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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교사들은 불안하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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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부기자
  •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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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이젠 초등학생들마저도 교사에게 욕설을 한다. 이 상황을 부모들에게 알리면 세 가지 유형의 반응이 나타난다.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 교사나 친구들에게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우리 아이만 몰아가지 마라”고 항의한다. 교사는 결국 병가에 들어간다. 또 다른 반응은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는 반응이 있으면 이어서 아버지들이 등장하고 등교시키지 않겠다고 강력한 방법을 쓴다. 담임이 전화라도 하지 않으면 “왜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데 전화도 하지 않느냐. 교육청에 민원을 넣겠다”고 방어와 공격전술을 사용한다. 교사나 학교는 황당하고 화가 나지만 교육청 민원이 두려워 주춤하면 공격은 드세지고, 결국 교사는 심리적 충격을 받는다. 교사는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길을 잃어버린다. 근래에는 초등학생이 교사를 때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런 식의 갈등으로 담임이 병가에 들어가고, 담임이 교체된 일들이 허다하다. 교사들은 우울하고 화가 나고 두려워한다.

나도 올해 1학년 때 담임을 3명 교체시키고, 2학년 때 2번 교체시킨 전력을 가진 아이의 담임을 맡고 있다. 아이는 물건을 정리하지 않는다. 언제든지 교실을 나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소리를 지르고 노래하고 다닌다. 건드리기만 하면 소리를 지른다. 혼을 내면 교실을 나가 전시물들을 다 뜯어 놓는다. 자기 잘못은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학습이 이루어질 리가 없어 시계를 읽지 못할 정도였다. 말 그대로 ‘품행제로’이다. 이 아이를 작년부터 교장이 담임을 맡아달라고 부탁해서 맡았다. 나름 베테랑인 나도 하도 힘이 들어 넉 달째인 6월엔 병이 났고, 이젠 교사를 그만 두어야 하나 깊이 생각했다. 학부모 모두를 불러 상담했지만 부모는 쉽게 자식의 이런 행동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다행히 학부모와 합을 맞추어서 이젠 그런 행동은 대부분 없어졌다. 학급문집에 1학기와 비교해 달라진 자신에 대한 시를 쓰기도 했다.

며칠 전 서울 인헌고에서 열린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교내 단축 마라톤대회에서 일부 학생들이 “사상주입 그만하라”고 외쳤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는 없다”란 구호가 나오자 “남자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 하하하", “아베 자민당 망한다”란 구호에는 “안 망한다”로 대응했다. 심지어 영상으로 찍어 친일 사이트에 올렸다. 우익단체들이 학교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피자와 햄버거를 교문에 쌓아 두기까지 했다. 다행히 인헌고 학생회와 학교운영위원회 등 학교주체들이 공개토론회 등 학생자치 노력으로 해결해 나갈 테니 외부 단체의 개입과 학교 주변 시위 중단을 호소했다.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는 배이상헌 교사가 도덕수업에서 교육과정에 따른 성평등교육을 하면서 남녀로 굳어진 성역할 문화를 뒤집어 만든 프랑스 영화 ‘억압받는 다수’를 보면서 논쟁수업을 진행했다. 이 수업에서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치심을 느꼈다고 교육청에 민원을 냈다. 학교 성희롱 성고충 심의위원회에서 문제없다고 결정했지만 교육청은 매뉴얼을 내세우며 교사를 직위해제하고 고발해 지금은 검찰에 송치되어 있다.

민주시민교육에서는 주입식을 금지하고 논쟁재현의 원칙과 자치적 실천을 강조하는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제시하고 있다. 이 원칙이 교사에겐 극좌나 극우 모두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보호 방안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마저도 위험하다. 지금 학교는 논쟁토론마저 위험하다. 학교와 사회의 민주시민교육이 절실한 이유이다.

지금 교사들은 이런 온갖 갈등과 민원으로 집단적·정신적 충격에 휩싸여 있다. 도대체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학생이나 교사 누구라도 배움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학교를 안정시켜야 한다. 여기에다 입시정책이 춤을 추고 있다. 학종이 문제가 되어 수시가 공격을 받다 정시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정시가 확대되면 사교육 열풍이 더 확대될 게 뻔하다. 사회적불평등과 대학서열화를 두고는 어떤 교육정책도 처방이 될 수 없다. 사회불안이 아이들만 병들게 하고 있다.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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