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권 변호사의 부동산 읽기] 아파트 시행사 사업부지 매도청구소송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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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1   |  발행일 2019-08-21 제18면   |  수정 2019-08-21
[김재권 변호사의 부동산 읽기] 아파트 시행사 사업부지 매도청구소송의 한계

근래 주택경기가 과열되면서 아파트 시행사들이 아파트를 지을 만한 전국 요지의 땅을 휘젓고 다니는 바람에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알박기식으로 버티는 지주들 때문에 사업이 난관에 부딪히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현행 주택법은 일정한 요건을 갖추는 경우 아파트 시행사에 지주들의 땅을 감정가격으로 강제로 매수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지주들의 알박기 관행을 쉽게 없앨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주택법은 지구단위계획결정이 필요한 주택건설사업의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사업주체가 부지면적의 ‘80% 이상’ 사용권원을 확보하면 지구단위계획결정 고시일 ‘10년 이내’에 소유권을 취득한 자에 대하여, 부지면적의 ‘95% 이상’ 사용권원을 확보하면 위 고시일 ‘10년 이전’의 소유자, 즉 모든 소유자에 대하여 매도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8조의 2) 즉,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여 법원감정가격으로 강제로 매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매도청구제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매도청구를 하려면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한 후 사업계획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고시된 날로부터 5일 이후부터 3개월 이상 실질적인 매수협의를 해야 하는데, 그 협의요건을 충족하기가 만만치 않다.

보통 미리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의 조정기일에 협의를 하기도 하는데, 협의가 쉽지 않고 소송은 기본적으로 1심 재판만 해도 최소한 6개월 내지 8개월이 걸린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시행사들이 대부분 토지대금이나 건설비를 지급하기 위해 거액의 PF자금을 이용하다 보니 이자 등 금융비용이 막대하여 시간에 절박하게 쫓긴다는 것이다. 한 달 이자만 몇십억원이 들 수 있는데 토지매수가 몇 달만 늦어져도 시행사업수익이 다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

매도청구소송의 1심 판결에서 승소하면 매매대금을 공탁하고 공사에 착수할 수 있지만, 지주가 항소와 상고까지 하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될 때까지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가 없어 결국 최장 2년간 실질적인 착공을 할 수 없게 된다. 판결확정 전에 임의로 건물을 철거하면 재물손괴죄 등 형사처벌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시행사는 단 한 명의 지주라도 끝까지 버티면 사업이 불가능해지므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지주의 터무니없는 요구에도 굴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도시정비법에 의한 재개발, 재건축에서와 같이 1심 판결과 공탁만으로 주택을 철거까지 할 수 있도록 주택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매도청구제도는 실효성이 별로 없음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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