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스타일 스토리] 프레피 룩의 화려한 귀환

  • 임성수
  • |
  • 입력 2019-10-04   |  발행일 2019-10-04 제40면   |  수정 2020-09-08
고급스러움을 내추럴하게∼멋 부린 것 같지 않은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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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플한 니트와 꽃무늬팬츠의 프레피 룩(사진 왼쪽).<출처:Gucci> 다이아몬드 니트와 유머러스한 스커트의 믹스매치. <출처:애슐리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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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무드의 프레피 룩. <출처:김칠두 SNS>

美 명문고 교복 스타일 본뜬 스쿨 룩
상류 고교생 드라마 흥행도 인기 한몫
모범생 아이비 룩에, 젊음과 자유로움
생동감 넘치는 스포츠 캐주얼과 결합
발랄한 색·무늬, 도시적 세련미 더해

올 시즌 대표‘프레피 룩’구찌·에트로
컬러·소재에 포인트, 다양한 스타일링
다른 아이템 믹스매치 클래식 느낌도


올 여름 언제 그리 더웠나 싶게 아침저녁 시원한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지는 가을이다. 패션업계의 신상품 출시가 줄을 잇고 있어 패션 피플에게 가을은 설레는 계절이다. 이렇듯 패션에서는 늘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만 있는 것 같지만, 세월의 흐름에도 변함없이 영원한 에스프리가 되는 경우도 있다. 화려하고 강렬한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아 한 순간에 매료되기도 하지만, 멋 부리지 않은 것 같은 단순함이 더 오랫동안 사랑받기도 한다. 올 가을 꼭 기억해야 할 대세 패션 ‘프레피 룩’이 여기에 해당되는 경우다.

프레피는 미국 동부 명문 사립 고등학교를 보통 프렙(Prep-Preparatory school: 아이비리그에 입학하기 위한 대입 예비학교)이라고 하고, 여기서 수학하는 양가의 자제들을 프레피(Preppie)라고 불렀다. 일반인은 부유한 엘리트 상류층에 대한 동경과 그곳에 속하고 싶은 선망과 그들을 쉽게 넘볼 수 없는 부러움에 대한 일종의 질투가 뒤섞인 농담으로 미국 명문 고등학교 교복 스타일을 본뜬 스쿨 룩을 프레피 룩(Preppy Look)이라 칭했다.

2019 FW(가을겨울) 시즌의 전반적 패션 트렌드는 1980~1990년대 복고풍을 재해석한 뉴트로(Newtro)가 핫이슈인데, 그 중 네오 프레피 룩(Neo preppy Look)도 복고풍과 함께 주역으로 등장하였다. 2000년대 들어 빈번히 나타나는 프레피 룩의 유행은 패션계의 스포트라이트에 의해 어느날 갑자기 등장했다기보다는 미국 드라마 가십걸(Gassip girl : 2008~2012년), 한국드라마 꽃보다 남자(2009), 상속자들(2013)과 같이 멋진 프레피 룩의 전형을 보여주었던 세계 각국에서의 드라마 흥행이 패션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고급스럽고 세련된 프레피 룩을 입어 페르소나의 극적 몰입감을 상승시켰을 뿐 아니라, 패션을 통한 극중 심리적 효과를 높이며 드라마의 완성도를 돋보이게 함으로써, 패션트렌드에서 네오 프레피 룩의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는데 지대하게 공헌하였다.

프레피 룩은 본질적으로 아이비 룩(Ivy Look :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의 패션)과 패션아이템과 패션철학을 공유한다. 그러나 프레피 룩은 아이비 룩의 클래식 감성은 중시하면서 이미지가 좀 더 젊고 패션 스타일에서 다양한 변화와 믹스 & 매치가 가능한 자유로운 스타일로 발전하였다. 프레피들은 졸업 후 주로 미국 동부의 최고 명문대학인 아이비리그(Ivy League) 8개 대학(하버드·예일·코넬·브라운·컬럼비아·펜실베이니아·다트머스·프린스턴)으로 진출해 사회적 차별성과 패션의 연속성을 이어나갔다. 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부분의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고색창연한 캠퍼스와 빛나는 전통, 우수한 학풍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역사성과 자부심을 내면화해 이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패션 룩을 형성하게 되었다.

최근 패션 트렌드에서는 아이비 룩보다 프레피 룩이 더 핫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것은 아이비 룩이 브리티시의 영향을 바탕으로 한 클래식 스타일로 50년대 모범생 남자 대학생 스타일을 지향했다면, 프레피 룩은 아이비 룩을 기본으로 젊고 자유로운 미국식 감성의 발랄한 색과 무늬의 도입, 생동감 넘치는 스포츠 캐주얼과 결합되면서 도시적 세련미를 갖춘 이미지로 발전한 것에서 차이를 찾을 수 있다.

프레피 룩의 정석은 옥스포드 면 버튼다운셔츠(Button down shirt), 치노(Chino) 팬츠, 무지나 체크무늬로 된 블레이저 재킷(Blazer Jacket)으로 구성된다. 면바지는 베이지, 카키, 곤색, 회색 등 베이직 컬러를 주로 쓰고, 재킷도 면과 시어서커, 트위드 등의 실용적 소재에 색상은 짙은 곤색, 녹색, 빨간색과 키 컬러들을 조합한 체크나 스트라이프를 많이 쓰는데, 종종 재킷 컬러나 밑단 끝에 좁게 흰색의 해리 선을 둘려서 산뜻하게 디자인하기도 한다. 그리고 재킷 왼쪽 가슴 포켓에는 대학을 상징하는 와펜(Wappen:문장 장식)에 자수를 놓아 장식과 구별의 기능을 갖게 하며, 버튼다운 셔츠에는 엠블럼(Emblem: 학교 심벌마크)을 넣은 사선의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매고 스웨이드 소재의 로퍼(Loafer)를 신어 프레피 룩만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완성하였다. 그 외 프레피 룩의 대표 아이템으로는 크리켓 니트(Cricket Knit), 폴로셔츠, 데님 팬츠, 카디건, 베스트, 풀오버, 플리츠 스커트와 다양한 체크나 스트라이프 패턴의 재킷 등이 있다. 봄가을 간절기에는 니트로 된 베스트, 풀 오버, 카디건이 애용되는데 이들 아이템은 체크나 아가일 패턴, 다이아몬드 패턴, 케이블 꼬임을 넣어 제직한 것으로 셔츠나 티셔츠 위에 입거나, 어깨 위나 허리에 걸쳐서 묶기도 하며, 동절기에는 재킷 안에 입어 따뜻한 윈터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

정통 프레피 룩을 보여주는 대표 브랜드로는 랄프 로렌과 톰 브라운을 비롯해서 브룩스 브라더스, 프레디 페리가 있고 토미 힐 피거, 라코스테 등과 같은 스포츠 감성이 더 진한 캐주얼 프레피 룩도 있다. 특히 랄프 로렌은 아메리칸 드림을 동경하는 대중들에게 상류사회의 라이프 스타일과 환상을 프레피 룩을 통해 제시했고, 그의 옷을 통해 상류층이 된 듯한 착각을 갖도록 공략해 성공신화를 이루었다. 2019 FW 시즌 대표적인 프레피 룩을 선보인 브랜드로는 구찌, 에트로 등이 있는데, 이들이 선보인 런웨이 스타일은 정통적인 스타일보다는 컬러나 소재에 포인트를 주고 아이템의 믹스 앤 매치를 이용한 다양한 연출법을 활용하는 것이 스타일링 팁이다.

체크는 올해 프레피 룩 표현의 가장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롱 체크재킷과 플리츠 스커트의 정석적 매치가 우아하고 고급스럽다. 프레피 룩을 데일리 룩으로 색다르게 연출하는 방법으로는 롱 재킷과 비슷한 길이의 라이딩 쇼츠 팬츠, 조거팬츠, 트레이닝 팬츠와 코디한 후 와이드 벨트를 매고 어글리 슈즈를 신어주면 스포티하면서도 굉장히 감각적인 프레피 룩을 연출된다. 프레피 룩 아이템들은 테마가 다른 아이템들과 함께 믹스 매치해도 클래식하고 우아한 느낌을 줄 수 있고, 스포티한 아이템과 매치하면 캐주얼하고 스트리트한 이미지로 변신할 수도 있다.

프레피 걸룩의 대다수는 남성 아이템과 동일한 젠더리스적 특징이 있으며, 여성만을 위한 플리츠스커트는 꼭 맞는 상의 재킷과 전통적 코디를 하기도 하지만, 스포츠 캐주얼 스타일로 연출하고 싶은 경우, 테니스 복 풍의 짧은 주름스커트와 삭스, 하이 니 삭스, 타이와 스카프 등에 스니커즈를 매치하면 경쾌하면서도 트렌디한 룩이 완성된다. 이처럼 최근에는 스트리트 패션의 영향으로 자유분방한 스포츠 캐주얼 룩으로 입는 경우가 많다. 프레피 룩은 고급스러운 패션을 내추럴하게 소화해 멋 부린 것 같지 않은 듯 보이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프레피 룩의 장점은 리얼 웨이에서 부담 없이 입을 수 있고, 누가 입더라도 상식적인 패션센스를 보장받으며, 무엇보다 좋은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올 가을 프레피 룩은 너무 정석대로 입으면 범생이 패션처럼 보이므로 스트리트적 감성을 담아 자유롭게 입어보자.

영남대 의류패션학과 교수

▨ 참고문헌 △ 한국패션전문자료사전(1997), 한국사전연구사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227828&cid=40942&categoryId=32087 △ https://blog.naver.com/minji2412/22162928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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