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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토크] '변신' 배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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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용섭기자
  •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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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시즘 공포물로 첫 주연…코믹 벗고 구마사제복 입어”

역할의 비중에 상관없이 배성우는 늘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낯은 익지만 매번 영화 속 모습이 달라서 신선했고, 그래서 이제는 ‘신스틸러’라는 말로 그를 수식하는 게 부족할 만큼 대중에게 배성우의 존재감은 깊이 각인됐다. 그의 연기는 뚜렷하다. 그리고 비정상적이거나 희극적인 캐릭터를 만났을 때 더욱 파괴력 있는 모습을 보여왔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2010)에서 열연한 무시무시한 시동생 철종이 그랬고, ‘모비딕’(2011)의 약삭빠른 도박 중개인 맹 사장, ‘더 킹’(2017)의 두 얼굴 검사 양동철 등이 그랬다. 물론 ‘안시성’(2018)에서의 든든한 부관 추수지, tvN 드라마 ‘라이브’(2018)의 휴머니스트 오양촌까지 별다른 특징이 없는 밋밋한 캐릭터에서도 배성우의 존재감은 여지없이 빛났다.

그가 이번엔 사제복을 입고 필사의 도전을 감행했다. 공식적인 그의 첫 주연작이기도 한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그렸다. 배성우는 강구(성동일)의 동생이자 삼남매의 삼촌인 구마사제 중수 역을 맡았다. 가족의 틈에서 일어나는 의심과 균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분노와 증오를 다룬 이야기인 만큼, 그도 이번에는 웃음기를 쫙 뺐다. 궁금했다. 악마가 자유자재로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한다는 호기로운 콘셉트도 궁금했지만, 구마사제로서의 직업적인 능력과 삼촌으로서 따뜻함을 동시에 지녀야 하는 극 중 중수 캐릭터를 그가 어떤 연기적 밸런스로 맞춰나갔는지를 말이다.

▶공포영화를 평소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에는 공포영화를 좋아했다. ‘링’을 보면서는 카타르시스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러다 30대 초반쯤 ‘엑소시스트 감독판’(2000)을 보고 난 이후부터 공포영화를 멀리했다. ‘엑소시스트’가 1970년도에 만들어진 영화라 전체적으로 올드하고 분장이나 특수효과도 티가 날 정도였지만 이상하게 무서웠다. 공기 자체가 요즘 영화와는 완전히 달랐던 것 같다. 게다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고 영화 외적으로도 안좋은 소문이 있어선지 더욱 공포감을 느꼈던 것 같다. 후유증이 심했다. 영화를 함께 본 친구들도 ‘오늘밤은 엄마와 같이 자야겠다’며 귀가를 서둘렀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변신’을 선택했다. 어떤 점에서 끌렸나.

“지난해 ‘라이브’ 촬영이 한창일 때 대본을 받았는데 꽤 몰입도 있게 읽혀질 만큼 재밌고 흥미로웠다. 특히 악마가 사람 모습으로 자유자재로 변신한다는 설정과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이 기존 공포물과는 좀 다른 느낌의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왕 할 거면 최대한 무섭게 보여주고 싶었다.”


평소 공포영화 후유증 심해 안보는편
대본 받고 꽤 몰입도 있게 읽혀 흥미
가족에게 숨어 사람으로 변하는 악마
부모 자식간 애틋함, 서스펜스로 승화
다른 느낌 작품, 다양한 장르役 기회

라틴어 대사 거꾸로 암기 녹록지 않아
어릴적 꾼 꿈과 비슷한 신 오싹한 적도
초현실세계 관객 납득 고민하면서 연기

드라마 ‘라이브’ 인생 캐릭터 선물 줘
어떤 역할이라도 매력적으로 보였으면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첫 영화다. 작품에 임하는 자세와 느낌이 아무래도 전과는 다를 것 같다.

“상업영화의 주연이란 말이 주는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변신은 배우들이 가족처럼 함께 만들어간 영화다. 그런데 초점이 그렇게 맞춰지니 더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전과 달라질 건 없다. 다만 예전에는 잠깐씩 등장하는 장면이 많아 다작이 가능했다면, 이젠 작품 속 분량이 좀 많아지다보니 물리적으로 힘들게 된 건 사실이다. 2014년도에 작품을 가장 많이 찍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다작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 때만해도 많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었고 오히려 다양한 장르와 역할들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지금은 두 편을 한꺼번에 찍으면 욕먹는 위치가 됐지만.”(웃음)

▶코믹과 감초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이번 작품은 그런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의도가 살짝 엿보인다.

“일부러 이미지를 바꾸려고 연기하진 않는다. 코믹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지만 그 때도 ‘내가 여기서 뭔가 재밌게 까불어서 웃겨야지’라는 목적을 갖고 접근하진 않았다. 물론 감독이나 제작자는 배우의 전작을 보면서 비슷한 이미지로 소비되길 원하겠지만 결국 배역으로 들어가면 그 캐릭터만의 목적과 정서, 상황과 이유가 있다. 거기에 맞추다보면 웃음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나는 늘 거기에 입각한 연기를 해왔다. 영화 ‘더 킹’의 양동철 역을 예로 들면 처음에는 코믹적인 인물로 여겨지지만 그 사람이 정치적인 이유로 그렇게 행동한 것을 알게 되면 되게 재수없는 인물이 된다. 이처럼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하면 블랙코미디적인 웃음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웃기는 필터’를 끼운 것처럼 인공적으로 연기를 해버리면 캐릭터를 희화화한 것으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이번 구마사제 역할 역시 정서적 깊이를 생각하고 그에 맞게 접근했다.”

▶최근 엑소시즘을 다룬 한국영화들이 자주 관객을 찾았다. 이른바 꽃미남 배우들이 그 중심에서 구마사제 혹은 비슷한 역할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그들과의 차별점을 말한다면.

“나도 ‘검은 사제들’과 ‘사자’를 봤다. 두 작품에서 보듯 요즘 한국 공포영화들은 단순히 무섭게만 만드는 게 아니라 탄탄한 이야기는 물론 위트까지 더해져 상업적인 재미와 볼거리를 잘 살려내고 있다. 변신 역시 두 작품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엑소시즘을 가족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중수는 사제 이름을 빌린 삼촌 역할이다. 기존 영화 속 사제들보다 조금 더 고뇌하고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휩싸여 있는 인물이다.”

▶그 점에서 변신은 한국적인 공포물에 가깝다.

“가족들의 정서적인 면이 많이 녹아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볼 수 있다. 강구 가족은 가해자가 부모이니 피해를 입어도 쉽게 말할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더 불안하고 걱정되는 상황에 놓인다. 사실 가족이란 단어에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질퍽한 정서가 있기 마련인데 변신은 그런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좀더 서스펜스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라틴어 대사가 자주 등장했는데 어렵진 않았나.

“라틴어도 과거 통용되던 언어인 만큼 약간의 의미까지 생각하면서 외우면 보다 수월하고 말할 때도 그리 어렵진 않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라틴어 자체에서 풍기는 묘한 매력까지 느낄 수 있다. 문제는 라틴어를 거꾸로 말할 때였는데 정말 힘들었다. 관객들은 모두 같은 라틴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떤 언어든 거꾸로 말하는 건 일상적인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대사로 옮기는 게 결코 녹록지 않다. 외계어처럼 하나하나 따로 외워야 했는데 암기력이 좋다고 자부하는 나도 무척 힘들었다.”

▶촬영을 하면서 섬뜩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나.

“어릴 적 꾼 꿈이 극중 상황과 비슷해 한순간 오싹한 적이 있다. 영화에선 악마에 의한 빙의의 대상이 주로 엄마와 아빠였는데, 당시 내 꿈에선 그 대상이 친하게 지내던 이웃집 아주머니였다. 그 시절에는 아파트라도 이웃과 되게 가깝게 지냈다. 내가 그 집을 가족처럼 편안하게 드나들었던 것처럼 그 집에서도 그랬다. 그런데 그 집 아주머니가 나를 엄청 혼내는 거다. 꿈이었지만 나를 해하려는 느낌을 되게 강하게 받았다. 무서웠다. 극 중 가족 식사자리에서 (장)영남씨가 살기어린 눈빛으로 아들을 혼내는 장면이 있는데 딱 그랬다. 아직도 그 꿈이 잊히지 않는다.”

▶구마사제인 중수도 악마에 의해 빙의된다. 그 모습에선 예전 작품 속 독특한 캐릭터 이미지가 연상됐다.

“나 역시 색다른 재미를 느낀 장면이다. 평범한 모습보다는 아무래도 그런 연기가 부담감이 덜 하고 내면의 감정을 분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물론, 나만 재밌고 편안하게 느껴지면 안된다. 관객도 공감하면서 나와 함께 웃고 울게끔 만들어야 한다. 이를 테면 ‘공감형 연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연기하면서 멋부리는 것을 되게 싫어한다. 웃기거나 울리려는 의도가 보여지는 순간 관객들은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바로 머리로 들어온다. 그러면 캐릭터에 대한 매력과 흥미가 급격히 떨어진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만 함께 ‘재밌게 놀자’라는 느낌도 중요한 이유다.”

▶영화가 초현실 세계를 다루고 있는 만큼 연기적 고민이 분명 있었을 것 같다.

“판타지물은 뉴스에서도 접할 수 없는 세계라 더 조심스럽다. 변신에선 가족 모두가 돌아가며 빙의된다. 만약 아버지나 엄마가 진짜 그런 끔찍한 모습으로 빙의되면 엄청난 공포감을 느낄 것이다. 때문에 영화의 세계관이 더 디테일하게 짜여져 있어야 한다. 단순히 연기적인 측면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적으로 관객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없을지를 따져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관객을 무장해제시켜야 한다. 실재하지 않는 이야기지만 ‘진짜 있다고 생각하면서 볼테니 마음껏 펼쳐보라’는 식으로 응원을 하게끔 신뢰감을 주는 게 관건이다. 그 점을 계속 고민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

▶드라마 ‘라이브’를 보면서 되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대중에게 배우 배성우를 본격적으로 각인한 작품이기도 한데.

“드라마를 제대로 경험한 건 ‘라이브’가 처음이었다. 육체적으로는 제일 힘들었지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 것 중 가장 즐겁게 촬영한 작품이다.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대본을 새롭게 받을 때마다 가슴을 울리는 대사들이 많았다. 내 대사뿐 아니라 작품 전체에서 많은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드라마는 20시간 분량을 만들어야 하니 연기하는 시간이 더 많다. 인물에 몰입되는 시간도 더 길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관계들이 더 잘 만들어지는 것 같다. 나에게 ‘인생 캐릭터’를 선물한 고마운 작품이다.”

▶그간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들을 통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특별히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뭔가.

“특별히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건 없지만 캐릭터마다 세련된 차별성을 두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그건 캐릭터 분석력에 따라 달라질 텐데 그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건 그동안 쌓아온 역량과 경험이다. 또한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중요하다. 작품보다 배우의 개인적인 매력을 보러오는 관객들도 분명 있다. 내 안의 매력을 캐릭터에 잘 융화시켜 작품마다 차별성을 보여주면 ‘배성우에게 저런 모습도 있네’라며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는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더라도 이를 가장 매력적으로, 또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늘 고민을 하게 되는 이유다. 그리고 연기는 나에게 직업인 동시에 유일한 취미다. 이보다 신나고 재미난 일이 과연 또 있을까 싶을 만큼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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