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미화” vs “실효성 의문” 갑론을박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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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9   |  발행일 2019-11-09 제3면   |  수정 2019-11-09
■ 소주병 여자 연예인 사진 금지 공방
깨끗함·부드러움 강조에 이용 성 상품화
“모델 때문에 소주 선택하진 않아” 반대도
“음주미화” vs “실효성 의문” 갑론을박
대구시내 한 편의점의 진열대에 여성 연예인들의 사진라벨이 붙은 소주들이 진열돼 있다. 정부는 이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소주병에 여성 연예인 사진을 붙이지 못하도록 관련 규정을 고치겠다고 밝히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만 소주병에 여성 연예인 사진을 붙인다”며 “담뱃갑에는 경고 그림이 붙어있는 반면, 술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붙어 있다. 술과 담배를 대하는 온도차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지난 4일 “음주가 미화되지 않도록 주류용기에 연예인 사진을 붙이지 못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부방침의 실제 효과를 두고 찬반 의견으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찬성하는 이들은 소주 광고의 ‘성 상품화’를 문제 삼는다.

국내 소주 업계 1위 ‘참이슬’의 30초 광고 속에서 모델 아이린은 “찾았다 깨끗함의 결정체. 이슬이다. 소주는 깨끗함이다. 이슬같은 깨끗함”이라고 말한다. 또 대구지역 ‘맛있는 참’ 소주 광고에서는 모델 나라가 하얀 이불 속에서 하얀 옷차림으로 “부드러움 속에 있을 때 나를 더 부드럽게 만드는 초록의 부드러움”이라고 말한다. 소주 광고에서는 맑고 깨끗함, 부드러움 등을 강조하기 위해 여성 연예인들을 활용하고 있다.

찬성하는 이들은 스타가 술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술소비를 조장할 수 있다며 현행 규정 변경에 동의하고 있다.

강민지씨(여·26)는 “일부 업체는 술잔 바닥에 여성 모델 사진을 붙여놓은 소주잔을 공급하면서 소비를 부추기기도 한다”며 “술 마시는데 왜 여자 연예인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똑같이 1급 발암물질을 함유한 담배와 술 중, 음주에는 관대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올해 국가금연 예산은 1천388억원에 이르지만, 음주 폐해 예방관리 사업 예산은 고작 13억원에 불과하다. 또 전국 알코올중독치료 등 전국 50개소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국비지원예산도 연간 36억3천800만원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측은 2016년 12월 담뱃갑 경고그림 제도 시행 이후 담배판매량과 흡연율이 감소하는 등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1월 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 결과에 의하면, 2016년에는 36억6천만갑의 담배가 팔렸지만, 제도 시행 후인 2017년에는 35억2천만갑으로 줄어들었다. 또 성인남성 흡연율은 2016년 40.7%에서 2017년 38.1%로 낮아졌다. 이는 성인남자 흡연율 중 역대 최저치다.

그러나 주류광고가 음주를 부추기느냐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이들도 있다. 광고 모델 때문에 소주를 선택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정부가 정말 음주정책에 관심이 있다면 이보다 더 실효성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뱃갑 경고그림 제도의 금연 유발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결과도 있다. 지난 7월 발표한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시점(2015~2018년)에 흡연자인 360명 중 74.7%인 268명이 “경고그림을 자세히 본 적이 있다”고 답했지만, 정작 이들 중 “그림 때문에 담배를 피우려다 멈췄다”는 응답은 21.2%에 그쳤다. 즉 10명 중 8명가량(78.8%)은 그림과 상관없이 흡연을 한 것이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대구지역 소주업체인 <주>금복주 측은 “최근 1년간 소주병에 연예인 라벨을 붙이지 않았고, 제품 속성을 위주로 마케팅해 왔다”라며 “정부 방침 때문에 당장은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것에 대한 우려는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주류 광고 기준을 정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10조는 ‘음주행위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표현’을 금지하고 있지만, 광고 등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글·사진=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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