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만으론 깨끗한 바다 못지켜…국민 경각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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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6   |  발행일 2019-09-16 제31면   |  수정 2020-09-08

올해 급증한 A형 간염의 주범이 조개젓인 것으로 밝혀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생활폐수 유입에 따른 해양오염으로 조개젓까지 오염돼 A형 간염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했다. 이 일로 해양 오염의 심각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바다가 무한한 자정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해양 오염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돼 바다의 자정능력은 한계치에 다다랐다. 이번 조사에서 A형 간염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조개젓 10개 제품 중 9개는 중국산, 1개는 국산으로 확인됐다. 한국은 겨우 1개 제품이라고 안심해선 안된다. 경계가 불분명한 바다의 특성상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그동안 해양 오염문제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산업화시기에 공업화정책으로 부산, 인천 등에 대규모 임해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대량의 산업폐수, 생활하수가 연안으로 흘러들어 심각한 해양오염문제를 야기했다.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적조현상도 바다 오염이 주된 원인이다. 육지의 각종 쓰레기, 산업폐수 등이 대거 유입되면서 부영양화로 적조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양식장을 가진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오폐수와 함께 해양쓰레기도 바다의 큰 오염원이다. 해양쓰레기는 지난 6월 G20 정상회의에서 주요의제로 다뤄질 만큼 국경을 초월한 중대현안이다. 한국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18만t에 이른다. 수거비용만 500여억원이다. 해양쓰레기의 70% 정도가 플라스틱이다. 몇년 전 죽은 바다거북의 배 속에서 폐플라스틱이 가득 나온 것만 봐도 오염 정도를 알 수 있다.

바다의 오염은 곧 지구의 오염이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한다.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는 해양환경을 오염시키고 오염된 바다생물은 식탁에 올라 우리 건강을 위협한다. 해양오염이 특정생물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 생태계 전체를 교란시켜 인류에게도 치명적 해를 끼칠 수 있다.

훼손된 해양환경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 계획 수립이 중요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50% 감축 등을 목표로 해양오염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세우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현명한 대처다. 단발성 대책에 그치지 않고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시행돼야 제대로 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부의 정책만으로 깨끗한 바다를 지키는데는 한계가 있다. 어업인은 물론 직간접적으로 해양관광을 즐기는 국민들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바다는 육지 못지않은 먹거리의 보고다. 깨끗한 바다를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선 정부와 국민 모두의 합심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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