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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개혁대상에서 기댈 언덕이 된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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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6

김 진 욱 편집국 부국장
조국 법무부 장관이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한 지난 10일, 장소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었다. KIST는 조 장관 딸이 허위로 인턴 증명서를 발급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청와대는 KIST에서의 회의를 통해 조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조 장관 임명을 반대한 국민을 조롱하고, 더 화나게 만들었다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국민에게 보내는 추석인사를 통해 “보름달이 세상을 골고루 비추듯 국민 모두에게 공평한 나라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을 보면서, 수많은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평은 무너졌다고 한탄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공평한 나라를 언급했다. 조 장관 임명에 분통을 터트린 국민을 한번 더 한숨짓게 만들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평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했던 이 말이 가장 공허하게 들리게 만든 사건이 조 장관 임명이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임명한 그날, 서울대학생들은 “오늘, 대한민국의 정의와 공정은 죽었습니다”라면서 촛불을 들었다.

지난 6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 때, 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했던 말은 인상적이었다. 법무부 장관으로 조국이 부적합한 이유를 정확하게 짚었다. 금 의원은 조 후보자를 향해 “우리 편을 대할 때와 다른 편을 대할 때 기준이 다르면 편 가르기다. 법무부 장관으로 큰 흠"이라고 했다. 법무부 장관은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하는만큼,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정의의 여신 ‘디케’는 눈을 가린 채 한손에는 칼을, 또 다른 한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눈을 가린 것은 어떤 사람이든간에 편견없이 법을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 장관은 이미 가린 눈을 풀어 헤쳤다. 우리 사회의 공정성은 조 장관 임명으로 훼손됐다. 그걸 많은 사람들이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그를 임명한 이유로 검찰개혁을 들었다. 우리나라 검찰의 권력은 지나치게 비대하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조 장관 임명으로 검찰 개혁은 요원해졌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추진 주체가 법적으로는 물론 도덕적으로도 흠결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개혁 추진에 힘이 실린다. 그런데 조 장관은 흠결투성이다.

검찰 개혁은 법무부 장관 혼자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이다. 이것은 입법으로 가능한 일이다. 국회의 도움이 필요하고, 국회가 반대하면 국민여론이 이를 지지해야 한다.

그런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 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에 나섰다. 조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하는 여론보다 높았으니, 조국발(發) 검찰개혁은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도 받을 수 없다.

지금 조 장관의 아내와 자식에 대한 의혹뿐 아니라 본인이 직접 연루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앞에서는 정의와 공정을 이야기했던 조 장관이 뒤로는 특권을 누리고 반칙을 했다는 것에 분노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젠 검찰 수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검찰개혁에 동의했던 사람들조차 검찰을 응원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개혁대상이었던 검찰이 이젠 우리 사회의 특권과 반칙 그리고 불공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국민의 기댈 언덕이 된 것이다.

조 장관 임명으로 국민분열은 더 심해졌다. 조 장관 임명을 지지하는 국민과 반대하는 국민으로 갈라지게 만들었다. 특권과 반칙이 인정받는 분열의 시대. 이를 종식시킬 수 있는 것은 국민뿐이다. 어떤 권력도 국민의 힘을 이길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1987년 6월 항쟁 때 그리고 선거를 통해 국민의 힘을 보여줬다. 내년 4월 총선, 국민이 그 힘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이 땅에 정의와 공정성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김 진 욱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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