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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민감점-경혈, 70% 일치 확인…‘경혈 존재’ 과학적 근거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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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호기자
  •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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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연구원-대구한의대 연구팀

경혈의 실체 규명을 위해 대장염(오른쪽)과 고혈압을 각각 유발한 동물모델에 에반스 블루 색소를 이용해 피부 민감점을 가시화했다. 이를 실제 경혈과 비교해 일치도를 파악하고 경혈에 침 자극을 줘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를 연구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 임상의학부 류연희 박사팀과 대구한의대 김희영 교수팀은 한의학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경혈’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해냈다. 이들은 공동연구를 통해 질병에 따른 피부 민감점과 경혈이 70% 이상 일치함을 증명해 경혈의 존재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경혈은 한의학에서 침이나 뜸을 놓는 자리를 말한다. 특히 경혈은 치료를 위한 자극점인 동시에 진단을 위한 반응점이기도 해 한의학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질환유발 실험쥐의 민감점 염색
실제 경혈의 위치와 일치도 파악
염색부위 침자극시 치료효과도
국제저널 게재…세계적 인정받아


연구팀은 대장염, 고혈압 동물모델에서 신경과학적 방법의 특수 염색을 통해 피부 표면에 발현되는 경혈을 가시화했으며 가시화된 경혈에 침 자극을 주었을 때 질병이 치료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최근 게재되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고, 경혈경락 체계의 존재와 치료효과에 대한 과학적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은 경혈의 실체 규명을 위해 대장염과 고혈압을 각각 유발한 동물모델에 ‘에반스 블루’ 색소를 이용해 피부 민감점을 가시화한 후, 이를 실제 경혈과 비교해 일치도를 파악했다. 또 경혈에 침 자극을 줘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와 그 치료기전을 연구했다.

에반스 블루는 청색 색소로 혈장의 주요 성분인 알부민을 염색하는 데 쓰인다. 대장염과 같은 내장통은 피부에 민감한 반응점을 만들고 그 부위의 혈관이 커지며 알부민이 빠져나오는 현상이 발생한다. 파랗게 염색된 알부민으로 피부 민감점의 위치를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먼저 대장염 질환을 유발한 실험쥐에 에반스 블루 약물을 정맥 주입, 피부 표면의 민감점을 살펴봤다. 가시화된 민감점은 십이경락 중 대장통과 같은 소화기 질환과 연관된 경락인 족태음비경 부위를 따라 발현했고, 약 75%가 혈자리 부위와 일치했다.

한의학에서 침구치료에 사용되는 중요한 치료점 또는 장부 이상상태가 체표에 나타나는 반응점인 경혈이 서로 연결돼 체표와 장부를 연결하고 있는 것을 경락이라고 하며, 인체에는 십이경락이 존재한다.

십이경락 중 하나인 족태음비경은 비·심·위·목구멍·혀 등과 연계된다. 족태음비경에 병이 생기면 명치 끝이 아픈 증세, 설사, 소화 장애, 복명(腹鳴), 메스꺼움, 식욕 부진, 복부 팽만, 황달 등 소화기 계통의 병증과 두통, 머리 무거운 감, 전신 피로, 혀의 운동장애, 팔다리 근육 위축, 다리 안쪽이 찬 감,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 부종 등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족태음비경에는 21쌍의 혈이 있다.

그중 가시화된 빈도가 높은 공손혈에 침 자극을 주어 실제로 대장염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한 결과, 침 자극을 준 실험군이 침 자극을 주지 않은 대조군보다 염증 수치 및 설사 감소 등의 효과가 뚜렷했다. 공손혈은 발 안쪽에서 제1발몸뼈바닥의 안쪽 전하방과 단모지굴근 사이에 있는 우묵한 곳에 있는 경혈이다. 주로 위장과 비장 질환 치료에 쓰인다.

또 고혈압을 유발한 동물 실험에서도 에반스 블루로 민감점이 가시화된 부위가 수궐음심포경 등의 경혈 위치와 67% 이상 일치했고, 가시화된 부위의 경혈에 침 자극을 준 실험군에서 혈압이 유의하게 감소됐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면역 염색을 통해 에반스 블루가 공통적으로 가시화된 부위에서 민감해진 생체조직에 발현되는 신경펩타이드인 CGRP(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가 발현한 것을 확인했다. 실제로 경혈에서 세포반응이 일어난 것을 규명했다는 뜻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책임자인 류연희 박사는 “경혈경락체계는 한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이론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실험모델이 없는 상황”이라며 “경혈경락체계의 실체를 설명한 이번 연구는 학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그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한국한의학연구원 김종열 원장은 “그동안 침·뜸 임상연구가 매년 수백 편씩 국제학술지에 발표됨에도 불구하고 경혈경락체계의 과학적 근거에 의문의 여지가 있었다”며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경혈경락체계가 새로운 생체조절시스템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의학연이 지속적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류연희 박사 연구팀은 향후 경혈 가시화 기술을 개발 완료, 10년 이내에 가시화된 경혈을 이용한 한방진단 및 치료기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 도움말=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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