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 교육] 삶으로서의 교육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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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4 08:16  |  수정 2020-09-09 14:11  |  발행일 2019-11-04 제17면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함께 우리는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원하는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네이버나 구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똑똑해진 인공지능으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었다. 현대 학교는 노동력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진 시대의 학교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학교는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러나 학교가 교육이라는 범주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적다. 장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가 땅 위를 걸을 때 발이 밟는 부분은 땅 전체에 비해 지극히 적다. 그렇지만 만약 발에 닿는 땅만 두고 나머지 땅을 모두 파버려 천 길 낭떠러지로 만든다면 사람들이 과연 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학교는 다른 교육이 있기에 쓸모가 있는 기관이지, 다른 교육이 없으면 전혀 쓸모가 없는 곳이다. 그 다른 교육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부모와 조부모에 의한 교육이다.

교육과 삶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현대교육이 교육의 쓸모를 노동력 생산에 두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노동력을 대신하는 탈현대사회에는 교육이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듀이가 말했듯이 교육은 곧 삶이고 경험이다. 살아가는 일,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교육이다. 삶이 존재하는 한 교육도 사라지지 않는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또 마을 공동체에서 노인은 모든 지혜와 지식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노인 한 사람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한 개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도 있다. 인류학에는 ‘할머니 가설’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은 죽기 전까지 새끼를 낳는다. 코끼리는 수명이 60~70년인데 60대에도 여전히 새끼를 낳는다. 그런데 사람은 평균 38세에 출산을 마치고 30~40여년을 더 산다. 자신의 번식 능력을 포기하는 대신 자식이나 손주를 도와 자신의 유전자의 생존확률을 높인다는 것이 할머니 가설이다.

그러나 할머니 가설은 인간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중국 쓰촨성 판다연구소에서는 할머니 가설을 이용하여 판다를 늘리는 일에 성공하였다. 즉 판다가 새끼를 출산하면 인간이 대신 돌보아서 키우는 것이다. 동물은 새끼를 낳으면 새끼가 완전히 독립할 때까지 다음 새끼를 갖지 않는다. 그런데 판다는 자신의 새끼를 인간이 대신 키워주기 때문에 다시 새끼를 갖고 출산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많은 경우 10번의 출산을 한 판다가 있다는 것이다.

할머니 가설은 두 가지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그 한 가지는 아이를 대신 키워주는 존재, 그것이 사람이든 제도든 그것이 있으면 출산율을 높이고 생존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젊은 사람보다 노인들이 가진 삶에 대한 지식과 지혜가 자식과 손자들의 생존에 더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좀 더 진척되어 인간과 인공지능이 결합한 안드로이드가 나타나게 되면 모든 지식과 경험을 직접 뇌에 입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교가 필요 없어질 뿐 아니라 부모와 조부모에 의한 교육도 쓸모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삶이 교육이고 교육이 곧 삶이기에 교육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구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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