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희, 청각장애 선수 최초 ATP 단식 본선 승리

  • 입력 2019-08-21 00:00  |  수정 2019-08-21
美 윈스턴세일럼오픈 1회전
헨리 라크소넨 2-0으로 제압
이덕희, 청각장애 선수 최초 ATP 단식 본선 승리
지난해 열린 청두 인터내셔널 챌린저대회에서 상대의 공을 받아치는 이덕희. 연합뉴스

청각 장애 3급의 어려움을 딛고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단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덕희(212위·서울시청)가 이번에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본선에서 생애 첫 승리를 따냈다. 이는 ATP 투어 단식 본선 사상 최초의 청각 장애 선수의 승리 기록이기도 하다.

이덕희는 19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서 열린 ATP 투어 윈스턴세일럼 오픈(총상금 71만7천955달러) 대회 이틀째 단식 본선 1회전에서 헨리 라크소넨(120위·스위스)을 2-0으로 제압했다. 32강에 오른 이덕희는 대회 3번 시드를 받은 후베르트 후르카치(41위·폴란드)와 2회전을 치른다.

충북 제천 출신인 이덕희는 7세 때 테니스를 시작했으며 12세 때인 2010년 종별선수권, 회장기, 학생선수권 등 12세부를 석권하는 등 소리가 들리지 않는 어려움 속에서도 같은 나이 국내 최강으로 군림했다.

제천 동중 3학년 때인 2013년 성인 랭킹 포인트를 처음 따내자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덕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항상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때 인연으로 같은 해 9월 나달이 방한했을 때 이덕희와 만남이 성사됐고 2014년 프랑스오픈을 앞두고는 나달이 이덕희를 초청해 훈련을 함께했다.

2014년 7월에는 국내 최연소인 16세1개월 나이에 국제테니스연맹(ITF) 퓨처스 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했고 2015년 호주오픈에서는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 함께 대회 홍보 영상을 찍었다. 조코비치 역시 그해 윔블던을 앞두고 이덕희와 함께 훈련하며 애정을 보였다. 2016년 7월에는 국내 최연소(18세2개월)로 200위 벽을 돌파했다. 종전 기록이던 정현의 국내 최연소 200위권 진입(18세4개월)보다 빠른 페이스였다. 2017년 세계 랭킹 130위까지 오르며 거칠 것이 없어 보인 이덕희는 그러나 이후 한동안 슬럼프에 시달렸다.

투어보다 한 등급 아래인 챌린저 대회에서 좀처럼 1, 2회전 통과도 하지 못했고 주위에서는 ‘이제 한계가 왔다’거나 ‘키(175㎝)가 작아 더 이상 발전은 무리’라는 박한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 6월 미국 아칸소주에서 열린 리틀록오픈 챌린저에서 준우승, 2016년 이후 3년 만에 챌린저 결승에 다시 오르며 ‘부활 신호탄’을 쐈다. 생애 처음으로 투어 대회 단식 본선에 출전한 이덕희는 2017년 세계 랭킹 93위까지 올랐던 라크소넨을 맞아 서브 에이스 9개를 몰아쳤다.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따내 기선을 잡은 이덕희는 2세트에서는 한 차례도 브레이크 포인트를 내주지 않고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2세트 게임스코어 5-1로 이덕희가 앞선 상황에서 비 때문에 5시간 가까이 중단됐다가 현지 시간으로 밤 10시를 넘어 종료됐다.

2회전 상대 후르카치는 이달 초 ATP 투어 로저스컵 2회전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8위·그리스)를 꺾는 등 객관적인 전력에서 이덕희보다 한 수 위의 선수다. 키도 196㎝로 175㎝인 이덕희보다 20㎝ 이상 크다. 이번 대회 톱 시드는 브누아 페르(30위·프랑스)가 받았고 2번 시드는 데니스 샤포발로프(38위·캐나다)에게 배정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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