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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정치칼럼] 국가위기 속 대통령의 ‘몰래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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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19


정기휴가 반납 선언하고는

제주도 이어 양산 고향휴가

연가와 주말 이용했다지만

미사일에 조롱 이어지는데

개인일로 국정사령탑 비워

북한은 지난 16일 아침 휴전선 가까운 곳에서 신형 미사일(추정) 두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그날 북의 대남기구 조평통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맘껏 조롱했다. ‘삶은 소대가리’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웃기는 사람’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북쪽에서 사냥 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 평소 문재인 대통령에 반대하는 국민도 아연실색하며 분노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날도 아무 말이 없었다. 직접 회의를 열지도 않았다. 자신이 전날 8·15 경축사에서 남북협력에 바탕한 ‘평화경제’를 다시 언급하며 보낸 구애를 북한이 거들떠보지도 않고 걷어 찼음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실은 문 대통령은 그날 청와대에 없었다. 그날은 광복절 휴일과 주말을 잇는 샌드위치 데이였는데, 연가를 내고 3박4일 휴가 중이었다.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 직후 부인과 함께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으로 갔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3박4일 동안 청와대를 비운 사실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다. 금요일에 낌새를 챈 기자들이 취재에 들어가자 귀경 예정인 일요일 정오까지 엠바고(일정시한 보도유예)를 걸어 사실확인을 해줬다. 외부에서 몰랐으면 그냥 ‘몰래 휴가’를 다녀오려고 한 듯하다. 문 대통령이 올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한일 무역갈등에 따른 위기관리에 매진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홍보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몰래 휴가’는 청와대가 정기 휴가를 가지 않겠다고 알린 직전에도 있었다. 7월26일 금요일에 연가를 내서 주말을 합쳐 2박3일을 제주도에서 부인과 함께 보냈다. 그때도 청와대 공지는 없었다. 제주도에서 식당을 찾아 주민들과 악수하는 모습이 SNS를 통해 퍼졌고, 현지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그 시점에도 일본의 무역보복 착수, 러시아 군용기의 우리 영공 침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김정은의 위협으로 온 나라가 초비상 상태였다.

결국 문 대통령은 나라의 총체적 위기 속에서 몰래 휴가를 다녀온 뒤 정기휴가를 가지 않겠다고 하고는 또 몰래 휴가를 다녀온 셈이 됐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통상적 의미의 ‘휴가’가 아니라 법적으로 보장받는 ‘연가’와 주말을 이용해 휴식을 취하고 개인 일을 봤다고 강변한다. 또 주요 사안은 실시간으로 챙겼다고 주장한다. 금요일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대처한 뒤 관련 내용을 대통령에게 계속 보고했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다. 휴가든, 연가든, 주말이든 이 위급한 시기에 대통령이 국정 사령탑인 청와대를 불과 20여일 사이 두 차례에 걸쳐 5박6일을 개인일정 때문에 비운 건 사실이다. 제주도와 부산에서 상황보고를 받았다고 하지만, 바로 곁에 참모들이 있고 통신을 비롯해 여러 가지 지휘수단이 있는 청와대와 같을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대통령의 정신자세다. 청와대를 떠나지 않았어야 한다. 대통령이 정기 휴가를 안 간다고 했으니 억지춘향격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참모들과 함께 청와대에서 비상대기하며 국민에게 믿음을 줬어야 했다. 만일 8·15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구애의 메시지를 던졌으니 휴가지에서 화답을 기다려보자고 생각했으면 정말 큰 문제다. 나아가 북한이 연일 미사일을 쏘니 국군통수권자마저 도발 불감증에 걸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불감증이 아니라면 휴가지에 있을 때라도 북한이 미사일을 쐈으면 당장 청와대로 복귀하지 않았을까. 대통령부터 이래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커녕 ‘아무나 흔들어대는 나라’가 된다.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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