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이겨낸 축구꿈나무에 ‘희망의 사인볼’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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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6   |  발행일 2019-09-16 제26면   |  수정 2019-09-16
팬이었던 조현우 유니폼 선물
20190916
이승우군과 이군의 부모님이 대구FC 엔젤클럽으로부터 축구공과 유니폼을 선물받고 엔젤클럽 회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렇게 큰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조현우 선수와 같은 훌륭한 축구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요.”

지난 14일 오후 DGB대구은행파크 대구FC 엔젤클럽 사무실 맞은편 강당에선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날 문경 모전초등 5학년에 재학 중인 이승우군(11)이 엔젤클럽 회원들로부터 조현우 선수의 모습이 새겨진 대구FC 유니폼과 조 선수의 사인볼을 받았다. 또 조광래 사장을 비롯한 대구FC 선수단의 사인이 들어간 축구공도 함께 받았다. 이군은 선물을 안으며 감격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행사를 지켜보던 이군의 어머니 곽미자씨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소아 LCP병’ 앓던 이승우군
완치된 후 대구FC 경기 관람
선수들과 사진촬영 후 눈물
엔젤클럽, 홈피서 사연 듣고
팬이었던 조현우 유니폼 선물


이군은 ‘축구꿈나무’로 조현우와 같은 멋진 골키퍼가 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3학년 때 청천벽력과 같은 ‘소아 LCP병’을 확진받았다. ‘소아 LCP’병은 혈행장애로 인한 미성숙 대퇴골두의 무혈성괴사로, 자칫 악화되면 영원히 축구를 못할지도 모르는 병이었다.

이군은 계명대 동산의료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은 뒤 다행히 수술을 하지 않고 보존적 치료로 완쾌가 가능하다고 판정받아 1년8개월간 문경과 대구를 오가면서 치료를 받았다.

40세가 넘어 천신만고 끝에 이군을 낳은 곽씨는 아이와 함께 힘겨운 투병생활을 이어갔다. 그사이 이군은 보조기를 착용한 채 눈으로만 축구를 즐겼다. 마침내 지난달 6일 완치판정을 받고 부모님은 완치 기념으로 지난 1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대구FC-상주 상무의 경기를 보러가자고 약속했다. 경기가 끝난 후 승우와 부모님은 조현우의 사인을 받기 위해 애썼지만 인파에 밀려 사인을 받지 못하고 대신 대구FC 안드레 감독으로부터 사인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안드레 감독은 고재현, 이준희, 강윤구 선수를 불러 이군과 함께 기념촬영을 해주었다. 이군은 이날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

곽미자씨는 이 사연을 대구FC 엔젤클럽 홈페이지에 올려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엔젤클럽 회원들은 이 소식을 듣고 14일 열리는 대구와 포항과의 경기에 앞서 승우에게 선물을 주자고 뜻을 모은 것이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엔젤클럽 이호경 회장은 “축구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줍니다. 승우가 병마를 이겨내고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서게 된 걸 축하하고 훌륭한 축구선수로 성장하길 바랍니다”라고 격려했다.

곽미자씨는 “아이가 보조기 장치를 하고 다니면서 느낀 서러움이 밑거름이 돼 장애인에 대한 아름다운 시선과 배려도 저절로 생겨났다”면서 “승우에게 크나큰 선물을 주신 대구FC 엔젤클럽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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