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대입제도 논의, 공정성에만 집중해서는 곤란하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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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5   |  발행일 2019-10-15 제30면   |  수정 2020-09-08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 외면
바람직한 대입과는 거리감
이런 식으론 인재양성 못해
교육과정과 방식 모두 바꿔
제대로 된 교육정책을 펴자
[3040칼럼] 대입제도 논의, 공정성에만 집중해서는 곤란하다
김대륜 디지스트 기초학부 교수

지난 달 이 지면에서 필자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학입학에 관한 논란에서 비롯된 대학입시 제도의 공정성 논란을 다룬 바 있다. 거기서 필자는 이 문제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선 보통교육과 고등교육의 본질을 찬찬히 되돌아보아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학입시 제도의 공정성에 관한 논란이 교육의 본질이라는 근본 문제를 외면한 채 변죽만 울리는 게 아닌지 우려했던 탓이다. 글을 내놓고 나서도 필자는 관련된 논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데, 논란이 여전히 대입제도의 공정성이라는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대입제도의 공정성을 높이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논란이 이렇듯 가열된 일차적인 원인은 국민 다수가 그것이 재력과 영향력을 갖춘 특권층 자녀에게만 유리한 제도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 장관 딸의 경우가 이런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생각했기에 분노했던 것이다. 그러니 이 문제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교육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와 여당은 다음 달에 대입제도 공정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아마도 대입 평가에서 비교과영역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기소개서도 폐지하는 일 같은 대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논란은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공언했듯, 공정성을 내세우면서 정시 비중을 높이자는 요구는 계속 될 것이다.

이런 논란 가운데서 우리가 흔히 잊는 중요한 문제는 지금 중·고교 교육 현장이 대학교육을 이수하는 데 충분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제대로 양성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고교 간 학력 격차에 대해서 우려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고, 그래서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만, 이런 우려는 지금 교육이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적합한가 하는 물음과 유리되어 있다. 교육과정은 몇 해마다 바뀌고 있고, 대입제도에 계속 반영되고 있지만 우리가 목격하는 교육현장의 모습은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니 말이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우리가 대입제도를 이야기할 때 진작 물었어야 할 근본적인 물음은 과연 무엇을 성취하기 위해서 우리 아이들이 중고교 시절을 그처럼 어렵게 보내야 하는가다. 너무도 정형화된 문제를 단박에 풀어내도록 요구하고, 그것으로 학생 역량을 평가하는 극히 낡은 수업과 평가 방식 아래에서 엄청난 양으로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정보를 소화해 자기 생각을 만들어나가고 새로운 문제를 발견해 이를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우리가 어떻게 기대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교육과정을 바꿀 때마다 교육의 본질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물었을 테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는 교과서 중심의 일방적 지식 전달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교육방식으로는 고급 문헌을 해독하고 거기서 새로운 스토리를 끌어내는 능력이나 수리과학과 자연과학의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역량 같은 새로운 길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니 대입제도의 공정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절실히 요구하는 새로운 인재를 양성할 교육과정과 교육방식을 함께 이야기하고, 이 모두를 동시에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을 성취하기란 지극히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발전과 정체의 기로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가 상당부분 고등교육에 달려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우리 대학교육이 지식 전달에서 문제 발견과 문제 해결 역량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교육을 받아들일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는 보통교육 체계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학입시의 공정성 문제에만 매달리지 말고, 교육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보자. 하다못해 아이들을 공부에 내몰더라도 제대로 된 공부를 하도록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다.
김대륜 디지스트 기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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