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자리 퍼펙트매치, 일학습병행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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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7   |  발행일 2019-10-17 제29면   |  수정 2020-09-08
[기고] 일자리 퍼펙트매치, 일학습병행
박만희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이사)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말이 나온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구직자는 일자리를, 기업은 일할 사람을 못 구하는 구인·구직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회초년생 대다수는 능력에 관계없이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어 안달 나 있고, 대기업은 스펙이라 불리는 커트라인을 만들어 젊은이들을 스스로 골방에 갇히게 만들고 있다. 그러는 사이 중소기업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제때 채용하지 못해 인력난에다 경기불황 같은 대내외적 악재까지 더해 이중고·삼중고를 겪고 있다.

기업과 구직자가 어렵사리 구인·구직에 성공해도 문제는 그치지 않는다. 기업은 능력치가 낮은 신입사원을 당장 실무에 투입하기 어렵고, 신입사원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불만을 갖기도 한다. 서로의 불만이 계속 쌓이다 보면 결국 어렵게 뽑은 신입사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하는 문제가 종종 생기곤 한다. 기업은 기업대로, 구직자는 구직자대로 서로 아까운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2014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일학습 병행’ 제도가 이런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는 기술강국이라 불리는 독일과 스위스의 ‘도제식 훈련제도’를 국내 실정에 맞게 설계한 교육훈련 시스템이다. 기업이 사회초년생들에게 무작정 스펙을 요구하기보다 이들을 우선 채용한 뒤 자체적으로 교육훈련을 진행해 실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나가는 ‘선(先) 취업, 후(後) 학습’ 제도다.

사회초년생은 스펙쌓기에 몰두할 필요없이 곧바로 취업해 충분한 교육을 받고 빠르게 업무에 적응하며 실력을 쌓을 수 있다.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제때 채용할 수 있어 만성적인 구인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업들의 염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신입사원을 교육하는 동안 업무에 공백이 생기고, 또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이런 걱정과 달리 실제 일학습병행에 필요한 훈련은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 훈련은 크게 업무시간 중에 실시하는 OJT(On the job training)와 업무 시간 후의 OFF-JT(Off the job training)다.

OJT는 기존의 인턴 제도와 비슷하게 신입사원이 직접 일하며 선배들에게 기술과 노하우를 배우는 것이어서 기업의 생산활동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업무시간 외에 별도의 교육을 하는 OFF-JT는 전체 훈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불과하다. 근로자 1인의 일학습병행에 필요한 훈련시간은 800시간으로 이 중 600시간이 OJT, 나머지 200시간이 OFF-JT다.

자체 교육에 대한 부담도 가질 필요가 없다. 사업 주관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일학습병행 특화업종(특구) 지원센터로 지정된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이 각종 행·재정적 지원을 통해 기업의 원활한 일학습병행 제도 도입을 돕고 있다.

현재 전국의 1만6천389개 기업이 일학습병행 제도에 참여해 알맞은 인재를 채용하고 직종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들 기업 모두 훈련 종료 시점에 불량률이 1.8% 낮아지는 등 근로자의 기술수준 향상 효과를 얻었다. 앞으로 지역의 더 많은 기업이 일학습병행 제도를 통해 일자리 미스매치가 아닌 퍼펙트매치를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박만희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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