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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펫팸족 천만명 시대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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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6

박종진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 기자
이번 추석은 여느 때와 달리 좀 더 먼거리를 이동했다. 지난달 태어난 쌍둥이 처조카를 보기 위해 전남 순천으로 향한 까닭이다. 장거리 운전으로 인한 피로를 풀기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가 낯선 광경을 접했다. 남루한 행색의 개 한마리가 귀성객 사이를 서성이고 있었던 것. 행여나 먹을 것을 줄까봐 시선을 고정했지만 경계심을 풀지는 않았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인근에 사는 개이려니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곳은 고속도로 휴게소, 주변을 살펴봐도 개를 키울만한 곳이 만무했다. 다시 그 개를 살펴보니 목줄이나 인식표도 없었다. 순간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매년 등장하는 단골 뉴스가 떠오르면서다. 명절이면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급증한다는 기사. 올해도 여지없이 관련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추석에는 1천300여마리의 동물이 유기됐고, 올해 설 연휴 기간에도 900여마리의 동물이 버려졌다고 한다.

반려동물 유기는 특정기간,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치않게 버려진 동물을 볼 수 있다. 도심 외곽지에선 더 흔하다. 한밤 중 인적이 드문 길을 걷다가 여러 마리의 떠돌이 개를 마주한다면 썩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또한 유기된 반려동물 상당수가 재입양되지 못한 채 안락사한다는 사실도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국내 반려동물 수는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과 맞물려 크게 늘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파악할 수 없으나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천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산업도 크게 성장해 펫(Pet)과 경제(Economy)를 결합한 신조어 ‘펫코노미’가 새로운 경제 트렌드로 떠올랐다. 2010년 1조원 규모였던 펫 산업이 올해는 3조원, 2027년에는 6조원까지 성장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국내 펫문화는 여전히 미숙한 단계다. 매년 버려지는 반려동물만 10만마리에 달하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개선돼야 할 점은 많다. 열악한 번식시설부터 반려동물 관련 기본교육 부재, 제품화된 입양·분양 과정 등을 고려하면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 1일부터 ‘반려동물 등록제’가 법적 의무화 됐다는 점이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고의적이고 의도적인 반려견의 유기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앞으로 3개월령 이상의 개를 키우면서 등록하지 않으면 최대 1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반려견 보호자의 실천의지 △보다 적극적인 홍보 △반려동물 종 확대 △지자체의 단속 강화 등의 개선이 이뤄진다면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국내 펫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생명을 돈으로 사는 것은 비윤리적 행위인 동시에 동물학대”란 비판이 일면서 ‘입양과 분양’문제를 놓고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문제에 대한 성찰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국내 펫문화는 과도한 산업화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사회문제와 닮아 있다. 법적체계와 올바른 인식이 자리잡기 전에 관련 문화·산업이 급성장한 탓이다. 반려동물 인구 1천만명 시대, 제도적 개선과 함께 생명에 대한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박종진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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