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장영표 교수의 충격적인 실토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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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6   |  발행일 2019-08-26 제30면   |  수정 2019-08-26
조국 딸 대입스펙 쌓기에
특정계층의 짬짜미 개입
서민층자녀는 기회 박탈
수시전형은 심하게 오염
교수사회는 엄청난 모독
[송국건정치칼럼] 장영표 교수의 충격적인 실토

“학부모회의는 엄마들이 가잖아. 거기서 엄마들이 얘기했나 봐. 나중에 연락이 온 거지. 그쪽에서 보호자들이 나보고 개인적으로 해달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와서 하게 해 준거죠.” “사실 외국 대학 간다고 해서 그렇게 해줬는데 나중에 보니까 무슨 고대(고려대). 그래서 제가 사실 상당히 좀 실망했다. 아니, 거기 갈 거면 뭐하러 여기 와서 이 난리를 쳤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또 무슨 의학전문대학…” “호의로 1저자로 얹어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가 언론에 한 말들이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딸 조민씨를 고교 1학년 때 2주간 논문 작성에 참여시키고 ‘제1저자’로 만든 그 교수다. 조민씨는 그 논문 실적(?) 등을 고려대 수시전형에 활용해 합격했다. 장 교수는 파문이 일자 희한한 말을 하기도 했다. “손해는 제가 제일 많이 봤다. 당초 외국 저널에 실으려던 것을 (조씨가) 대학 가는 데 써야 하니까 빨리 싣는 쪽을 택해서 국내 저널로 바꿨다. 그래서 논문이 제대로 평가를 못 받은 면이 있다.”

충격적인 실토다. 요지는 이렇다. ‘장 교수 아들과 조 후보자 딸은 한영외고 유학반 동기동창이었다. 유학반 학부모들은 입시 정보교환을 위한 모임을 가졌는데, 거기서 부부들이 교류했다. 그 인연으로 조 후보자 쪽에서 딸의 외국 대학 입학에 도움이 되도록 논문에 이름만 좀 올리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호의’로 제1저자로 올렸다. 조 후보자는 그걸 국내 대학 입시에 써먹었다.’ 대한민국의 특정계층 인맥이 대입제도를 무력화시킨 사건이다. “학부모 회의 때 식사했을 수 있다”(조국), “학부모 모임에서 조 후보자를 한두 번 봤을 것”이란 정도의 인연으로도 자식의 스펙을 위장할 수 있는 구도가 드러났다. 유사한 일이 그 계층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진다는 건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다른 사례로 증명했다. 조민씨는 고3 때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의 단기 인턴십에 참여했다. 인턴십 면접 때 정 교수가 조씨와 함께 동행했는데, 면접관이던 공주대 교수는 정 교수의 서울대 동기로 재학시절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한 친구 사이다. 조민씨는 관련 논문에 ‘제3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 역시 고대 입시에 사용됐다.

공직후보자 개인 검증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다. 대한의학회는 연구 윤리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와 국격의 추락을 걱정하며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이와 별개로 장영표-조국 커넥션은 골 깊은 사회갈등의 불씨가 됐다. 첫째, 대한민국 서민층 자녀들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기회를 박탈 당했다. 대학입시에서 누군가는 조민씨에게 밀려났다. 조민씨가 서울대 대학원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반칙으로 타간 장학금은 원래 가정형편은 어렵지만 공부는 열심히 하는 학생에게 돌아갈 돈이었다. 둘째, 대입 수시전형이 심하게 오염됐다. 학부모들의 짬짜미에 의한 변칙 입학이 조국 자녀의 경우가 전부일 리는 없다. 반대로, 성실하고 진솔되게 스펙을 쌓아 수시전형에 합격한 대다수 학생이 오해를 받게 됐다. 셋째, 교수사회가 모독됐다. 이 역시 대다수 교수는 학문연구에 몰두하면서 논문 관리에 엄격한 기준을 지키겠지만, 일탈이 장 교수뿐일까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법치를 책임지게 하려는 조 후보자가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고, 결과는 불의한 일을 벌여온 의혹들이 쏟아졌다. 대학교수 때뿐 아니라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조 후보자 개인의 낙마 여부를 넘어 사회 전체를 다시 조명해야 하는 과제가 문재인정부에 떨어졌다.
송국건 정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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