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드론의 위협은 현실이다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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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9 08:17  |  수정 2020-09-08 13:57  |  발행일 2019-09-19 제30면
[취재수첩] 드론의 위협은 현실이다
서정혁기자 <경제부>

영화는 현실을 앞서간다. 영화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에게 미래를 예측하고,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첨단 기술을 스크린에 소개해 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SF영화가 대표적이다. 적게는 10년에서 많게는 수천년을 앞서가기도 한다. 하지만 SF영화를 마냥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깝게는 수년 안에 멀게는 수십년 안에 영화에 소개된 첨단 기술이 상용화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란 것을 예감한다. 그만큼 영화에서 주요 소재로 쓰이는 첨단 기술은 가까운 미래에 체험할 수 있는 과학이다.

최근 영화의 주요 소재는 ‘드론’이다.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한 시리즈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과 국내 재난영화인 엑시트(EXIT)는 드론이 사건의 결정적 해결책 혹은 사건을 만든 원인으로 등장한다. 두 영화가 드론을 바라보는 방식은 달랐다. 엑시트의 경우 드론은 재난상황에서 구조대가 진입할 수 없는 곳에 띄워져 현재 상황을 전달한다. 주인공들이 위기에 처했을 땐 드론이 소방관 대신 주인공을 재난 현장에서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스파이더맨의 경우 드론을 악(惡)에 이용당할 수 있는 ‘위험요소’로 봤다. 영화에서 드론은 증강현실, 가상현실 등이 결합된 최첨단 장비로 변신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드론이 아니다. 첨단 기술을 통해 전세계가 미지의 생물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처럼 가상세계를 만들어내고 전세계는 이 사기극에 속는다. 드론이 악용될 경우 생길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드론은 적절한 대책이 없을 경우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드론의 악용이 사소한 문제가 아닌 전쟁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 2곳이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아 한때 국제유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분단국가인 한국의 경우 이 사건을 좀 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드론 공격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이란의 경우 북한과 핵, 미사일은 물론 무인기 등에서도 긴밀한 협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무인기 사용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실적 위협인 셈이다. 북한은 이미 열병식 등에서 자폭 무인기를 공개했고 최근에는 비둘기 드론까지 선보였다. 2014년에는 파주에 추락한 북한 정찰 무인기에서 청와대와 군 시설을 찍은 사진이 발견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군은 현재 북한의 드론은 폭탄 탑재 능력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란과 긴밀한 협력을 해온 북한의 드론 기술은 크게 진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리 대비해서 나쁠 건 없다. 드론이 악용될 경우 큰 피해를 입는 건 국민이다. 지난해 10월 외국인 근로자가 날린 풍등으로 기름탱크가 폭발하면서 약 44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우연히 날린 풍등에도 대형 화재가 발생했는데 ‘우연히’가 아닌 ‘계획’으로 날린 드론으로 인해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 말란 법 없다. 드론이 악한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그 피해는 막대할 것이다.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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