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大入·공교육 정상화’ 위한 제도 개선 모색 4 ·<끝>] 교육과정 파행 없는 대입 개편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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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8 07:49  |  수정 2019-10-28 09:01  |  발행일 2019-10-28 제15면
학교서 배우고 경험한 것으로 선발기준 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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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2020학년도 대입 아카데미’에서 한 참석자가 합격자들의 노하우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 <영남일보 DB>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교육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는 “교육이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이다. 그러면서도 대입에서 불공정했던 부분을 손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이번 교육부의 대입 제도 개편이 문재인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 중 하나인 ‘공교육 정상화’라는 목표에도 충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수시·정시 오락가락 원칙없는 땜질 처방
입시비리 없애려 도입한 전형 잇단 부작용

최근 학종 공정성 논란에 정시 확대 방침
2025학년도 도입 고교학점제에도 걸림돌
학교 혼란·학부모 불안 사교육만 부추겨



◆‘입시 표준화=공정성 보장’은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정시가 공정하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반면 실제 수시·정시의 평가과정을 살펴보면 특정 전형이 완벽하게 공정하다고 보긴 어렵다. 경우에 따라 부모 효과(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 학교 효과(특목고, 자사고)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대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수시 모집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학생이 학교 생활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육계가 학종을 없애기보다는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주된 이유다. 반면 학교, 교사에 따라 학생부 편차가 생길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일반고보다 교육과정이 심화된 특수목적고 학생이 학종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정시의 경우, 결과를 놓고 보면 공정하다. 객관적인 점수에 따라 대학 진학을 하기 때문이다. 수능이 사교육비를 투입할수록 성적이 더 잘 나올 가능성이 높아 사교육 시장만 커지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수능을 여러번 치르는 재수생이 강세를 보인다는 것도 여러 통계 자료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

김광기 경북대 사범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한국 교육과정의 현실을 봤을 때 정시가 가장 공정하다. 국어, 수학, 영어, 사회문화 이런 식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을 모두 시험을 치르게 하고 횟수가 문제가 된다면 1년에 2번 정도 시험을 치게 하면 지금의 논란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시와 정시 중 어느 것이 더 공정한지에 대해서는 교육계와 학부모, 학생 등의 의견이 엇갈린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 사회 특성상 어떤 제도도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학교 안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평가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에 참석한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장도 “(입시를) 표준화한다고 공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기업이 면접을 통해 지원자가 과거에 어떤 성과를 냈는지 파악하고 직원을 선발하는 것처럼 대학도 학생이 학교에서 전반적으로 어떤 경험을 했는지 살펴보고 뽑아야 한다”고 했다.

◆공교육 살리는 대입 개편 되어야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언급에 이어 교육부의 서울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한 정시 확대 방침이 나오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우려도 있다. 암기식 교육을 지양하는 학교 현장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 결정이라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대입 제도 개편이 정부의 교육과정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경우, 지식 위주의 암기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을 지향한다. 학생이 진로와 적성을 마음껏 탐색할 수 있도록 진로선택 과목도 개설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선 교사들은 학종을 변화하는 교육과정과 궤를 같이 하는 대입 전형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국시도교육감 협의회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이 전국 고교 교사 8천9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대입제도 개선 방안 연구’를 위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수능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역량 평가를 하는데 적절한지를 묻는 질문에 54.8%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와 고교학점제 운영의 취지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대입전형으로는 학생부종합전형(40.4%)이 꼽혔다. ‘새로운 대입전형 개발이 필요하다’(28.4%)는 의견이 둘째로 많았다.

정시 확대 방침은 2025학년도 전면 도입하는 고교학점제가 안착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이 대학생처럼 스스로 설정한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은 넓어지는데 정해진 과목으로 시험을 치르는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가 실효성이 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책 일관성 필요

대입 제도가 하루아침에 급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는 현재 고등학교 1~3학년이 치르게 될 수능이 어떻게 되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단 수능이 출제되는 교육과정부터 다르다. 2020학년도 수능시험은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출제되며 2021학년도 수능시험과 2022학년도 수능시험 출제범위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출제 범위도 다르다. 현재 고3이 치르는 2020학년도 수능은 2019학년도 수능 출제범위와 동일하다. 반면 고2가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은 수학 영역 범위에 차이가 있다. 수학 가형에는 기하 과목이 빠지고, 수학 나형에는 이전에 포함되지 않은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가 범위에 포함된다.

특히 올해 고1이 치르는 2022학년도 수능은 변화가 크다. 문·이과 구분이 없어지고, 수학 필수 선택 과목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고르게 된다. 2021학년도 수능에서 빠졌던 기하 과목이 다시 포함되는 것이다. 탐구영역도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고, 상대평가로 채점하던 제2외국어/한문 영역이 절대 평가가 된다.

정시·수시 선발 비중도 차이가 있다. 고1은 지난해 공론화 과정에서 결정된 대로 수능 위주인 정시모집에서 30% 이상 선발한다. 정부가 정시 확대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면서 고1부터 정시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다. 현재 고3까지는 ‘정시 축소 수시 확대’ 정책 기조를 따른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대입제도에 있어 정책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급격하게 바뀌는 대입 제도는 학교 현장에 혼란을 주고 학부모를 불안하게 해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교육을 흔히 백년대계라고 말하는데, 우리나라 교육 정책, 대입제도는 자주 바뀌어 왔다. 최근 연이은 교육부의 발표 내용을 보다보면 과연 정부가 교육 철학을 제대로 정립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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