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 사립대 폐교, 지역균형발전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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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6   |  발행일 2019-10-16 제31면   |  수정 2020-09-08

당정청이 부실 사립대의 자발적 폐교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실 사립대를 질서 있게 퇴출시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부실 사립대들은 그동안 방만한 경영으로 많은 말썽을 빚어왔다. 이런 움직임을 계기로 전체 부실 대학에 대한 퇴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따르면 폐교가 결정된 부실 사립대에 대해선 일부 학교 자산을 설립자에게 돌려주고, 직원 퇴직금 등의 자원조달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퇴출과정에서 폐교 기준이 불합리하거나, 인구가 감소 중인 지방의 특수한 사정을 무시해선 안된다.

일률적으로 학생 충원율을 기준으로 퇴출 기준을 정하는 방안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교육부가 퇴출 기준 충원율을 60% 이하로 설정할 경우 전국에서 87개교가 폐교되고, 약 7만명의 정원이 감축된다. 70% 이하로 정해지면 145개교가 문을 닫고, 약 15만명의 학생이 줄어들 전망이다. 퇴출 기준이 충원율로만 결정된다면 지방 사립대의 희생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 사립대는 매년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입시철만 되면 교수들이 고등학생을 모집하느라 비상이 걸린다.

따라서 충원율 기준은 인원모집이 쉬운 서울 등 수도권 사립대의 퇴출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전국 중소도시엔 대학이 하나도 없는 곳이 많이 늘어날 것이다. 지방 사립대의 소멸은 곧 그 지역인구의 소멸을 촉진시킨다. 중소도시의 경제 침체와 지방소멸은 가속화될 것이다. 지금도 지방 중소도시엔 학생들 아니면 젊은이를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지역 대학은 그동안 그 지역에서 주요 싱크탱크와 지역혁신의 주체 역할을 해왔다. 지역 대학 교수들은 해당 지자체와 협력해서 각종 발전방향을 제시하거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산업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해 왔다. 이런 역할이 사라진다면 지역의 성장 동력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도 마이너스 영향을 주게 된다. 당정청과 교육부는 지역 사립대학의 퇴출 문제를 지역균형발전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퇴출 기준을 충원율에 한정하면 수도권 대학은 비대해지고, 지방대학은 쪼그라드는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현상을 초래한다. 부실 대학의 퇴출은 필요하지만, 지역혁신의 기반을 무너뜨려선 곤란하다. 중소 도시권에 최소한의 대학은 존립시켜 지역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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