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바다인문학] 꽃게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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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1   |  발행일 2019-10-11 제41면   |  수정 2020-09-08
살오른 ‘가을 꽃게’ 밥도둑이 따로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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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는 1년에 10여 차례 탈피하며 2년은 자라야 다 크게 된다. 십각목 중 드물게 헤엄을 치며 대양을 오가는 녀석이다. 다섯 번째 발 모양이 헤엄치기 좋게 배를 움직이는 노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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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을 만들 때는 농축시킨 간장을 사용해야 한다. 이 때 꽃게가 상온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을을 대표하는 수산물로 전어, 새우, 꽃게 등이 앞다툰다. 해양수산부도 9월의 수산물로 새우와 꽃게를 선정했다. 개인적으로 새우보다는 꽃게다. 새우는 양식이 대세지만 꽃게는 여전히 자연의 바다에 의지하고 있어 후한 점수를 줬다. 전어도 마찬가지. 꽃게는 1년에 10여 차례 탈피하며 2년은 자라야 다 크게 된다. 십각목 중 드물게 헤엄을 치며 대양을 오가는 녀석이다. 다섯 번째 발 모양이 헤엄치기 좋게 배를 움직이는 노를 닮았다. 서양에서도 ‘헤엄치는 게(Swimming crab)’라고 한다. 꽃게는 낮에는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밤에 활동하며 먹이를 잡는다. 새벽에 그물을 보러 가는 것도 이런 습성 때문이다. 주로 수심 20~30m 모래나 갯벌이 발달한 곳에 서식하는 탓에 서해에서 어획량이 가장 높다. 꽃게 중에도 껍질이 물렁물렁한 게를 물렁게, 아직 살이 채 차지 않은 게는 뻥게, 어린 게는 치게라고도 한다. 모두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어족자원을 보전하기 위해 1974년부터 금어기가 도입되었다. 수자원관리법 시행령에 꽃게의 금어기는 6월1일~9월30일. 2012년부터 매년 6월21일~8월20일이 금어기. 다만 서해5도(연평도·백령도·우도·대청도·소청도)는 7월1일~8월31일이 금어기다.  

 

꼬챙이 옛말 ‘곶’→‘곶해’→‘꽃게’
양반체통 잊어 버리는 게딱지 비빈 밥
고등어 넣은 통발, 간조 이전 끌어올려
자망은 연안용, 포구서 꽃게 따는 작업
집게발 중 움직이는 발 가장 먼저 잘라


꽃게라는 이름은 ‘곶해(串蟹)’에서 비롯되었다. 게의 등딱지 좌우에 날카로운 두 개의 꼬챙이가 있다. ‘곶’은 꼬챙이의 옛말. 곶해가 꽃게로 바뀐 것이다. 반질거리고 딱딱한 외모에 옆으로 걷기에 횡보공자(橫步公子), 횡행개사(橫行介士), 곁눈질을 하는 것처럼 보여 의망공(依望公), 창자가 없어 무장공자(無腸公子) 등으로 불렸다.

조선의 선비로는 김종직·정약용·허균도가 식탐을 금하는 양반 체통은 잠시 뒤로 미루고 게 맛을 그리워했다. 실학자 이덕무가 선비의 예절을 기록한 사소절(士小節)에는 ‘게껍데기에 밥을 비벼먹는 행동을 하지마라’라고 했다. 그의 손자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의 섭생편에서 그 맛을 칭송했다. 게를 옆으로 비틀거리며 걷는 상놈이라 먹지 않았다는 우암 송시열도 있었다. 하지만 체면을 중시하는 양반들도 게 껍데기에 밥을 비벼먹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이다. 양반만 아니다. 왕마저도 그 유혹을 떨치지 못했던 모양이다. 정조는 꽃게탕을 좋아했고, 경종은 게장을 먹다가 체해서 승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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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잡이는 주로 자망과 통발을 이용해 잡는다. 일부지역에서 안강망이나 닻자망을 사용한다. 통발을 이용할 때는 작은 배는 4~5명, 큰 배는 10여명의 선원이 필요하다. 한 번 출어할 때 드는 비용도 100여만원에 이른다. 출어비도 문제지만 선원을 구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주로 외국인 선원을 고용하지만 지속적으로 뱃일을 하려는 사람은 드물다. 선장을 제외하고 통발을 걷어 올리는 양망, 줄에서 통발을 빼내는 앞잡이, 통발에 잡힌 게를 터는 통털이, 게의 집게발을 자르는 게발, 먹잇감을 넣는 잇감, 다음 투망을 위해 통을 쌓아 갈무리하는 통발이, 통발에 줄을 거는 줄잡이 등 맡을 일이 각각 나누어져 있다. 이들 중 조리에 경험이 있으면 식사를 담당해야 한다. 경력에 따라 월급이 다르다. 기본급이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획량에서 유지비를 제외하고 선원수대로 나누는 ‘보합’이 대세다. 이 제도가 선원들이 적극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만든다.

통발을 이용할 때는 안에 비린 고등어를 넣어 유인한다. 만조에 수 백개의 통발을 넣었다가 간조 몇 시간 전에 끌어 올린다. 자망은 여러 폭의 그물을 연결한 수백m의 그물을 하루 전날 넣어 두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권선기로 그물을 끌어 올려 건진다. 서해안 모든 지역에서 두루 이용하는 어법이다. 자망은 연안용이다. 이 경우에는 꽃게가 걸린 그물을 건져와 포구에서 꽃게를 딴다. 꽃게가 상하지 않고 그물도 상하지 않게 떼어내야 하기에 손이 많이 간다. 익숙한 사람은 갈고리로 세 너 번 손놀림으로 꽃게를 떼어낸다. 이렇게 떼어낸 꽃게는 가장 먼저 집게발 중 움직이는 발을 잘라낸다.

 

진도∼연평도 어장
서해5도 대표 인천·연평도 어장 유명
모래밭 같은 톱밥 채워 신선도 유지
김장 양념·묵은지·액젓 끓인 ‘게국지’
농축간장으로 배 보이게 담근 ‘게장’


꽃게는 진도에서 시작해 연평도까지 서해를 아우르는 수산물이다. 진도 서망항, 목포항, 부안 격포항, 군산 비응항, 충남 홍원항 신진항, 인천 소래포구와 연안부두 등이 유명하다. 인천연안에서 잡히는 꽃게는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서해5도를 대표하는 어획물이다.

특히 연평도 꽃게잡이 어장이 유명하다. 사실 연평어장은 ‘꽃게어장’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연평도에서 만난 한 어민은 바다에 경계가 없어 꽃게를 따라 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NLL을 넘기도 한다고 얘기한다. 서남해 해역에서 잡은 꽃게들이 운반선에 의해 전남 진도군 임회면 서망항으로 들어와 파시를 이룬다. 이곳에서 잡는 꽃게들은 대부분 통발을 이용해서 잡은 것들이다. 서망항에서는 활어 게를 출하할 때 톱밥으로 채워 포장한다. 그 이유를 물으니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방식이라고 한다. 꽃게가 톱밥에 묻히면 잠을 잔다는 것이다. 바닷속 모래밭으로 생각해서 잠을 잔다는 것이다. 덕분에 에너지 소비도 없이 잡은 그대로 꽃게를 맛볼 수 있다. 톱밥 때문에 다리가 엉키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전북 군산에 속하는 선유도 선창을 찾았는데, 구석에서 부부가 그물에 걸린 꽃게를 따고 있었다. 등딱지를 움켜잡고 그물을 제거하자마자 가위로 집게 발가락 두 개 중 집게의 고정된 아랫발을 잘라냈다. 꽃게를 잡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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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는 전남 진도에서 시작해 연평도까지 서해를 아우르는 수산물이다. 진도 서망항, 목포항, 부안 격포항, 군산 비응항, 충남 홍원항, 인천 소래포구와 연안부두 등이 유명하다. 인천연안에서 잡히는 꽃게는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서해5도를 대표하는 어획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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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 걸린 꽃게를 따는 것도 큰 일이다. 등딱지를 움켜잡고 그물을 제거하자마자 가위로 집게 발가락 두 개 중 집게의 고정된 아랫발을 잘라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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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잡이는 주로 자망과 통발을 이용해 잡는다. 일부지역에선 안강망이나 닻자망을 사용한다. 통발을 이용할 때는 작은 배는 4~5명, 큰 배는 10여명의 선원이 필요하다. 한번 출어할 때 드는 비용도 100여만원에 이른다.
꽃게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철은 봄철이다. 이 때는 암꽃게가 주로 잡힌다. 산란을 위해 부지런히 연안에서 먹이활동을 한 탓에 노란 알과 내장 그리고 살이 튼실하다. 찜과 탕, 어느 쪽도 좋다. 여름 금어기 두 달이 지난 후 가을 꽃게는 단연 수꽃게다. 산란 후 활동량이 떨어진 암꽃게보다는 수꽃게가 많이 잡힌다. 봄철만 못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가을 꽃게는 꽃게탕으로 좋다. 신선한 봄 암게를 급냉해 보관한 것을 이용해 간장게장을 담는다. 급랭한 냉동꽃게와 달리 톱밥에 넣어서 이동하는 활꽃게도 있다. 활꽃게는 찜이나 구이로 좋다.

봄에는 꽃게장, 가을에는 꽃게탕이다. 봄에 잡히는 꽃게는 보지도 않고 먹는다 할 정도로 믿고 먹는다. 심해에서 겨울을 나던 꽃게가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올라와 부지런히 먹이활동을 하다 그물에 걸린 것이다. 봄꽃과 함께 올라온다. 1년 이상 자란 꽃게들이 고운 모래나 갯벌이 있는 바다에 수정된 알을 풀어 놓는다. 서해 칠산바다, 태안바다, 인천 옹진바다가 그런 곳이다.

꽃게가 많이 잡히는 태안에서 주목할 만한 조리방법의 하나가 ‘게국지’이다. 김장할 때 남은 양념과 묵은김치를 꽃게로 담근 액젓과 버무려 찌개를 끓이는 음식이다. 간장게장에 남은 김장배추를 버무려 끓이기도 한다. 딱 정한 조리법이 없다. 다만 김치와 게장의 조합만은 어느 방법이든 변함이 없다. 게장을 담글 때는 배가 위로 보이게 해서 담가야 하며 찔 때도 찜통에 배가 위로 보이게 놓아야 한다. 꽃게장의 장국이 게의 몸 속에 스며들어 간이 잘 들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찔 때는 내장이 흘러 다른 꽃게에 스며드는 것을 막고 육즙이 몸 안에 그대로 머물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장을 만들 때는 농축시킨 간장을 사용해야 한다. 이 때 꽃게가 상온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백령도에서 꽃게장을 담글 때 비닐을 그릇에 넣은 다음 게의 하얀 배가 보이도록 뒤집어 차곡차곡 넣고 준비한 장을 붓고 입구를 꽁꽁 묶어 보관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게가 간장에 푹 적시도록 돌로 눌러 놓는다. 그리고 사흘 만에 꺼내서 장과 꽃게를 분리해서 보관해야 한다.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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