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검찰이 ‘악당’‘미쳐 날뛰는 늑대’라고?

  • 송국건
  • |
  • 입력 2019-09-09   |  발행일 2019-09-09 제30면   |  수정 2019-09-09
이전 정권 수사 때 떠받들고
현정권 잘못도 조사하라더니
文은 조국 수사에 격노하고
심기 읽은 참모들은 檢 저주
게도 구럭도 다 잃는 길이다
20190909

오늘(9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씨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한 달 되는 날이다. 문 대통령이 조국을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법무장관에 앉히려는 건 ‘검찰개혁’의 칼자루를 쥐어주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내가 집권하면) 5년 동안 법무장관을 맡겨 검찰을 개혁하고 싶다”고 한 인물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였다. 검찰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한 문 대통령에게 검찰을 ‘괴물’이라고 하는 조국 교수가 딱 적임자였을 법하다. 청와대도 조국 법무장관 지명 배경을 설명하며 ‘검찰개혁’을 앞세웠다. 그러나 지난 한 달 사이 조국은 이념, 재산, 가족관리 모든 면에서 국민을 부글부글 끓게 만드는 문제적 인물임이 드러났다. 언론보도로 시작된 검증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기도 전에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고 관련자들을 소환하는 강제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개됐다.

집권세력은 사안의 본질을 감추려고 “검찰이 개혁에 집단반발한다”며 물타기를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이 나라를 어지럽힌다”고 했다. 유시민씨는 검찰을 ‘주인공(조국) 제압에 실패하자 가족들 붙잡고 인질극 벌이는 악당’이라고 했다. 이는 청와대의 분위기를 읽고 나온 말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조국 주변을 압수수색하자 격노한 걸로 알려진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우리 정부에도 권력형 비리가 있으면 엄중 수사하라’고 해놓고 수사 초기 단계부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에 청와대 참모들이 검찰을 향해 저주를 토해냈다. ‘청와대 관계자’(언론에서 이 표현은 통상 대변인급이다)는 “내란음모사건을 수사하거나 전국 조직폭력배를 일제 소탕하는 수준인데, 이는 조 후보자가 법무장관으로 오는 게 두려운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했다. 비서실장실 소속 일개 행정관이 “미쳐 날뛰는 늑대처럼 사람을 물어뜯겠다고 입에 하얀 거품을 물고 있다”고 한 데서 문 대통령의 인식이 읽힌다.

조국을 둘러싼 검증은 자신이 국회에 제출한 관련 자료를 토대로 언론이 시작했다. 처음엔 일부 보수성향 언론이 정부와 공기관을 상대로 자료제출 요구권이 있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다 사모펀드, 웅동학원에 이어 자녀 진학 같은 국민감정이 용납하지 못할 의혹이 속속 터지자 진보성향 언론들도 일제히 가세했다. 보수언론에서 미처 취재하지 못한 의혹을 별도팀을 구성해 단독 기사로 내보낸 진보언론도 많다. 이를 바탕으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조국을 상대로 10여 건의 고소고발을 했다. 검찰은 매뉴얼대로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했고, 검찰 지휘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특수부로 돌려 본격 수사에 착수토록 했다.

물론 검찰 내부에서 “누가 누구를 개혁하겠다는 거냐”는 말이 나오는 데서 읽히듯 검찰을 괴물로 보는 조국이 법무장관이 돼선 안 된다는 기류가 없진 않다. 그럼에도 ‘안티 조국’의 빌미를 준 건 조국 자신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출석을 눈 앞에 두고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허위 진술’을 압박한 사람도 조국이다. 그 뒤에는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있다. 그러나 동남아 순방을 위해 떠나던 날 공항에서 핵심을 비켜나 한마디 한 뒤에 다시 말이 없다. 대통령은 과연 검찰개혁을 할 수 있는 장관이라면 어떤 허물이 있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지금은 검찰개혁을 할 수도 없을 정도의 치명적 결함이 드러났는데 그마저 인정하기 싫은 걸까. 조국은 물러나도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된다. 대통령은 지금으로선 대체불가다. 그러면 인식을 바꿔야 하는데 그럴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다.서울본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