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 "의원들 소풍왔나"…대구 희망원 '맹탕 국감'

  • 입력 2019-10-18 00:00  |  수정 2019-10-18

18일 대구시 사회서비스원 희망마을에서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현장 시찰이 사실상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나 '국감 무용론'까지 일고 있다.

 노숙인 재활 시설인 대구시 사회서비스원 희망마을은 불법 감금 등 인권 유린 논란을 빚었던 대구시립희망원이 지난 8월 시설 명칭을 변경했다.

 이날 오후 2시 10분께 희망마을 직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본관 로비에 등장한 보건복지위원회 2반 의원들은 약 30분으로 예정된 현장 보고를 생략한 채 희망·보석·아름마을을 둘러봤다.

 희망마을은 노숙인 재활 시설, 보석마을은 노숙인 요양 시설, 아름마을은 정신요양 시설로 834명이 생활하고 있다.
 의원들은 생활인들을 향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거나 "우리를 (생활인들이) 구경하는 거야"라며 자체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생활인들이) 자유롭게 왔다 갔다 활동은 하는가.

진료는 어떻게 받는지" 질문을 한 것 외에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의원은 없었다.
 여성 생활인 건물에서 국회의원들이 왔다는 말을 들은 한 생활인이 "나경원이 온 거냐"고 물어보자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나하고 (나경원이) 친해요"라고 수다를 떨었다.

 이를 지켜보던 몇몇 생활인은 소파에 걸터앉아 "아이고 시끄럽다. 골치 아프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40여분간 진행된 현장 시찰에서 생활인들의 인권 문제 개선 등에 대한 유의미한질문이나 지적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생활인들의 탈시설을 돕기 위한 '직업 재활 프로그램 실' 문 앞에서는 "굳이 안봐도 된다"라며 손사래 쳤다.


 국회의원들이 지역에 내려와 국정감사 일환으로 현장시찰까지 하면서 별다른 점검도 하지 않고 돌아갔다는 비판은 이날 오전 대구시 출연기관인 대구시 사회서비스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부터 제기됐다.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간담회는 의원들이 도착한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진행됐다.
 대구시 사회서비스원은 간략한 업무 보고 이후 질의는 기자들에게 비공개로 하겠다며 나가 줄 것을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국감인데 기자들을 왜 쫓아내는 거냐"고 말하자 결국 일부 기자가 동석한 채로 질의 시간이 진행됐다.
 질의 때 대구시 사회서비스원은 의원들에게 "사회서비스원법 부재로 예산 확보가 어렵다"며 빠른 법안 처리를 요청했고 의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희망원 사건 이후 인권 문제가 얼마나 개선됐고, 대구시가 이야기한 대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결과적으로 탈시설화 계획과 전망을 짚어야 할 자리였는데 둘러보고만 갔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현장 시찰을 통해 종합 정책 대안이 나와야 하는데 그냥 둘러보고 갔다는건 소풍 오듯이 온 것"이라며 "그야말로 안 오는 것보다 못하다"고 했다.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와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전날 공동 성명을 내고 "희망원은 2016년부터 국감에만 4년 째 등장한다"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형식적인 현장시찰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도록 정책, 예산,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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