으면 부피가 변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고 비접촉 적외선온도계는 표면온도에 따라 복사선이 다르게 나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 몸에 그런 온도계는 없다. 그 대신 특별한 단백질구조가 일정한 온도영역에서 변하면서 전기적 신호를 만드는 온도 수용체가 있어 춥고 더운 것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TRPV2는 43℃ 이상에서 변성되면서 전기적 신호를 만들어 뜨거운 것을 알아차린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이 결합해도 같은 신호가 생성된다. 그 덕분에 뇌는 매워서인지 더워서인지를 구분하지 못해 고추를 먹고도 땀을 흘린다. 이외에 다섯가지가 더 있어서 온도에 민감한 직종의 장인들은 1℃ 이내의 오차로 온도를 알아내기도 한다.

그럼 이 장인들은 어느 쪽 의자가 더 낮은 온도인지 알 수 있을까? 아마, 달인이라도 눈감고 손만 대서는 맞추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엔 물리적 온도계와는 다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정온동물인 인간은 열을 많이 뺏기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열은 온도차가 클수록 잘 이동하지만 살갗의 수분이 바람에 증발되거나 다른 물체와 접촉해서 전도라는 현상으로도 빠져나간다. 열이 피부로부터 급격하게 빠져나갈수록 더 차가운 상태라고 인식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무에 비해 금속은 열을 전달하는 능력이 커서 빨리 열을 전달한다. 비록 두 의자가 같은 온도일지라도 우리 몸의 감각은 열을 더 많이 빼앗아 가는 철제의자를 더 차갑게 느끼고 경계를 하는 것이다. 열을 더 빨리 많이 뺏기는 것이 온도차가 큰 탓인지, 금속이 열을 잘 전달해서 그런 것인지를 다른 동물들은 구별하지 못한다. 동물은 자기 몸을 추위나 동상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이 우선일 뿐이므로 정확한 온도 감지보다는 위험상황을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만이 이것의 차이를 눈치 챌 수 있다. 두 의자가 같은 온도라는 사실과 철제의자가 더 차갑다는 감각이 모두 실재하는 정보인 셈이다. 그래서 겨울에는 기온과 함께 체감온도가 예보되고 있다. <대구 경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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