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골육수·선지 넣는‘장터식 따로국밥’ 양지고기 뭉텅뭉텅 써는‘대구식 육개장’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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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3   |  발행일 2019-08-23 제35면   |  수정 2019-08-23
■ 따로국밥·육개장·해장국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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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오픈해 장터국밥, 선지해장국, 육개장의 레시피를 하나로 통폐합한 대구 1미(味)인 따로국밥의 종가 국일식당의 가마솥과 여러 식재료, 그리고 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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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역사를 가진 제주 미풍해장국이 2년 전 대구에 상륙했다. 평양식 해장국에서 발원한 이 음식은 선지해장국과 따로국밥을 한데 합쳐놓은 스타일로 따로국밥의 변형태를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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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살을 결대로 찢어 서울식 육개장과 가장 닮은꼴인 조선육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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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국밥 맛내는 데 대파만큼 큰 역할을 하는 식재료가 없다. 40여년 대파 다듬기에 올인해 온 파아저씨 손성헌씨. 대구 서구 원대동 옛 원대시장 한 상가 코너에서 파를 다듬고 있다.

대구의 소고깃국을 요리학적으로 분류하면 크게 세 가지(따로국밥·육개장·선지해장국)다.

따로국밥과 대구육개장은 그 출발이 조금씩 다르다. 따로국밥은 장터, 주막, 술국집 등에서 유행한 사골육수·선지·우거지·콩나물·토란대 등을 주재료로 만들어진 ‘해장국’을 베이스로 해서 진화해 왔다. 해장국을 베이스로 한 대구탕반에서 파생된 대구탕(大邱湯)을 혼합한 스타일이라 보면 된다. 반면 대구식 육개장은 해장국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개장에서 발원을 했다.

대구육개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대구탕반·대구탕의 원류를 관련 자료를 통해 더듬어 보자.

1926년 5월14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서울 공평동에도 대구탕반이란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 있다’란 구절이 나온다. 그 대구탕반은 육개장 스타일이다. 1929년 12월1일자 종합잡지 별건곤에 ‘대구의 자랑 대구탕반’ 중에 이런 대목이 보인다. ‘대구탕반은 본명이 육개장이다. 서 말지기 가마에다 고기를 많이 넣고 곰 고듯 푹신 고아서 우러난 물로 국을 끓이는데 고춧가루와 소기름을 흠뻑 많이 넣는다. 소고기로 개장처럼 만든 것인데, 시방은 큰 발전을 해 본토인 대구에서 서울까지 진출을 하였다.’

대구식 육개장이 상경해 부른 ‘대구탕’
결대로 고기 잘게 찢는‘서울식 육개장’
고기 저미는 방법에 따라 지역별 구분

日 건너간 대구탕, 소꼬리·콩나물 사용
맵고 달달한 맛 절충해 끓여진 육개장

서울은 잘 찢어지는 사태살 주로 사용
대구는 양지머리·대파·무가 주재료

재료별 차이 대구 따로국밥
사골육수·선지·우거지 사용 대덕식당
평양식 해장국 제주거쳐 온 미풍해장국
선지해장국·따로국밥 섞어놓은 스타일
유일하게 서울식 찢은고기 조선육개장
선지해장국 새로운 변용 소구레국밥


◆따로국밥의 선배인 대구탕

이성우 교수의 ‘한국요리문화사’(교문사·1999)에 대구탕과 육개장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구절이 나온다. ‘약간 변형된 대구식 육개장이 상경해서 서울의 식적에 오르면서 ‘대구탕’이라 불리었다. 대구탕은 서울식 육개장처럼 고기를 잘게 찢어서 얹는 것이 아니고 고기 덩어리를 그대로 푹 삶아 고기의 결이 풀릴 정도로 익히는 것으로 보다 푸짐하다.’

이 대목이 서울식과 대구식 육개장이 어떻게 다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식은 소고기를 결대로 찢어 넣고 대구식은 현재 대구의 여느 육개장집처럼 고기를 찢지 않고 뭉텅뭉텅 썰어 넣는 형태라는 걸 알 수 있다. 사용한 고기를 어떻게 저미는가에 따라 서울식과 대구식 육개장으로 나눠지게 된다.

이후 대구탕은 대중화되지 않고 슬그머니 사라진다. 지금도 대구에선 대구탕의 존재감이 전혀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맛 칼럼니스트로 불리는 홍승면(1927~1983)이 1976~1983년까지 쓴 ‘백미백상(百味百想)’에 보면 ‘육개장과 비슷했던 대구탕은 지금 어디로 갔는지, 육개장에 자리를 양보하고 은퇴한 것인가. 지금 서울거리에는 대구식 따로국밥이 퍼지고 있다’라고 했다. 대구탕의 흐름을 받은 서울 지역의 식당 중 대표격은 1937년 생긴 중구 을지로3가 ‘조선옥’이다. 여기에선 지금도 육개장을 대구탕으로 판다. 자료처럼 고기는 결대로 찢지 않고 뭉텅뭉텅 썰어넣는다. 단지 소양을 넣는 게 대구와 다른 점이다.

◆일본으로 건너간 대구탕

대구탕의 전통은 서울은 물론 일본으로도 흘러들어 갔다. 일본 고베에서 전통 대구탕 전문점을 경영하는 일본교포를 2012년쯤 대구에서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75세의 이종수씨. 그는 고령군 덕곡면 반성리 출신으로 대구상고 1학년 때 더 많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 큰아버지가 있는 일본 도쿄로 건너갔다. 도쿄의 ‘명성원’에 들어가 일본식 육개장 요리술을 틈틈이 배우게 된다. 매운 한국식 육개장과 달달한 일본식 육개장을 절충해 나갔다. 아들이 없는 명성원 주인은 성실한 그를 양아들로 잡으려 했다. 그는 거기서 배운 음식 솜씨로 독립을 했다. 48년 전 고베시 나가타에 대구탕집 ‘마루야카 쥬엔(苑)’을 오픈한다. 물론 교포를 대상으로 시작한 것인데, 이제는 꽤나 유명해졌다. 홋카이도, 규슈에서도 택배 주문이 올 정도로 고베의 명물이 됐다.

메뉴판에는 가타카나로 ‘テクタン’(데쿠탄)이라고 병기해 놓았다. 그의 대구탕에는 양지머리와 같은 정육이 들어가지 않고, 소꼬리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게 흥미로웠다. 채소류의 경우 대구에서는 무, 대파, 마늘이 축을 이루는데, 그는 콩나물와 젠마이(고사리)에다 파와 마늘, 고춧가루, 심지어 미소된장까지 풀어 넣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무는 없다. 고춧가루도 우리처럼 매콤한 마른 홍고추가 아니고 일본 고춧가루를 사용했다. 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조리용 술인 미림까지 넣었다. 미소된장, 고춧가루, 간장, 맛술, 설탕 등으로 양념을 만들었다. 얼핏 보기에 토장국에 꼬리곰탕을 섞은 스타일로 보였다. 고베시에만 이런 스타일의 대구탕 집이 몇 개 더 있다.

◆육개장과 개장의 함수관계

육당 최남선이 쓴 ‘조선상식문답’(1946)에서는 육개장을 ‘개고기가 맞지 않는 사람을 위해 소고기로 개장국 비슷하게 끓인 것’이라 소개하고 있다. 삶은 개고기는 결대로 잘 찢긴다. 소고기 중에서도 가장 결대로 잘 찢어지는 부위가 바로 사태살이다. 서울식 육개장은 양지머리보다 사태살을 많이 사용하지만 대구식 육개장은 결대로 찢지 않기 때문에 양지머리 등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육개장은 일명 ‘대구탕(代狗湯)’으로도 불렸다. ‘개(狗)를 대신(代)한 탕’이란 의미다. 일제강점기 지역에선 육개장이란 말보다 대구탕이란 명칭이 더 많이 사용됐다. 당시 대구에는 세 가지(大邱湯·代狗湯·大口湯)가 존재했다.

북한에서는 육개장을 어떻게 다룰까.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육개장을 ‘단고깃국’이라고 부른다.

서울식 육개장은 대구식과 엄청 다르다. 대구는 고기를 결대로 찢지 않고 뭉텅 썰어 사용하고 부가되는 식재료도 대파와 무 정도로만 국한된다. 하지만 서울 강남터미널, 서울역 앞 식당가 등 다중시설이용 공간에 노출된 육개장은 정말 다양한 식재료가 총출동한다. 심지어 당면, 달걀, 후춧가루 등이 들어간다. 언뜻 유부 까지 들어간 서울식 추어탕과 비슷해 보인다.

◆대구의 별별 따로국밥들

따로국밥과 대구육개장, 그리고 해장국류를 하나로 합칠 수 있는 통칭은 뭘까. 따로육개장, 아니면 모두 밥과 국이 따로 나오니 따로국밥이라 하고 해당 업소는 어떤 스타일인지 병기하면 어떨까 싶다. 따로국밥(선지해장국식·장터국밥식·육개장식) 같은 방식 말이다.

대구육개장보다 따로국밥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왜냐하면 대구육개장은 따로국밥을 포함하기 어렵지만 따로국밥은 육개장과 해장국, 탕반시절의 국밥 스타일까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에는 따로국밥 이외에도 다양한 소고깃국들이 산재해 있다. 중구 미싱골목 옆 시장북로에 있는 옛집육개장, 벙글벙글, 진골목 등은 선지를 사용하지 않고 사골육수를 베이스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대구육개장으로 불리길 원한다. 고기를 결대로 찢는 서울식 육개장은 아니다.

또 다른 명가로 대덕식당이 있다. 대덕식당은 여타 다른 식당과 레시피가 상당히 다르다. 육개장보다 선지해장국에 더 가깝다. 사골육수를 베이스로 해서 선지와 우거지를 부가 재료로 사용한다. 뭉텅뭉텅 소고기를 썰어 넣지도 않는다. 이건 선지와 사골육수를 사용한다는 측면에선 국일따로국밥과 비슷한 대구식 해장국 스타일이다. 토박이들은 이게 대구탕반이 육개장으로 넘어가기 전의 대구탕 스타일의 소고깃국으로 보기도 한다. 서울의 청진옥도 결국 대덕식당과 비슷한 계열이라 보면 된다.

이런 연장선상에 있는 경상도 유명 식당이 바로 안동 신시장 내에 있는 옥야식당이다. 여기는 육개장이라 하지 않고 ‘선지국밥’이라 한다. 취재 중 또 다른 선지국밥을 찾아냈다. 평양스타일의 해장국이 제주도로 내려가 다시 대구로 온 건데 수성구 두산동 불교한방병원 근처에 있는 미풍해장국이다. 48년전 실향민인 이홍화 여사장이 제주시 중앙성당 근처에서 시작한 해장국이다. 양지에 선지, 그리고 사골육수, 시래기 등이 들어갔다. 선지해장국과 따로국밥을 섞어놓은 스타일 같았다. 대구의 소고깃국 식당 중 서울식 육개장 방식을 취하는 데는 조선육개장이 유일하다.

서울식과 달리 대구에선 유달리 마늘 양념을 많이 사용하고 무보다 대파를 엄청나게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경남 의령의 대표 소고깃국집으로 불리는 ‘종로식당’은 콩나물이 주재료로 등장한다. 서울식에선 고사리가 부재료로 많이 들어가지만 대구에선 좀처럼 고사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구의 가정집 소고깃국에서는 콩나물 대신 숙주나물을 많이 사용한다. 대구에선 ‘양평해장국’처럼 내장이 국에 들어가는 것도 꺼린다. 서울경기권처럼 후춧가루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밖에 아주특별한해장국, 지산골가마솥국밥, 냉천가마솥국밥, 콩나물을 전진배치한 백암골가마솥국밥 등도 세몰이를 하고 있다.

또한 대구개장국의 한 흐름을 이어간 서구 원대동 대원식당도 한 발언권을 갖고 있다. 동시에 현풍·고령장의 소구레국밥도 대구식 선지해장국의 새로운 변용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40여년 대파만 다듬으며 살아 온 손성헌 파아저씨(76)도 기억을 해줘야 할 것 같다. 그는 현재 서구 원대동 옛 원대시장 상가에서 파를 다듬고 있다. 한창 때는 대구백화점 주차장 자리에서 파를 만졌다. 이때 15개 이상 업소에 배달해줬다.

이렇게 다양한 소고깃국이 포진해 있는 고장이 대구 말고 또 있을까 싶다. 대구발 소고깃국의 연대기를 새로운 닉네임을 얹어 푸드스토리 투어상품으로 만들어 보자.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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