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당구 동호인 전국최고 수준…선수 활약·동문 활동 활성화 ‘제2의 전성기’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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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1   |  발행일 2019-11-01 제34면   |  수정 2019-11-01
■ 당구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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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여성 박은정씨가 퇴근 후 당구장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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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불문하고 새로운 놀이 공간으로 자리 잡은 당구의 부활에는 베이비붐 세대인 5060세대의 퇴직도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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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인 대구 반송초등 2학년 김태영군이 대구시내 한 당구장에서 프로당구선수로부터 레슨을 받고 있다.

TBC 대구방송, 2005년 세계챔피언 초청 경기
당구천재들의 눈길 끄는 큐 동작, 열기 불지펴
달서구 SBC동호회 회장배, 전국 400여명 참여

조일고 조화우군 2019 세계주니어 3쿠션 3위
국내외 주요대회 잇따라 입상…가파른 성장세
대구캐롬연합 박민지, 전국 3쿠션 여자부 우승
국내 랭킹 19위 김휘동 선수도 전국체전 동메달

경북고 ‘경맥큐’ 적극적 대회 참가 화합·교류
매년 한차례씩 졸업 기수별 대항전 대회 계획


◆후끈 달아오른 ‘대구 당구’

토브욘 브롬달(스웨덴), 세미 새이기너(터키),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이름만으로도 당구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전세계 스리쿠션계 지존들이 대구에서 당구의 진수를 보였다. 14전인 2005년 6월 호텔인터불고 컨벤션센터. TBC(대구방송)가 창사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두산위브배 스리쿠션 세계챔피언 초청경기에 200명이 넘는 전국의 당구팬들이 모여 ‘당구 천재’들의 물흐르는 듯한 큐 동작에 눈을 떼지 못했다.

6명의 해외선수가 초청된 이 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단연 토브욘 브롬달. 브롬달은 세계프로당구협회(BWA) 월드컵에서 8번이나 우승하며 세계랭크 톱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대회를 포함, 대구 두 번 등 우리나라를 세 차례 방문한 브롬달은 대구 시민들을 당구 열풍으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창의적인 선구안은 물론 빠른 큐 스피드에 의한 강한 회전력과 공격적인 샷으로 스웨덴 국내무대를 넘어 유럽대회와 세계대회를 석권하다시피 했다.

당시로서는 당구 단일대회 국내 최고 상금(우승 1천만원, 준우승 400만원, 3·4위 200만원)도 일반인의 당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대구가 전국에서 당구 동호인들이 가장 많게 된 데에는 TBC의 공이 컸다고 할 수 있다.

PBA(프로당구리그) 선수로 활약 중인 서성원 프로는 “인구대비 대구의 당구 동호인 수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아무래도 대구에서 당구를 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TBC 당구대회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국제경기 규격인 국제식 대대(대형 당구대)를 설치한 당구장도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다시 살아나고 있는 당구 열기가 대구 당구의 부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당구 동호회의 활동도 왕성하다.

2009년 달서구 성서당구클럽을 거점으로 출발한 당구 동호회 SBC(Seongseo Billiard Club)는 활동이 남다르다. 회원을 20명으로 국한한 소수정예에다 연령대도 40~50대로만 구성해 다른 동호회와 차별화된다.

특히 SBC는 당구 동호인들의 발전을 위해 이례적으로 동호회 주최 당구대회를 개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동호회 창립과 함께 2009년부터 매년 2차례씩 열리는 ‘SBC회장배 대회’에는 전국의 당구 동호인 350~400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전국 최고의 당구 동호인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창립 10주년을 맞는 SBC는 지난 10월27일 ‘SBC동호회 창립10주년 국제식 3쿠션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대구출신 당구 선수들의 활약도 빛난다.

대구 조일고 2학년 조화우군은 이달 초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2019 세계주니어 3쿠션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조군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대구당구계에서 거는 기대감이 남다르다. 지난해 11월 대한체육회장배(학생부문) 준우승, 올해 6월 국토정중앙배 3위, 같은 달 무안황토양파배 준우승, 7월 전국종별학생당구선수권대회 우승 등 국내서 열린 주요 대회서 빠짐없이 입상했다. 특히 지난 8월 말에는 전국 42명의 학생선수들이 참가한 세계주니어 3쿠션 국내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에 올라 한국대표로 올랐다. 세계대회에서 1~3위를 한국 선수들이 휩쓸었다. 특히 조군은 16강전에서 유럽챔피언 막심 파나이아(프랑스)를 꺾는 등 한국의 메달 싹쓸이에 큰 힘을 보탰다.

대구캐롬연합회 소속의 여성동호인 박민지씨는 지난달 말 출전한 ‘태백산배 전국 3쿠션 당구대회’ 여자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구당구연맹은 박씨에게 ‘최우수 동호인상’을 수여했다. 국내랭킹 19위인 김휘동 선수는 이달 초 열린 전국체전에서 3쿠션 동메달을 땄다.

대구 당구 선수들이 잇따라 좋은 성적을 내자, 대구당구연맹은 이들에게 격려금을 전달하고 격려했다. 김진석 대구당구연맹 회장은 “최근 대구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려 대구의 당구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판단, 연맹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격려금을 지원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대구연맹이 중심이 돼 대구의 당구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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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달리 당구가 스포츠로 자리잡으면서 당구장의 변신도 빨라지고 있다. ID만 있으면 자신의 점수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점수까지 확인되는 전자식 터치스크린 점수판이 설치된 대구 달서구 상인동의 ‘크로스S당구클럽’.


◆고교동창대회부터 동문연고전까지

당구가 학교 동문들의 결속력까지 다지게 하고 있다. 학교 동문회별로 특정 당구장을 그들만의 ‘홈구장’으로 삼아 당구를 즐기면서 옛 추억까지 공유한다. 고교동창 당구대회도 생겨나면서 이들의 당구 사랑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키움증권배 고교동창 3쿠션 최강전’은 고교 동문들의 동호회 결성으로 이어지게 했다.

경북고 동문들은 지난해 5월 3쿠션 당구 동호회인 ‘경맥큐’를 만들고, 동문들 간 당구를 통한 교류 및 화합에 나서고 있다. ‘경맥큐’는 수도권에서 생활하는 경북고 동문들의 당구 동호회다. 특히 동호회 발족 전부터 자주 당구모임을 갖던 58회 졸업생들이 각종 대회 참가에 적극적이다. 58회 졸업생 김중희 동문은 ‘제4회 키움증권배 고교동창 3쿠션 최강전’에 김진석(56회 졸업)·최진열 동문(64회 졸업)과 함께 출전, 경북고의 3위를 이끌었다. 경북고팀은 ‘경맥큐’를 팀명으로 대회에 나섰지만, 엄밀히 따지면 참가 선수 3명 모두 경맥큐 회원이 아니다. 수도권이 아닌 대구지역서 활동하는 동문들이기 때문. 하지만 동창회 내 당구 동호회 활성화와 경북고의 정신인 ‘경맥’ 등을 알리고자 경맥큐 이름으로 대회에 참가했다고 한다. 대구당구연맹 회장인 김진석 동문은 이 대회를 위해 경맥큐가 특별 초빙한 케이스다. 경맥큐는 또 매년 한 차례씩 졸업기수별 대항전 형태의 대회도 구상하고 있다. 기수별 대항전은 작년 말 동호회 송년회를 겸해 치른 바 있다. 당시 대회 우승도 58회가 차지했다.

한편 사학 명문인 고려대와 연세대도 2017년부터 ‘동문 당구 연고전’을 개최하고 있다. 동문 연고전은 양교 50명씩 총 100명이 참가한다. 65세가 넘은 시니어부터 시작해서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YB까지 온 연령층을 아우른다. 대회는 65세 이상인 시니어부, 실력으로 구분한 A·B·C부, 여성부 등 5개부로 나눠 진행된다. 이 대회는 당구를 좋아하는 양교 동문들이 모여 신경전보다는 옛 추억을 회상하며 당구를 친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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